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24-04-24 08:55 (수)
미래를 본다, 빅데이터
미래를 본다, 빅데이터
  • 이 헌
  • 승인 2015.06.09 16: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칼럼]이 헌(거제대 교수, 거제경실련 정책위원장)


이 헌_칼럼위원
거제대 교수, 거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위원장

지금, 우리 사회는 빅데이터 시대다. 빅데이터는 지구생성 이래 가장 규모가 크고 생성주기도 짧으며 그 형태도 숫자나 문자는 물론 사진, 소리, 동영상을 포함하는 대규모의 데이터를 말한다.

인류는 지금과 같이 방대한 데이터가 쏟아져 나오는 시대를 경험한 바 없다. 과거 산업사회에서 석탄이, 현 사회에선 원유가 생활을 지배하였다면, 이제부턴 새로운 원동력인 빅데이터를 그 위치에 두어야한다. 우리는 그동안 제3의 혁명인 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정보화 사회를 거쳐, 광통신망의 제4혁명 그리고 IT(정보기술)와 스마트기기 기반의 제5혁명에 처하게 됐다. 빅데이터시대는 이로 인해 시작된 것이다.

지난 5월 16일, 국립중앙도서관의 장서가 1천만권을 돌파했다. 놀라운 일이다. 세계적으로도 국립도서관으로서는 15번째에 해당한다. 이 방대한 서적을 짐작하려다, 트위터에서 하루 1억 5500만 건의 정보가 생성되고, 하루 평균 유튜브 동영상 재생건수가 40억 회를 초과함을 알고서는 빅데이터 시대를 아니 짐작할 수 없는 노릇이다.

여기에다 개인 블로그, 밴드, 페이스북, 사이버카페, 인터넷 쇼핑 등을 통해 그야말로 데이터의 폭풍 속에서 생활한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우리 각자가 데이터의 생성자요 소비자란 것이다. 결국 빅데이터는 우리의 흔적들로 이뤄진 경이로운 세상이다.

얼마 전, 대표적인 쇼핑몰에서 윗옷을 검색한 바가 있었다. 제법 한가하다고 여겨 나른한 봄날의 오후를 소위 눈팅으로 즐겼다. 며칠 후, 인터넷 뉴스를 검색하다 그날 검색한 상품과 또 이와 유사한 상품들이 자동으로 열린 창으로 쏟아져 들었다.

이는 누구라도 경험할 일이다. 신기하게 여겨질 일이지만 이내 이게 빅데이터의 결과임을 짐작했다. 사정이 이 같으니 우리 모두가 데이터 생성자가 아니라고 발 뺄 수 없지 않는가. 옛 사람들은 짐승을 사냥할 때 그 발자국을 쫓아 뒤를 따랐다.

하지만 지금 우린, 매사에 짐승의 발자국과 같은 흔적을 남긴다. 흔적은 추적의 대상이다. PC를 통해 인터넷을 검색하고 모바일 기기를 이용하여 가요를 듣는 것도 흔적으로 남는 발자국이다. 쇼핑의 경우를 조금 더 접근해 보면, 쇼핑몰을 운영하는 자는 잠정적 방문자가 검색하며 돌아다닌 기록을 모두 안다.

그리고는 이를 신속히 분석하여 어떤 디자인과 색상 등을 검색하는 지 통계분석하고 곧장 이에 적합한 상품의 제작을 지시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신상품은 구매자에게 정확하게 홍보되고 쇼핑몰에 등장하여 구매를 유도한다. 또, 어느 시간대에 얼마동안 쇼핑몰에 머물렀는지를 파악하여 방문검색자의 일상을 분석한 후 그에게 적합한 금융상품이나 여행상품 심지어 즐겨 찾을 맛집까지도 유추해준다. 이 모든 게 빅데이터의 산물이다.

빅데이터의 특징은 첫째, 짐작할 수 없이 방대한 데이터양이요, 둘째, 데이터 생성속도가 순식간이며 그 형태가 다양함이요, 셋째, 데이터의 가치가 생성자의 의도와는 달리 나타날 수 있고, 그 복잡한 결과는 다양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전통적인 여론조사는 선거당일까지 박빙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트위터 분석은 실제 당선자를 이미 예측해 주었다. 소위 트위터나 카카오톡을 비롯한 각종 에스엔에스(SNS)를 분석하면 정치, 사회, 의료, 기업 등 의사결정을 위한 정보를 충분히 과학적으로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기업은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고객의 행동을 미리 예측하고 대처방안을 마련하여 기업경쟁력을 강화한 후, 생산성 향상은 물론 비즈니스의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확산은 공공기관에서도 적용되어 사회적 비용감소와 공공서비스 품질향상을 기하고 있으며, 농업부문에선 각 지역의 주요 농작물의 영농결과를 예측하는 실정이다.

이렇듯 빅데이터는 단순히 대량의 데이터를 말하는 게 아니라, 그 무엇도 그 누구도 제공하지 못했던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 새로운 미래를 펼쳐 줄 것이다.

정보가 고도화되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시대, 이를 제5의 혁명이라고 정의하지 않더라도 이미 그 현상은 기존의 삶과 확연히 다른 대변혁의 삶을 요구하며 등장했다.

지난 5월에 타계한 존 내쉬는 수학자로서 게임이론 또는 균형이론을 알려주었다. 그는 게임에서 모두가 이길 수 있는 원칙을 보여주며 이것이 윈윈이라고 하였다. 모두가 이길 수 있는 게임, 고전적인 생각으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이 원칙은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우리 모두가 평등하고 예의 바른 사회로 바로 설 때만 가능한 일이다. 빅데이터 시대의 우리는 이 과제를 직접 풀어야 할 막중한 의무가 있지 않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