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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는 투표로만 말하지 않는다
유권자는 투표로만 말하지 않는다
  • 거제뉴스광장
  • 승인 2015.07.09 01:3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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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이 헌(거제대 교수, 거제경실련 정책위원장)


이 헌_칼럼위원
거제대 교수, 거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위원장

마산 가포항엔 인공섬이 확정됐다.

시민이나 국민은 투표로만 말하지 않는다. 유권자는 극한의 힘을 지닌 최대의 가치다. 이는 민주국가나 다른 이념의 국가에서도 불변의 의미며, 왕정을 펼친 제국주의에서도 시민과 국민은 최고의 가치를 존중받고 가장 큰 힘으로 작용했다. 따라서 모든 정치는 시민과 국민의 뜻을 따라야 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 유권자는 이를 어느 때라도 심판해야한다.

유권자의 힘은 일회성이 아니다. 그렇지 않다면 유권자부터 일종의 시험을 거쳐 선별되어야한다, 그 만큼 막중한 권한을 지녔기에. 하지만 모든 유권자가 평등하게 투표하는 것은 1회의 선택을 통해 대리자를 선정하는 것일 뿐, 그 대리자에게 일정기간이나마 모든 결정을 부여한 게 아니다.

시대는 시시각각 변한다. 투표당시의 환경이 임기기간 동안 정체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고 면밀하게 판단하고 행동하도록 변모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치적 대리자를 선정할 때 지녔던 판단은 이후 그 어느 때라도 변할 수 있다. 여기서 유권자의 진정한 힘이 발생한다.

다시, 유권자는 투표의 책임이 있다. 대리자 선정에 대한 책임이 있다. 그렇다면 유권자인 시민이나 국민은 투표로만 뜻을 표한 것으로 끝내선 안 된다. 단 한 번의 투표가 야기 시키는 일에 대한 책임을 지녀 지역을 감시하고 사회를 뚫어 보아야한다.

한편, 정치적 대리자는 임기 내 전권을 부여받은 게 아니다. 유권자와 소통하고 그 결과를 추진하는 대신의 일처리를 할 임무가 주어졌을 뿐이다. 이것이 투표 전에 약속된 대신의 정치 이른바 대의정치의 실체다.

고현항사업이 실시계획승인 고시되었다. 교육의 본연적 의무인 무상급식은 사라졌다. 이보다 일찍 4대강이 막혔다. 이들을 보면서 모든 사업이 장단점이 있고 역사에 맡겨질 것이라고 외치지만, 지금의 충격과 미래의 폐단이 분명한 것을 두고는 아집과 독선 나아가 소수의 이익이란 것에서 생각이 벗어나지 못한다.

투표의 기대는 이러한 모든 피해를 감수하려는 게 아니었다. 보다 시민적이고 국민적인 선택을 잘 수행해줄 것에 있었다. 1회의 투표로 일정기간을 홀로 독재하듯, 우리의 삶의 터전과 삶의 방식을 난도질하라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가. 무소불위의 권력이라고 여기는 탓일까. 자신이 가장 위대하고 가장 현명하여 겸손치 않아도 된다는 것일까. 위의 예들은 대리자의 오만으로 보기에는 너무도 가혹한 결과들이다.

잘못된 규정규칙과 법률은 즉시 바꾸면 된다. 소위 소프트웨어는 언제라도 변경 가능하다. 하지만 매립이나 4대강과 같은 대단위 사업, 즉 하드웨어의 잘못들은 어찌 복원하겠는가.

권리가 권력에 무너지고 권한이 오만에 굴복하는 것은 유권자의 잘못된 선택이라고 하기 전에 대리자의 잘못이지 않겠는가.

고현항은 쉽사리 접근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거제시의 위상이나 시민의 편익을 위해 고현항이 밀려나 매립될 그 어떤 근거도 없다. 이는 기회 때마다 불특정한 이들에게 물어본 바, 그 어느 누구에게서도 타당한 실마리나 찬성의 얘기를 듣지 못한 것으로 대신한다.

한 때, 인공섬(아일랜드형)에 대한 주장이 있었다. 이는 매립을 필수적인 사업으로 선정한다면 그나마 이 유형이 타당할 것이라는 의미였다. 항만이 불편하고 볼거리가 부족하며 바다가 썩어만 간다면 이를 치유하는 방책으로 인공의 섬을 조성하여 가치를 발견하려던 것이었다. 이는 지금의 승인고시된 것과 같은 주거와 상업지가 중심인 것과는 사뭇 달랐다. 농담처럼 이런 생각을 한다. 옥포와 견내량과 칠천도를 잘 아는 통제사 이순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였을까.

시점이 늦었다는 소리가 있다. 하지만 이도 적절한 시점부터 귀를 닫고 강행한 탓이다. 뿐만 아니라 시민과 국민은 잘못을 보상하기 위해 새로운 출혈도 마다하지 않는다. 녹조물을 마시지 않기 위해 4대강보 철거를 반대할 이유가 없고, 고현항매립사업의 진척을 보상하기 위해 시재정에 손실이 온다할지라도.

유권자는 투표로만 말해선 안 된다. 싫은 것은, 잘못된 것은 반대하여야한다. 그것이 유권자가 보여 줄 힘이며 권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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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사람 2015-08-20 10:20:16
옳으신 지적입니다.
훼손된 자연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석름봉에서 고현만을 보았다면 매립 결정이나 방조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 본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