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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의문] 거제시의회, 대우조선 일방적 매각협상 중단 및 전면 재검토 촉구
[결의문] 거제시의회, 대우조선 일방적 매각협상 중단 및 전면 재검토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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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3.29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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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일방적 매각 협상 중단 및 전면 재검토 촉구 결의문

 

지난 1월 31일 대우조선 매각 계획 발표에 이어 3월 8일 대우조선을 현대중공업에 넘기기로 한 본계약이 체결된 지 20여일이 지났다.

그동안 진행된 협상과정을 지켜보며 거제시의회는 이번 매각 결정이 이제 막 경기침체의 긴 터널을 벗어날 조짐을 보이는 지역경제를 또다시 파탄에 이르게 할 것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다음 몇 가지 중차대한 사유로 우리는 이번 인수 합병이 졸속적으로 추진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협상 중단과 매각 여부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요구한다.

첫째, 인수 합병의 근본적인 이유와 명분을 찾을 수 없다.

기본적으로 기업의 인수 합병에는 그럴만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나 ‘사회적 책임감과 사명감’같은 미사여구로 글로벌 거대 조선소의 합병을 설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어떤 이유로 대우를 현대에 넘겨야 하는지, 대우조선의 독자생존은 왜 불가능한 것인지, 인수 합병을 통해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인지, 현재의 3사 체제로 조선산업의 지속가능성장은 왜 불가능한지, 세계 조선산업의 미래는 어떠할 것인지 등에 대해 그 어디에서도 구체적인 사유를 발견하지 못한다.

기껏해야 과당 경쟁을 줄여 선가를 높이자는 것 말고 달리 내놓은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이조차도 그 근거가 되는 데이터를 제시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밀실에서 이루어진 졸속 매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반증이기도 하다.

둘째, 본 계약 당일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의 공동발표문 주요 내용이 그대로 지켜질 것이라고 믿기 어렵다.

공동발표문에는 세 가지 핵심 쟁점이 담겨 있다.

대우조선의 자율경영체제 보장, 고용보장, 기자재업체의 거래선 유지가 그것이다.

하지만 ‘자율경영체제’는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이라는 명분하에 연구소를 비롯해 각 분야별 통폐합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장 인력과 설비 유지는 길어야 대우가 갖고 있는 수주잔량 230억불어치의 생산이 종료되는 시점인 2,3년 후 정도일 것이다. 그나마도 고용보장은 ‘생산성’을, 기자재업체의 거래선 유지는 ‘대외경쟁력’을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생산성이 없거나 낮은 고용은 보장할 수 없으며, 대외경쟁력이 없는 기자재업체와의 거래선은 중단될 것이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 생산성과 대외경쟁력이라는 것이 현대중공업이 1대 주주인 중간 지주회사 ‘한국조선해양’의 판단과 정책에 철저히 종속되어 있음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다.

셋째, 25만 거제시민의 명운이 걸린 사안에 정작 이해당사자들을 배제한 것도 중대한 결격 사유다.

최근 몇 년 간의 수주절벽보다 더 심각하게 대우조선을 파탄으로 몰고 간 주범은 단기실적 부풀리기와 분식 회계, 부실한 자회사 인수, 낙하산 인사 등 방만한 경영진과 이를 묵인 또는 강요함으로써 관리 감독 책임을 다하지 못한 산업은행과 정부다.

그 대가는 혹독한 구조조정이었으며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와 시민이 떠안았다. 지난 3년간 4만여 명이 직장을 떠났고, 남아있는 노동자는 임금 삭감과 복지혜택 축소를 감내해야 했다.

그 와중에 2018년 거제의 실업률은 전국 최고인 7.1%를 기록했다. 27만을 바라보던 주민등록인구는 25만 아래로 뒷걸음쳤다. 2015년 대비 아파트 매매와 전세가는 50%대로 하락했으며 올해 3월 고시된 공동주택 공시지가는 전국 최고 하락률인 18%를 넘었다. 40%를 넘긴지 오래인 원룸 공실률은 소유자들의 목을 옥죄고 있다. 중소자영업자는 눈물을 머금고 희망고문을 버텨왔다. 정부가 수년째 거제와 조선산업을 고용위기지역,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런 상황을 딛고 대우조선은 2017년과 2018년 연속 흑자뿐만 아니라 올해에도 흑자를 예상할 수 있을 정도로 정상화에 매진하고 있다.

이때에 또다시 거제 경제의 한 축을 뒤흔들 대우조선 매각 문제를 노동자와 시민, 그 어느 누구도 모른 채 밀실에서 진행한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제아무리 56%의 지분을 가진 대주주라 할지라도, 금융계 회장이라 할지라도 한 중소도시의 운명을 이렇게 쉽사리 결정할 권한은 그 어디에도 없다.

넷째, 본 계약이 체결되었으니 후속조치 마련에 만전을 기하자는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

현재의 매각 협상은 졸속 협상이다. 이제야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한다고 하지만 이는 그동안 협상과정에서 아무런 대책도 고민하지 않고 마련하지 않았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국내 공정거래위원회의 독과점위반 심사 여부는 둘째 치더라도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외국의 기업결합심사 벽을 넘기는 쉽지 않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조차 그 가능성을 ‘50% 이상’ 정도로 볼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매각을 당연시하고 고용보장과 자율경영체제, 지역경제 회복을 위한 대책을 논의하자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 매각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피인수기업’으로 전락한 대우조선의 수주 영업 전략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고 그 여파는 수년 내 다시 거제경제의 파탄으로 이어질 것이다. 기업결합심사가 통과되든 그렇지 않든 피해볼 일이 없는 현대중공업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위험한 도박을 멈추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다시 논의하고 결정해야 한다.

이번 매각 협상의 근저에는 ‘대우조선의 주인 찾기’라는 프레임이 걸려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주인 찾기’가 현재와 같은 졸속 매각이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많은 전문가들과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얼마든지 다른 대안을 찾아볼 수 있다. 설사 대우조선을 매각해야 한다는 일치된 의견이 도출된다 하더라도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검증된 자료와 국민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정부가 할 일은 진행 중인 매각 협상을 즉각 중단하고, 한국 조선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분석하고 육성 방안을 공론화하는 일, 바로 그것이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대우조선의 안정이 지역의 안정과 직결되는 만큼 공론화 과정에 당사자인 노동자와 시민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

거제시의회는 지난 40여년간 거제와 대한민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해 온 대우조선을 졸속 매각하려는 그 어떤 시도에도 맞서 거제시민과 노동자의 생존권, 지역경제를 지키는 일에 매진할 것임을 분명히 밝혀 둔다.

2019년 3월 28일

경상남도 거제시의회 의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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