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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연맹' 다룬 다큐영화 <레드툼> 24일 거제서 만난다
'보도연맹' 다룬 다큐영화 <레드툼> 24일 거제서 만난다
  • 노재하 기자
  • 승인 2015.06.10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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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독립영화제 우수작품상···지심도, 가조도 등 거제희생자 소개

“은폐된 무덤이 골골이 드러나고, 아무도 말하지 않았던 역사가 생생한 기억과 함께 육성으로 재현된다, 그들의 인터뷰는 각자 다르지만, 같은 곳을 향한다, 카메라는 그렇게 구술의 역사가 되어, 오늘 우리 사회에 질문을 던진다, 그들을 학살한 이들은 누구인가? 왜 이들의 원통한 죽음에 사회는 여전히 침묵하는가? 죽은 자는 있으나, 죽인 자는 없는 세상, 그 뼈 무덤은 여전히 빨갱이 무덤인가?”

‘빨갱이 무덤’이라 이름 붙여진 영화. 한국전쟁 전후 보도연맹원 학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레드툼>(Red Tomb, 구자환 감독, 상영시간 97분)이 24일 오후 7시 거제시 공공청사 6층 강당에서 상영된다.

<레드툼>은 한국전쟁 전후 이승만 정권에 의해 자행된 '국민보도연맹' 민간인 집단학살 사건을 다루고 있다.

국민보도연맹은 1949년 이승만 정권이 공산주의자들을 전향시켜 국가관리 체계에 두고자 만든 단체다. 하지만 애초 취지와 달리 가입자는 중구난방으로 모집되었다. 지나친 실적주의와 지역할당제가 생겨나면서 밀가루 혜택 등을 받으려고 굶주린 사람들도 가입했으며, 자기도 모르는 사이 남의 모함을 받아 보도연맹원이 되는 등 제대로 된 정보도 없이 많은 이들이 강제적으로 가입되었다.

당시 보도연맹 결성을 관장했던 검찰과 경찰 주요 간부들은 국민보도연맹원 규모를 약 3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증언했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국민보도연맹원들은 군과 경찰의 지휘, 명령에 의해 단지 인민군에게 동조할 수 있다는 가정만으로 재판도 없이 산으로 끌려가 죽임을 당하거나 바다에 수장 당했다.

이들 보도연맹 희생자들은 공산주의나 민주주의와 같은 사상이나 이념이 뭔지도 모르는 평범한 농·어민들이 대부분이었다. 비록 전시라고 할지라도 좌익세력에게 협조할 수 있다는 의심과 가정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억울하게 희생됐다.

보도연맹사건은 오랫동안 이념적 문제로 철저하게 금기시되면서 희생자들의 주검과 함께 역사 속에 감춰졌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만들어 지면서 국가가 유족들에게 사과하고 보도연맹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전쟁 전후 보도연맹사건을 포함해 민간인 희생자는 30만~50만명으로 추산만 할 뿐 유해발굴이나 더 이상의 진실규명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레드툼>에 등장하는 '보도연맹'사건의 피해자 유족들.

영화 <레드툼>은 구자환 감독이 2004년부터 경남 창원, 거제, 진주, 통영, 밀양 등 주요 민간인학살지 발굴 현장과 위령제를 찾아 유족들의 목소리를 취재해 이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한 것이다.

<레드툼>은 한국전쟁 당시 벌어졌던 보도연맹 사건 학살 현장을 목격한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등장한다. 모두 부모형제, 친구, 이웃의 억울한 죽음을 지켜봤던 유족들과 당시의 목격자들이 뼈아픈 과거를 기억하기 두려워하고 말하기 꺼려할 것이 분명한데도 구 감독은 수없이 많은 증언들을 끌어내고 들려준다.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다큐멘터리가 해야 할 기록의 의무를 감동적으로 표현했다.

또한 거제지역 출신으로 진실화해위원회 조사관으로 참여했던 전갑생(44,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원) 연구자의 해설과 역사사료를 통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보도연맹사건의 아픔과 생명과 인권의 가치 등을 담아 재구성했다.

구지환 감독이 2004년부터 기획하고 10년에 걸쳐 직접 제작한 영화 <레드툼>은 정식 개봉에 앞서 2013년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독립영화쇼케이스, 광주인권영화제, 인천인권영화제, 진주인권영화제에 초청받아 호평을 받았다.

영화 <레드툼>은 7월초 일반극장에서 정식 개봉될 예정이다. 영화개봉에 소요되는 3천만원 마련을 위해 시민후원금을 모집 중에 있다.

정식개봉에 앞서 거제시민단체연대협의회가 주최하고 노무현재단거제지회가 주관해 상영하는 이번 행사는 영화상영 후 구자환 감독과 전갑생 연구원과 노재하 전 거제유족회 사무국장이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 시간이 마련된다. (문의: 배동주 노무현재단거제지회 사무국장, 010-5773-6077).

구 감독은 9일 <거제뉴스광장>과의 통화에서 “국민보도연맹의 진실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였다”며 “유족들이 영화를 통해 응어리진 한을 조금이나마 풀었으며 좋겠다”고 영화를 만든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거제에는 위령제 때 취재하러 여러 번 왔다. 이번 영화에서 지심도와 가조도에서 희생된 보도연맹사건이 소개된다”며 “ 특히 거제의 유족들의 많이 찾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거제에서는 한국전쟁 전후 당시 거제에서는 1천여명에 이르는 양민들이 이른바 ‘거제민간인 희생사건’과 ‘거제지역 보도연맹사건’으로 지심도와 가조도 등지에서 희생된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거제지역 보도연맹사건 조사보고서에서 “1947년 8월부터 1950년 9월까지 빨치산 협력자, 국민보도연맹원, 부역혐의자 및 그 가족이라는 이유로 거제주민들이 CIC통영파견대장의 명령에 따라 거제경찰서, CIC, 해군G-2, HID소속 군인들에 의해 지심도, 가조도 앞바다 등지에서 수장되거나 집단희생 당했다”고 밝혔다.

또한 “희생자의 신원이 확인된 사람은 119명(추정 28명 포함)이나 이는 신청사건을 중심으로 조사한 결과이다. 거제지역에서 800~900명이 희생되었다는 자료와 진술을 감안한다면 희생자는 147명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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