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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애와 의리
편애와 의리
  • 이 헌
  • 승인 2015.02.23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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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이 필요한 자리에 편애 인사가 배치된다면 이는 공무에 대한 폭력이다.



이 헌(칼럼위원)
거제대교수
거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위원장

 
동백꽃이 한창인 절기다. 겨우내 찬기운 속에서도 붉은 꽃들이 피어나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듯이, 자연의 사물이 시의적절한 행위를 하는 건 경이로움이자 원리의 이치다.  동백나무를 바라보다 어느 순간 꽃들의 개화가 제각각인 것에 생각이 이른다. 만개하여 활짝 핀 꽃송이가 있는 가하면, 막 꽃잎을 열어 뉘엿뉘엿한 겨울 볕을 꽃받침으로 받고 있는 것 그리고 아직도 붉은 꽃잎을 돌돌 말아서 찬바람을 피하고 시기만을 기다리는 봉우리가 있다.

한 나무의 꽃도 피어나는 시기가 다르다. 하지만 개화시기가 다르다고 하여 지금 핀 꽃송이만으로 동백을 사랑하는 건 아니다. 만약에라도 그랬다면 동백의 꽃 몇 송이만을 편애한 것이니 그 나머진 무시당한 결과가 아닐까.

사람은 서로 다르다. 각자는 저마다 개성이 있고 그만의 재주가 있어 본질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다르다는 것은 새로운 가치가 되고 다양하며 풍성한 사회의 지속적인 발전의 토대가 된다. 꽃피는 시기가 달라 오래도록 동백을 즐기고 사랑하듯이 다양한 사람들이 제 각각의 재주로 살아가는 사회는 분명히 가치 있다.

다양한 가치를 위해 앞선 이들은 자유민주를 택하고 투쟁하며 목숨도 불사했다. 따라서 다름을 존중하고 적재 적소에서 그들만의 재주를 발휘하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개인의 발전과 투명하고 밝은 사회를 통해 모두에게 안정된 행복을 추구케 한다.

‘다름’이란 분별하되 차별하지 아니하고 존중하되 편애하지 않는 처사다. 사회가 누군가의 편애로 이뤄진다면 이는 그 나머지를 무시하는 것이라서 개인은 상처받고 사회는 제자리 걸음으로 도태하게 된다. 편애는 무시를 수반한다. 사회에서의 편애는 차별이요 무시며 발전의 저해 요인이다. 다시 생각하자. 누군가를 편애하는 순간 그 나머지가 무시의 대상으로 전락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를.

공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의 선택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니 인사가 만사란 말이 통용된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전문성이 필요한 공무에 편애를 근거로 한 삿된 인사가 배치된다면 이는 공무에 대한 폭력이요 전문가에 대한 무시다. 전문성이 필요한 자리에 비전문가를 내세우는 일은 위험한 항로에서 선장을 배제한 채 부적절한 초보를 내세운 꼴이니 그 행로가 어찌되겠는가?

심지어 인사과정이 합법적이었다 할지라도 이 합법성이 항로를 안전하게 지켜줄리 없다. 안전하지 못하여 위기를 초래하는 합법성은 결국 정서적 불법이다. 특히, 비전문가의 선택이 여럿 이유로 편애에 따른 것이라면, 선택되지 못한 전문가에 대한 무시는 물론이요,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까지 무시되고 말았으니 과히 다수에 대한 폭력이라 할 것이다.

공무의 인사에서 만의 하나라도 편애가 있었거나 이를 숨기고 의리를 따랐다면, 편애가 무시하듯이 의리는 사적인 집착일 뿐 사회적 진정성은 상실되고 만다.

위태로운 항로 앞에서 위기를 자초하는 꼴이니 궁극엔 그 공적기관을 도태시키는 무리한 일 일뿐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평가위원회가 있었다고 할지라도 패를 골라주는 화투놀이와 다르지 않았다면, 평가행위는 타당하지 못하여 이해와 신뢰만을 확보하려는 수단에 불과하다. 우리 현실엔 평가자를 평가할 방안이 없지 않은가?

다시, 의리란 뭘까? 편애는 불편하니 의리를 내세운다? 하지만 누구를 위한 의리인가. 주민에 의해 선출된 이의 의리는 개인보다는 다수에 있어야한다. 의리가 개인적 관계에 따를 땐 편애에 불과하고 다수에게로 쏠릴 때만 정의가 된다.

주민이 누려야할 지위와 공간에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인사를 두고 그 배경이 궁금하지만, 이제 누구로부터 무시 받지 않고 진정한 의리와 존중을 받아야 하는가를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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