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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골목상인, 자영업자' 몰락 위기에 몰렸다
'전통시장, 골목상인, 자영업자' 몰락 위기에 몰렸다
  • 노재하, 김민수 기자
  • 승인 2015.04.01 20:34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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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롯데마트 한 달, 그 후(상) ··· 지역경제에 어떤 영향 미쳤나?

지난 2월 26일 롯데마트 거제점이 옥포1동에 문을 열었다. 롯데마트 입점에 앞서 전통시장과 동네 상권, 중소 자영업자들의 몰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에 소비의 편리성과 대형마트 입점으로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기대하는 입장이 상존했다.

롯데마트 개점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지역경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는지, 롯데마트 쪽의 주장처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어떤 역할을 했는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롯데마트 입점 후 생긴 변화와 앞으로의 대안을 두차례(롯데마트 입점, 지역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상) 롯데마트와 지역 상권의 상생방안은 없나?(하))에 걸쳐 나눠 싣는다.(편집자)

지난 2월 26일 문을 연 롯데마트 거제점은 지하 1층~지상 3층에 연면적 1만8606㎡ 규모로 영업장만 1만5301㎡에 이른다. 롯데마트 1층은 생활용품, 침구, 화장품 매장으로 2층은 음식료, 주방용품 등 영업매장으로 꾸며졌으며 3층은 하이마트, 키즈카페, 문화센터 등이 들어섰다. 지하 1층은 주차장으로 480대를 수용할 수 있다.

롯데마트 입점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옥포지역의 옥포시장, 중앙시장 등 전통시장과 농협하나로마트, 수협마트 등 준대형 유통점포 그리고 수퍼마켓, 정육점, 식당 등 자영업자들을 두루 만나 취재했다.

이들 옥포지역 전통시장과 중소자영업자들은 “대우조선의 경기불황에 소비도 많이 위축된 편인데 롯데마트 입점으로 매출액이 눈에 띄게 하락했다”며 “반짝하는 개업효과로 끝날 지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고 불안한 심경을 토로했다.

동네 골목 수퍼마켓 ‘직격탄’ 맞아…"폐업 준비하고 있다"

“롯데마트 입점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간혹 담배를 찾는 손님 말고는 거의 없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더니 월세는 커녕 도저히 희망이 없어 폐업을 준비하고 있다”

롯데마트 건너편 아파트에서 아내와 함께 미진수퍼마켓을 운영하는 이종규(67)씨의 말이다. 그는 6년 전 퇴직을 하고 퇴직금 1억 원을 들여 노후대책 일환으로 주로 미진아파트 주민들을 상대로 큰 욕심없이 운영해 왔다고 했다.

그는 “벼랑에 내몰린 심정으로 얼마 전 시청에도 갔다. 며칠 뒤 롯데마트 점장을 찾아 갈 계획”이라며 “그야말로 생존권이 달린 문제로 1인 시위라도 나설 각오다. 사람들이 왜 자살하는지 알 것 같다”고 절망감을 토로했다.

30년 동안 옥포에서 ‘오뚜기 마트’를 경영하며 별 어려움 없이 자식들 교육에다 결혼까지 시켰다는 유종남(62)씨는 “이번 달에 매출액이 50% 넘게 급감했다. 이렇게까지 어려웠던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옥포지역 대부분의 수퍼마켓 점주들은 대체로 평균 20%~30% 정도의 매출이 감소했다고 전했다.

▲ 동네수퍼마켓인 미진마트의 매장안 채소보관실. 물건이 팔리지 않아 더 이상 물건을 받을 수도 없어 선반이 비어 있다.

전통시장"시장 찾는 발길 뚝 끊겨"
- 롯데마트와의 '상생협약'으로 옥포시장 5억, 중앙시장·옥현상가 3억씩 받아

롯데마트 입점 이후 전통시장인 옥포시장과 중앙시장을 찾는 시민들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그동안 단골로 이용하던 손님들조차 마트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전했다.

정육점을 7년 째 운영하고 있다는 이경자(가명, 53)씨는 “일단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절반 정도 줄어 업종을 불문하고 장사가 잘 안 된다”면서 “특히 식육점, 채소가게, 과일가게, 속옷가게 등이 치명상을 입고 있다”고 말했다.

