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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소 조리원에게 밥값내라 한다. 식대도 안 주면서"
"급식소 조리원에게 밥값내라 한다. 식대도 안 주면서"
  • 김용운 대표기자
  • 승인 2015.03.09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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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인터뷰] 임정미 학교비정규직노조 거제지회장

2월 28일 유난히 차가워진 날씨 속에 창원의 경남도교육청 앞에는 경남 각지에서 모여든 ‘학비노조’ 1500여 조합원들의 집회가 열렸다. 다소 생소하게 들리지만 ‘학비노조’는 ‘학교비정규직노조’의 줄임말이다. ‘밥 먹이고 일시키라’는 요구가 적힌 손팻말에서 부터 ‘비정규직 차별철폐’ 같은 눈에 익은 글귀도 보였다. 어떤 사람들이 모여서 노조를 만든 것일까? 이들의 요구조건은 무엇일까? 3일 아침 학교비정규직노조 거제지회장을 맡고 있는 임정미(45)씨를 중곡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났다. 중1, 고1 두 자녀를 둔 학부모이기도 한 그는 올해 7년째 한 초등학교에서 돌봄전담사로 일하고 있다.

임정미 학교비정규직노조 거제지회장.(사진 강성훈기자)

1년내내 일하는 것이 가장 큰 소망

- ‘학비노조’가 어떤 단체인가? 몇 명이나 가입해 있나?
학교 현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조합원이 모인 노동조합이다. 2011년에 만들어졌다. 현재 거제에는 600여명 정도가 이에 해당한다. 노조에 가입한 사람은 345명이다. 가입율이 55% 좀 넘는다. 경남이 4000명, 전국적으로 2만5000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어떤 직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가입하나?
급식소에서 일하는 조리원, 조리사, 영양사들이 가장 많다. 초등학교 정규수업 끝나고 진행하는 돌봄전담사(방과후 돌봄학교 선생님)들이 있고, 학교의 교무행정사무원, 스포츠강사, 특수실무선생님 등 13개 직종 정도 된다. 현재 노조에 가입한 직종은 11개다.

- 지난달 28일 도교육청 앞에서 집회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떤 내용이었나?
직종별로 요구사항이 다양하다. 365일 일할 수 있게 해 달라, 급식비를 지급하라, 휴게시간을 보장해 달라, 명절비를 똑같이 지급해 달라는 등 할 얘기가 참 많았다.

- 직종별로 하나씩 짚어보면 좋겠다. 급식소에서 일하는 분들의 이야기는 언론에서도 그간 몇차례 보도된 적이 있는 것으로 안다.
급식소에는 영양사, 조리사, 조리원이 있다. 영양사나 조리사는 정규직도 있고 비정규직도 있지만, 조리원은 전부 비정규직이다. 이 분들은 아이들이 방학하는 기간 동안은 학교에 나가 일을 할 수가 없다. 가장인 경우도 많은데, 1년 중 두어 달은 사실 생계가 막막하다.

- 그럼 학교에 안 나가는 동안은 어떻게 하나?
할 수 없이 알바를 하든지 해야 한다. 그런데 한 달만 일할 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일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것도 교장의 허락을 받아서 하라고 해서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월급도 주지 않으면서 무슨 허락을 받아야 하느냐고.

"급식소 일하는 분들에게 밥값내라 한다. 식대도 지급하지 않으면서"

- 식사를 제공하느냐 마느냐 문제로 한동안 논란이 많았는데, 해결이 되었나?
경남 일부 학교를 제외하고는 그게 지금까지도 문제다. 공무원은 13만원 식대비 나오는데 우리는 그런 것 없다. 월급명세 어디에도 밥값이라는 건 없다. 그러다 보니 조리원들 같은 경우 아이들 밥 준비하면서 식대를 내고 밥 먹으라 한다. 이게 해결안 돼 신학기부터 고현초, 국산초, 제산초 같은 데서는 이분들이 도시락 싸가지고 다닌다. 다른 곳도 비슷할 거다. 버스 운전하는 기사가 차비내고 차 운전하는 건 아니지 않나? 너무 비인간적이다. 이 분들은 하는 일도 무척 힘들고 위험하다. 무겁고 뜨거운 음식물을 다루어야 하고, 바닥은 늘 물기가 있어 미끄러질 위험도 크다. 급식비를 제공하든지, 아니면 이들에게 만큼이라도 식대를 면제해 주어야 한다.

