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2주동안의 버티기 끝에 결국 원내대표에서 물러났습니다. 대통령이 작심하고 온 국민을 향해 '배신자'라고 찍어낸 그였기에 13일간의 항전은 꽤나 길어 보입니다.
하지만 그는 순순히 물러나지 않았습니다. 9일 기자들의 카메라플래시를 받으며 그가 내놓은 사퇴의 변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입니다. 좀 놀랐습니다.
1948년 제정 이후 늘 그자리에 있었던 헌법 1조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구절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숱한 세월, 권력에 저항한 메세지로 우리에게 다가왔고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파동때 시청광장과 광화문을 가득 메운 시민들이 '명박산성'앞에서 부르짖던 말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입니다. 영화 '변호인'에서 송강호가 법정에서 재판장을 향해 울부짖던 말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입니다.
이런 역사를 갖고 있는 헌법1조의 가치가 유력 보수 정치인의 입에서, 것도 대통령의 눈밖에 나 쫒겨나는 마당에 언급된 것은 그래서 놀라운 일입니다. 헌법 1조 1항은 곧장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말과 붙여서 회자됩니다.
대다수 언론들은 그가 헌법 1조를 인용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해석합니다. 사건의 발단이 된 국회법개정을 둘러싸고 대통령의 권력이 의회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했다는 의미가 담겨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보다 폭넓게는 주권자인 국민을 보고 가겠다는 뜻으로도 여겨집니다.
진중권 교수의 말처럼 마치 중국 문화혁명시대 홍위병을 연상시키는 대통령 충성파들의 악다구니 속에서 그는 울림이 있는 깊은 메세지를 던졌습니다. 제대로 된 보수정치, 누구 말마따나 '혁신하는 보수'의 탄생을 보는 것 같아 기쁘기까지 합니다.
"우리에게 유승민은 없는가?"
순간, 우리 거제의 현실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우리에게는 '유승민'이 없는가?라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졌습니다.
멀쩡하던 무상급식을 통째로 거덜내고, 수십만 학부모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거리로 내 몬 것도 모자라, 분노한 시민들의 소환운동에 "교육감도 같이 해보자"고 비웃듯이 말하는 도지사에게 여당 시의원 누구 한 사람 헌법의 가치를 말하지 않습니다. 아니 헌법까지는 몰라도 지방자치의 가치를 입에 올리는 이가 없습니다.
2014년 말, 무상급식 예산 없애고 서민자녀교육지원 사업예산 편성하라는 한 마디에 도내 18개 시·군이 알아서 기었습니다. 시·군 의회도 뒤질새라 따라가기에 바빴습니다. 거제는 서민자녀교육사업비로 정말 웃기기까지 하는 영어마을 운영지원비, CCTV설치비 같은 항목을 집어넣었습니다.
올해 들어 도지사가 그 예산 항목을 바우처사업, 맞춤형 교육지원사업, 교육여건개선사업으로 바꾸라고 한마디 하니 역시나 일사분란하게 움직였습니다. 서민자녀들만 따로 불러내 "서민자녀학습캠프'를 하는 것이 교육적으로 옳은 일인지, 여타의 많은 사업이 교육청에서 하는 사업과 중복되지는 않는지 캐묻고 따지려 들지 않았습니다.
엄연히 자치행정권과 예산편성권, 자치입법권과 예산심의권을 가지고 있는 자치단체와 의회를 '도지사 출장소'쯤으로 여기는 서글픈 현실에 대해 "거제시는 지방자치단체다'라고 말하는 '유승민'이 우리에겐 없었습니다.
6월 2일 도지사는 시장, 군수들을 만나 "바우처사업은 도비로 하고, 맞춤형사업과 교육여건개선사업은 자치단체가 알아서 하라"로 한발 물러 섰습니다.
그런데도 그 말을 '오버'해서 알아들은 시장은 '도비 900억 지원' 운운하는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며 기어코 '알아서' 그 사업 예산을 편성해 의회에 넘겼습니다. 자치 예산편성권을 '알아서' 반납해 버렸습니다.
의회는 '지방자치'라는 말 대신 듣기도 민망한 '정당정치'라는 말이 난무했습니다. 전날 삭감에 동의한 시의원들은 다음날 태도를 바꿔 '일치단결해' 예산을 되살려 놓았습니다. 의회 스스로 자치 예산심의권을 내팽개쳤습니다. 이들이 생각하는 정당정치가 '정당(의 대장)이 시키면 우리는 한다'는 것과 무엇이 다를 지 난감합니다.
"거제시는 지방자치단체다"
유승민 의원이 사퇴하고 난 후 하루만에 그의 지지율이 김무성 대표의 턱밑까지 치고 올라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도 균열이 생겼습니다. 대통령과 그의 홍위병들로부터 갖은 수모를 당하며 변방에 불과했던 한 국회의원이 차기 대통령 선호도 1,2위를 다투는 집권당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한 이유가 뭘까요?
모를 것 같지만 국민들은 현명합니다. 국민이 위임했을 뿐인, 공익을 위해 사용하라고 잠시 빌려준 권력을 사유화 했을때 국민들은 분노합니다.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훼손하는 그러한 절대권력에 맞서지 못할때 국민들은 분노합니다.
때론 비굴해 보이고 눈칫밥을 먹어도 가치를 잃지않는 정치인을 국민은 존중합니다. 절대권력에 맞서 상식과 원칙과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는 정치인에 국민들은 환호합니다.
먹고 사느라 바쁜 국민들은 그 순간, 잊고 지냈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명제를 뚜렷이 되살려 내고 주권자로서 자신을 곧추 세웁니다.
국회의원이라면 국가를 있게 만든 국민을 바라봐야 하듯이, 지방자치의원이라면 지방을 있게 한 주민을 보아야 합니다. 역할이 다르고 하는 일이 다를 뿐,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의 근원적 가치는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 거제시의원들이 시민을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유권자'가 아닌 '주권자'로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이제는 공천권자가 아닌 주권자로 눈을 돌려야 합니다. 도지사와 시장의 눈치가 아닌 추운 겨울부터 몇 달 동안 길거리를 전전하는 학부모들의 눈을 응시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도지사의 횡포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고, 지방자치를 훼손하는 것에 엄중하게 항의해야 합니다. 그럴때 시민이 환호합니다.
시민의 모든 삶은 정치와 연결돼 있고 모든 정치는 보수와 진보의 양 날개로 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극과 극은 통한다 했습니다. 극우와 극좌가 아닌 양심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머리를 맞대는 거제를 시민은 희망합니다.
유승민은 사퇴하면서 "따뜻한 보수, 정의의 보수, 진영을 넘은 합의의 정치에 이르지 못했다"고 국민에게 사과했습니다. 그의 언어가 국민의 마음을 얻은 것은 그의 진심을 국민이 알아줬기 때문입니다. 보수도 이럴 수 있다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그가 꿈꾸는 정치를 응원합니다. 곧 우리 거제에도 '유승민'이 생기기를 희망합니다.
쌩뚱맞은 논리의 근거가 먼가요?
혹시떠오르는샛별정도로 달리보이는건가요?
한국정치인들 전부 똥범벅이고요 화해 좋합니다.
연대도 좋아하고요.
섭섭하네요 수많은정치인중에 유승민이라니?
놀랍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