옥포시장 입구에서 정육점 '늘봄 소와돼지마을'을 3년 째 운영하는 가게주인(43)은 "경기 탓이라고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어렵지는 않았다. 가게 세도 내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옥포시장상인회 원일식 회장은 “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나, 이는 3월 달 개학시즌이라는 계절적 요인과 주공아파트 재건축으로 600세대가 빠져나간 것도 그 이유 중의 하나다”라면서 “롯데마트 입점 영향 탓이라고만 단정할 수는 없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내 놓았다.

옥포지역 시장상인회는 롯데마트 입점에 따른 상생협약체결을 통해 시설개선 자금 등의 명목으로 옥포시장상인회는 5억 원, 중앙시장과 옥현상가는 각각 3억원씩 '발전기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원일식 회장은 “시장 내 70여개 점포주들에게 균등하게 나눴으며, 일부는 시장 내 시설개선자금으로 남겨뒀다”고 밝혔다.

▲ 26일 오후 4시경 옥포시장. 한창 저녁장 보러 나온 사람들로 북적일 시간인데도 한산하다.
▲ 옥포시장 입구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한 가게주인은 "월세를 맞추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골목상권…‘식육점, 문구·과일·속옷·채소가게’ 매출 급감, 음식점까지 매출하락 영향
- 우체국 골목, 상권 몰락…아파트·외국인 등 롯데마트로 발길 돌려
- 골목상권과 롯데마트와의 상생협력 논의 이어져야

우월한 서비스와 가격 경쟁력은 물론이고 접근성까지 확보한 롯데마트의 출현으로 어느 곳보다도 ‘우체국 골목’ 영세 자영업자들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이곳에서 20년째 강남방앗간을 운영하는 김철종(76)씨는 롯데마트가 들어서기 전까지 위쪽 대우아파트, 그린파크, 삼도로얄 등의 아파트 주민과 외국인들 그리고 학생들까지 주로 이곳을 많이 찾았지만 현재 롯데마트로 대부분 발길을 돌렸다고 했다, 그는 “요즘 불경기라 안 그래도 좋지 않은 상황에 롯데마트까지 들어서 가게 운영 자체가 어려워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골목에서 31년 동안 학생백화점을 경영하고 있다는 이상득(64)씨는 “자영업자가 먹고사는 것도 문제지만 롯데마트가 들어와서 골목상권이 무너지면 지역경제도 송두리째 죽을 수 있다 ”며 “시장상인이나 로드샵 자영업자들은 지역에서 번 돈을 다시 지역에서 소비하면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킨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장상인회가 '상생기금'을 받고 롯데마트 입점에 찬성 결정을 해 준 것에 불만을 터트렸다. 그는 “시장상인회는 그나마 시에서 시설개선이다 자매결연이다 해서 다들 얼마나 많이 도와 주느냐?”며 “오히려 시장상인회 보다 훨씬 많은 골목상인들과는 상생에 대한 일체의 협의도 없이 마트 입점을 결정한 시 행정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롯데마트는 주변 상가를 둘러볼 겨를이 없을 뿐만 아니라 지역의 돈이 서울 본사로 다 올라가 버리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거제시가 적극 나서 지역경제공동체라는 큰 틀에서 롯데마트 쪽과 옥포지역 상인들간의 상생협력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우체국골목'에서 20년째 강남방앗간을 운영하는 김철종(맨 왼쪽)씨는 "가게 운영이 어려울 것"이라고 답답한 마음을 내비쳤다.
▲ 31년간 학생백화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상득씨는 "골목상권, 자영업자가 무너지면 지역경제도 송두리째 죽는다"고 강조했다.

수협·농협마트도 매출하락, 음식점까지 타격

롯데마트 입점에 옥포소재 수협마트와 농협하나로마트에서도 할인행사를 진행하며 대응은 해나가고 있으나 20~30% 내외의 매출액 감소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옥포지역의 식당에 식자재를 공급하고 있는 업체 관계자에 의하면 “대우조선 직원들이 롯데마트 내 푸드코너 이용이 늘어나면서 지역 음식점까지 타격을 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옥포 김밥나라 김명수(가명, 38)씨도 “김밥, 우동 등 분식가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언급했다.