- 돌봄전담사는 어떤가, 자격이 필요하나?
보육교사 2급이상 자격증이 필요하다. 사실상 교사대체직종이다. 사회적 인식이나 처우도 거기에 맞추어져야 한다고 본다.

- 휴게시간을 유급으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맞다. 교사들은 하루에 8시간 근무하면서 30분간의 유급 휴게시간이 포함돼 있다. 돌봄전담사는 대게 하루에 5시간 정도 일한다. 대략 12시부터 5시까지다. 근데 이 시간 안에 유급 휴게시간이 없다. 근로시간은 4시간 30분이고 30분 휴게시간은 무급이다. 사실상 이 30분도 쉬는 시간이 아니다. 아이들이 교실로 들어와서 집에 갈 때 까지 계속 챙겨야 하는데 어떻게 쉴 수가 있나? 휴게시간은 아니어도 좋으니 5시간이라도 인정해 달라는 취지다. 딱 5시간만 일하는 경우도 드물다. 애들 돌아가고 나면 일지쓰고, 청소하고, 설거지하고, 다음날 쓸 자료 준비하고 나면 1시간은 훌쩍 넘어간다.

- 교육청에서는 어떤 입장인가?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토요일 교육감을 면담하고 왔으니 어떤 식으로든 답이 있을 거라 본다. 들리는 말로는 비율제로 하자는 얘기가 있다고 한다. 교사가 7시간 30분 일하고 30분 유급휴게시간을 주니까 돌봄전담사들도 비율에 맞게 4시간 30분 일하고 그 비율대로 18분을 유급으로 인정해주겠다는 말이다.

- 정부에서 방과후 돌봄학교를 확대하겠다는 발표가 있었는데, 실제로는 어떤가?
원래 돌봄학교는 초등학교 1,2학년 대상이다. 원한다고 다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수용할 수 있는 한계가 있으니까. 저소득층, 한부모가정 등 기준에 따라 선발하는 경우가 많다. 근데 이것이 정부방침으로 정해지니까 작년부터 당장 학급당 인원수가 급격히 늘었다. 나 같은 경우도 올해는 28명이 됐다. 돌봄전담사 숫자가 늘어난 것도 아니고, 예산이 많아진 것도 아닌 상황에서 맡아야 할 아이들이 많아지다 보니 힘들어진 건 사실이다.

- 어떤 점이 힘든가?
노동강도가 많이 세졌다. 아무리 아이들 돌보는 일이라 하더라도 전담사들도 사람이라 한계가 있다. 적정인원이 되어야 양질의 돌봄교육이 가능한데, 20명 넘어가면 사실상 어렵다.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가장 적당한 인원은 15명 선이다. 예전에는 뭘 하면서 재미있게 시간 보낼까? 이런 생각이 늘 있었는데, 인원수가 많아지다 보니 지금은 어떻게 하면 다치지 않고 집에 갈 때까지 무사히 있게 할까라는 생각이 우선이다. 내가 돌보는 교실도 사물함은 16개밖에 없고 8인용 테이블이 2개다. 하지만 인원수는 28명이다. 아이들이 제대로 앉을 자리도 없다. 이래 가지고 제대로 돌보고 가르칠 의욕이 생기겠나?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교통비 56%만 지급···"차비 반만 내고 출퇴근하는 것 아니지 않나"

- 다른 요구사항들은 어떤 것이 있나?
교통비 지급해 달라는 것도 있다. 이것도 8분의 4.5만 지급한다. 8시간 근무자대비 아마 56%쯤 될거다. 5시간 근무한다고 버스비를 반만 내고 다니는 것도 아니지 않나? 발상이 너무 치사하다. 명절비도 8시간 근무자와 같이 100% 지급해 달라고 요청했다. 설날, 추석에 8시간 근무자는 각각 20만원 나오는데 돌봄전담사는 11만원 받는다. 근무시간에 비례해서 주는 것이다. 그나마 이것도 작년에 처음 생겼다.

