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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항매립 시뮬레이션, 수로형모델 중 최악 선택"
"고현항매립 시뮬레이션, 수로형모델 중 최악 선택"
  • 이 헌
  • 승인 2015.01.30 17:4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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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헌(거제대교수), '고현항 매립사업, 시물레이션의 허와 실'

 

이 헌(칼럼위원)
거제대교수
거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위원장

오래 전, 대기업 전산실에서 직원들 간에 작은 시비가 일었다. 컴퓨터가 나타내주는 시간이 정확한가에 대한 시비는 급기야 내기로까지 번졌다. 지금이야 이런 시비가 낯설고 무의미한 것으로 여겨지겠지만 그때만 하여도 그렇진 못했다.

이의 결론은 컴퓨터가 나타내는 시간이란 ‘언제라도 새로이 입력하여 설정할 수 있다’는 것과 ‘내부회로에 의한 산출값’이란 것이 확인되므로 일단락되었지만, 컴퓨터에 대한 맹신적 신뢰가 지닌 기대와 환상이 얼마나 큰가를 보여준 사례였다.

현대의 컴퓨터란 우리 일상의 대부분을 지배하는 까닭에 신뢰는 물론 의심의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창의적 결론이나 창작 등 추상적인 결론 도출에는 아직도 미흡하여 적용함에 신중해야 하고 사람의 지혜로 그 부족을 보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컴퓨팅시스템이 지닌 맹점으로 잘못된 결과를 얻을 수밖에 없다. 이런 특징은 악용의 소지가 있어 연구자 의도에 따른 결과를 만들거나 사실과 다른 변질된 오류를 도출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아직은 컴퓨팅시스템이 수동적인 것을 간과해선 안되며, 이 수동성이 우리의 오판을 정당화하려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명백히 알아야 한다.

거제시는 지난해와 올해 초(2015.1.22), 고현항매립사업에 있어 수로를 통한 인공섬 형식과 평면연접매립형식을 두고 두 번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했다. 본 글은 이에 대하여 몇 차례 기술될 것이며, 위에서 언급한 컴퓨팅시스템을 이용한 결과라도 오류를 지니고 있다는 걸 전제한다.

시뮬레이션(simulation)이란 실제로 실행하기 어려운 실험을 간단히 수행하는 모의실험이다. 모의실험에서 컴퓨터를 이용할 경우엔 이를 컴퓨터시뮬레이션(시뮬레이션)이라고 하며, 현재는 건축, 우주항공, 조선산업, 게임 등 많은 산업분야는 물론이고 도시공학, 안전방제시스템, 교통흐름, 환경오염, 온난화 등 사회문제에서도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심지어 지난 해 우리국민 모두에게 아픔을 남긴 ‘세월호’의 인양에서도 이를 검토하고 있는 실정이다.

거제시에서 있었던 예의 두 차례 시뮬레이션은 다음과 같다.

지난해 있었던 ‘고현항매립형식에 따른 해수교환율’을 중심으로 한 것과 올해 ‘오염확산 및 해일침수피해영역’에 대한 것으로, 두 경우 모두 발표장에선 격한 토론으로 이어졌다. 이 갈등은 두 차례 모두 시뮬레이션에 적용한 매립유형의 모델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이 글에선 모델을 중심으로 살핀다.

첫 번째, 지난해의 시뮬레이션에서는 현재의 육지부에 연이은 ‘평면연접매립형’과 육지부를 경계로 수로폭 50m를 둔 ‘인공섬(수로형)’ 등 두 모델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해수흐름에 따른 해수교환율을 중심으로 결과를 도출했다. 물론 시뮬레이션결과는 수로형에서 평균 0.1% 낮게 나타났다. 하지만 이후의 자료에서는 매립부 영역에 수로를 추가하여 그 값이 미미하게나마 양호하게 향상됨으로써 연구자 스스로 결과를 번복하는 경우로 이어졌으니, 이는 아마도 발표장에서의 지적들을 조금이라도 피하려는 양심의 일부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 날 강력히 주장되고 지적한 수로의 폭을 여러 단계로 넓혀가며 시뮬레이션 했었다면, 그리고 가장 해수교환율이 유리한 모델을 찾도록 하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는 의심의 여지도 없이 가능한 일이고 매우 유용한 결과를 보여줬을 것이다.

어찌 해수교환율이 나쁜 경우만 있겠는가. 최상의 해수교환율을 보여주는 모델을 찾고 이를 제안모델로 삼아 기타 여건들을 검토하는 자리였다면 좋았을 것 아닌가. 다시 생각하지만 해수교환율이 저조한 최악의 모델을 삼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다시, 올해 있었던 두 번째 시뮬레이션(오염확산 및 해일침수영역)은 어땠을까. 이때 선택한 모델은 3가지였다. 하지만 이것도 매립을 하지 않은 현재의 상황을 제외하면 지난해 적용모델과 동일하게 2개로 제한되었다. 그렇다면 이번의 결과도 충분히 예측 가능하여 오염확산도는 높고 해일침수영역이 불가피하게 넓게 확산될 것이었다.