롯데마트 입점 이후 비록 한 달 뒤 일어난 일이라고 할 수 있지만 급격하게 달라진 유통환경 속에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음식점까지 업종을 불문하고 물건을 사러 오는 손님이 귀할 정도로 위기를 겪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

매장안내도.

대형마트나 아파트는 기본적으로 자가용 운반, 일괄구매라는 특성을 지닌다. 가격 경쟁력에다 다양한 품목을 한꺼번에 살 수 있는 이점 등으로 인근의 아파트 주민과 젊은 세대로부터 대체로 환영받는 분위기다.

롯데마트를 찾은 주부 김아무개(36)씨에게 마트를 찾은 이유를 묻자 “재래시장은 비좁고 탁한데다 사람들에게 치이는데, 여긴 한 번에 모든 것을 다 구할 수 있으니까 좋다. 한 달 치를 한꺼번에 사는 데는 이렇게 할인점이 가장 편하다"라고 말했다.

전통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도 무시할 수만은 없다. ‘더 낮은 가격과 더 좋은 질의 서비스’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고현 지역에만 홈플러스가 들어선 것은 동네 간 서비스 불균형을 초래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일부에서 롯데마트가 들어서면 옥포지역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부동산가격에는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옥포지역 다수의 부동산 관계자들은 “롯데마트가 들어선 엘크루 아파트 외 집값이 상승했다는 점은 발견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매장 오픈날인 2월 26일, 시민들이 쇼핑을 하러 매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거제시가 롯데마트 입점 영향, 객관적 조사·분석에 나서야”

지난해 7월 성낙일 서울시립대 교수 등이 한국은행 발행 계간지인 <경제분석〉에 게재한 '대형 유통업체의 시장 진입과 소매 업종별 사업체 수의 변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2000∼2011년 대형 할인마트와 SSM의 개점 시점을 확인, 시·군·구별 소매업 사업체수 변화를 종속변수로 놓고 인구, 지역소득 등 다른 변수를 통제하는 방식으로 인과 관계를 회귀 분석했다.

분석 결과, 대형 할인마트 1개가 추가로 문을 열 때 지역 내 소규모 슈퍼마켓은 22.03개, 전통시장으로 상징되는 식료품 소매점은 20.10개, 전체 소매업 사업체는 83.3개의 감소를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해당 지역 내 소규모 슈퍼마켓의 5.3%와 식료품 소매점의 4.5%가량이 문을 닫게 되는 셈이다.

이를 옥포지역에 직접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일 수 있다. 그렇지만 롯데마트가 우리 지역 경제에 과연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해서 봐야할 대목이다.

롯데마트 개점 이후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옥포의 일부 지역과 업종에 대한 제한적 취재 결과로 한계는 있을 수 있다. 롯데마트 입점 외 다른 계절적 요인과 외부적 요인을 고려한다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롯데마트 쪽이 말한 바와 같이 지역경제 활성화나 고용에 크게 기여한 긍정적인 측면보다 지역상권 몰락이라는 부정적이 영향이 예상했던 것 보다 더 큰 것은 분명해 보인다.

거제경실련 정책위원장인 이헌 교수(거제대학교)는 “거제시는 매달 롯데마트의 매출과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객관적 조사와 면밀한 분석에 적극 나서 이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변화된 유통환경에서 우려했던 ‘롯데마트로의 블랙홀’, ‘지역경제 붕괴와 몰락’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적절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대형마트 쪽에 상시적인 상생협력협의체 구성을 제안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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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2015-04-06 20:44:03
상인들보다 주민들이 더 갑이 아닌가
시민들은 값싼 제품을 원한다 거제물가 너무비싸다
거제에는 왜 이마트나 아울렛이 안들어오는가
거제시는 적극 유치하라

송미량 2015-04-02 08:05:01
롯데마트는 상생의 의지가 없는...
행정은 구제 노력이 더 없는...

송미량 2015-04-02 08:01:17
공무원들은 개업빨이라고 강건너 불구경이고,
옥포 주민들간 갈등도 만만치 않습니다.
발전지원금 때문에 민-민 갈등. 롯데마트 문제로
5분발언도 하고,
관계부서 전화해서 떠드는것도 한 두번이지...
못할 짓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