- 돌봄전담사 말고도 비슷한 직종이 있는 사람들은 어떤 분들인가?
교무행정실무원들도 고충이 많다. 이들도 대부분은 방학 중에 학교에 나가지 못한다. 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니까. 이들 요구는 365일 일할 수 있게 해달라는 거다.

- 그것 말고는 다른 요구사항은 없나?
업무가 많아졌다. 작년 교육감이 공약으로 교원업무를 경감시키겠다고 했다. 당연히 인력이 충원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업무간소화로 업무를 줄일 수도 있지만 상당부분은 교원업무가 비정규직인 교무행정실무원들에게 넘어온다. 업무가 늘어나는 건 당연하지 않겠나?

- 급여체계는 어떤가, 시간제인가 월급제인가?
예전에는 시간제로 하다가 2013년부터 월급제로 바뀌었다. 그렇다고 월급이 늘어난 건 아니고 오히려 시간제로 할 때보다 줄어든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월급제를 받아들인 이유는 각종 복지나 임금에 관한 단체교섭이 월급제 급여를 받는 사람들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시간제일 경우 아파서 병원가면 그만큼 시간이 빠지니까 급여도 줄게 되는 어려움이 있었다.

- 급여는 얼마나 받나, 급여를 정하는 방식은 어떻게 되나?
학교비정규직 종사자들의 급여기준은 3종류다. 첫 번째 영양사, 두 번째 조리사, 나머지는 ‘기타 그 외’로 분류한다. 대부분은 ‘기타 그 외’에 속한다. 이들 중 8시간 근무하는 조리원의 급여가 기준이 되고 거기에 맞추어 근무시간 만큼 급여가 정해진다. 우리 같은 경우는 8분의 4.5가 책정된다. 지난 3년 동안 월급은 세금, 4대보험 제하고 나면 90만원 안팎이었다.

- 교섭은 어떻게 진행되나?
도 교육청, 그러니까 경상남도 교육감하고 단체교섭을 진행한다. 우리 ‘학비노조’를 포함해 여성연대, 교육공무직본부가 ‘학비연대’라는 이름으로 교섭하고 있다. 학비노조가 민주노총 소속 조합이긴 하지만 상급단체인 연맹이 뚜렷이 없다. 바라기는 대학노조, 전교조, 학비노조 등이 하나로 모여 ‘교육연맹’ 정도로 가는 것이 맞는 것 같은데, 민주노총 내에서도 아직 진전된 바는 없다.

- 지회장을 맡은 이유는 뭔가, 힘든 자리로 보이는데.
사실 거제지회도 2011년 만들어졌다. 그런데 재작년까지 지회장 할 사람이 없어 ‘사고지회’로 있었다. 안되겠다 싶어 나라도 하자고 마음먹고 시작했다. 힘들거라는 건 예상한 일이라 괜찮다. 다만 학교비정규직 종사자들이 분필 들고 직접 아이들 가르치는 건 아니지만 아이들 교육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라는 점을 사람들이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조그만 인식전환이라도 이루어지고, 우리들의 근무환경이 조금이라도 나아진다면 바랄게 없다.

2월 28일 경남도교육청 앞에서 열린 학교비정규직노조 경남지역 조합원들이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앉아있다.(사진 강성훈기자)

우리의 가까운 곳에, 사랑스런 자녀들이 매일같이 다니는 학교에, 우리 아이들을 먹이고 가르치고 뒷바라지 하는 ‘선생님 아닌 선생님’들이 있다. 차이는 있으되 차별은 없어야 한다는 외침이 오늘 여전히 우리 곁을 떠돌고 있다. ‘장그레의 식용유세트’가 단순한 드라마 속 이야기가 아닌 바로 우리 이웃의 이야기로 안타깝게 전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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