그렇다면 왜 두 번의 시뮬레이션 모두 적용모델을 두 개로 제한했을까? 올해 발표한 쪽은 지난해의 모델을 따랐다고 주장했다. 이는 언뜻 듣기엔 타당한듯하나 당시에 그토록 지적하고 문제제기가 높았던 것을 미루어 보면 다분히 의도가 있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한편 진정한 연구였다면 어땠을까? 일단의 선정한 기본모델을 검토하고 주요 변수값을 변화시켜가며 시뮬레이션을 반복한 후 최적 결과를 나타내는 상황 즉, 최적모델을 검출했을 것이다. 연구자라면 어찌 개선의 상황이 있음을 알고도 시뮬레이션을 끝낼 수 있겠는가.

그동안 '고현항매립사업 거제시지역협의회(지역협의회)'는 기왕에 고현항을 매립해야 한다면 “인공섬이 타당하다”라는 것을 주장해왔다. 이는 매립이 필요하다는 측면보다 매립의사를 보인 거제시의 의견을 수용하여 갖게 된 협조적 견해였고, 그나마 사업개요를 파악한 후 개선을 위한 15개 사항을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그 중에서도 중요한 부문은 매립형태(수로형 인공섬)와 공공부지(60% 이상)의 확대였다. 따라서 고현항매립사업의 매립방식에 따른 시뮬레이션은 문제점들을 최소화하고 시민의견을 반영하는 최적의 결과를 제시해야만 했다. 그렇지 못한 시뮬레이션이었다면 연구자로선 도덕성을 상실한 것이요, 사업자로선 의도성을 지니고 컴퓨팅시스템을 삿된 도구로 전락시킨 꼴에 불과한 게 아닐까.

두 번에 걸쳐 적용된 수로형모델은 그 유형 중 최악에 해당된다. 결국 수로의 폭이 문제였다. 수로폭은 시뮬레이션이 보여 줄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에 적용모델과 같은 연구는 무익했으며 불필요한 행위였다.

어쩌면 연구용역을 주는 입장과 받는 입장 모두가 사전에 결과를 짐작했을 일이기도하다. 사업자의 주장에 힘을 싣고 시민의 의견을 저해하려는 수단만 강구한 연구를 두고 어찌 시뮬레이션을 오용한 사례라 하지 않겠는가.

시뮬레이션에 있어서 모델의 선정은 매우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시뮬레이션을 통한 모든 연구에서의 적용모델은 논란거리가 되고 결과에 대한 타당성으로 이어진다. 이를 방지하려면 다양한 모델을 적용해야 하며 그렇지 못한 특정모델만 적용한 시뮬레이션은 허구로 취급된다.

나아가 적용모델은 복잡한 시스템을 이해하고 실행 가능한 형태로 선정되어야하며, 기본모델이 지닌 특성 즉, 중요값(매개변수, 파라미터)을 변화시켜 다양한 모델을 만든 후 시뮬레이션을 반복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최적한 모델이 발견된다.

만약 두 번의 시뮬레이션 기회를 통해 한번이라도 이와 같은 과정을 수행했었다면 고현항매립 유형은 시민으로부터 긍정적이었을 지도 모른다. 결국, 거제시 고현항매립에 있어서의 두 번에 걸친 컴퓨터시뮬레이션이 보여준 결과는 모델 선정에서부터 잘못이었으며, 바람직한 제안을 마련하지 못한 의미 없는 노력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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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가 2015-02-03 11:41:25
고현항은 바다의 파도에 의한 시가지침수보다 육지부의 우수에 의한 침수가 역사적으로 입증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인공섬 형태를 주장하는 것이고, 공익에 우선하여 건설원가만 조달하는 토지만 분양하고 나머지는 공공의 목적에 부합하는 용도의 토지로 이용해 달라는 가장 합리적인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행정이 어찌하여 공공을 운운하며, 공익을 위한다 하는지요?

지나가다가 2015-02-03 11:36:18
우수유입 유량면적에서 고현동, 연초면만 반영 했어 우수량을 분석했지만 상동, 수양동, 장평동을 누락시킴으로 우수유역면적이 축소시킨 환경영향평가초안 의도적인지? 아니면 실수인지? 실수라면 다른 분야도 실수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보장이 없지 않습니까? 10년 공사 8년 단도리라는 말은 선진국에서는 기본원칙입니다. 즉, 문제가 될만한 것은 사전에 다 찾아 해결방안을 가진다는 의미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