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24-04-24 08:55 (수)
지속가능한 도시재생···핵심은 '주민참여'
지속가능한 도시재생···핵심은 '주민참여'
  • 김용운 대표기자
  • 승인 2015.11.18 00: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5 지속가능발전 전국대회' 참가기(3)-녹색도시포럼 두 번째

‘2015 지속가능발전전국대회’가 충청북도 '맑은 고을' 청주에서 10월 14일부터 2박3일간 일정으로 개최됐다. 청주 예술의전당을 중심으로 인근에는 ‘지속가능발전’이란 주제를 공유한 전국의 지방의제21 추진기구 관계자들과 시민 1500여명이 모였다. 거제에서는 담당공무원과 늘푸른거제21시민위원회 임원4명이 참가했다. 아직 우리에게는 낯선 ‘지속가능발전’의 이해를 위해 대회 참가기를 4회에 걸쳐 나눠 싣는다.(편집자 주)

글싣는 순서
1. 전국에서 모인 지방의제21, 지속가능발전과 SDGs
2. 녹색도시포럼, 도시의 미래를 말하다 - 사회적경제의 미래
3. 지속가능한 도시재생, 핵심은 '주민참여'
4. '뜨는 도시, 지는 국가'···의제21에 관한 몇가지 오해, 거제에 던져진 과제

통영시 동피랑. 벽화로 유명해진, 마을만들기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출처: 블로그. 모쥬드의 포항여행)

최근 몇 년새 전국적으로 이른바 '마을만들기' 열풍이 불고 있다. 지속가능발전 운동의 모범사례로 곧잘 등장하는 것도 마을만들기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있고, 잘만 하면 관광객도 끌어모을 수 있어 지역 경제에 끼치는 긍정적인 효과도 적지 않다.

'마을만들기'가 지방의제21을 중심으로, 기존의 철거형 도시개발을 지양하고 공동체와 경제를 복원시키는 자발적인 운동이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대표적 모범 사례인 통영의 동피랑, '한국의 마추픽추'라 불리는 부산의 감천벽화마을은 연간 수십만명의 관광객이 들리는 전국적인 관광지로 자리잡았다.

앞으로 이 마을만들기 사업은 '도시재생사업'의 한 범주에 자리잡을 전망이다.

전국에 불어닥친 열풍, 도시재생사업

'도시재생'이란 기계산업 위주에서 전자, IT산업으로 산업구조가 변하고, 신도시와 신시가지 중심으로 도시가 확장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낙후된 기존 도시를 경제·사회·물리적으로 복원하고 부흥시키자는 개념이다.

'도시재생지원센터'는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는 주민을 지원하는 실무센터로, 우리에겐 낯설지만 이미 상당수 지방자치단체에서 조직돼 운영되고 있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해 나가기 위해 꼭 설치해야 할 조직이다. 

도시재생사업의 시작과 도시재생지원센터 설립은 2013년 6월 제정돼 그해 12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도시재생특별법)이 기폭제가 됐다.

이 법에 의해 정부는 도시재생특별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를 설치하고 국가도시재생 기본방침을 수립했다. 또한 국토교통부에 도시재생기획단을, 공공기관 등에 도시재생지원기구를 설치했다.

각 지자체 역시 (지방)도시재생위원회(또는 본부)를 구성하고, 이를 추진할 전담 부서(이를테면 거제시 도시재생과)와 주민지원업무(교육, 상담 등)를 총괄하는 도시재생지원센터를 설치하게 된다. 서울, 경기도, 부산시와 같은 광역자치단체는 물론이고 기초자치단체까지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일부 지자체는 조례를 제정해 이를 독려하고 있기도 하다.

청주시 옛 연초제조창. 국제공예비엔날레 전시장으로 탈바꿈하면서 도시재생의 가능성을 보였다. (출처: 김호일 청주문화재단 사무총장 페이스북)
주민참여형 도시재생사업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청주시 중앙동. '선진지 견학' 단골 대상이다. (출처: 블로그. 나주라는 세상이야기)

구체적 성과를 내기 위해 국토부는 지자체 공모를 통해 도시재생특별법을 적용할 선도지역을 지정하는 등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선도지역은 도시재생이 시급하고 파급효과가 높은 지역을 대상으로 한다.

국토부는 2014년 4월 전국에서 응모한 86개 지역 중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위원회를 거쳐 13곳을 선도지역으로 지정해 4년간 각 지역마다 계획수립비(5천만원~2억원), 사업비(60억원~25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서울시 또한 올 3월 자체적으로 서촌을 포함해  27개 '서울형 도시재생 선도지역'을 선정했다.

도시재생사업은 흔히 '경제기반재생형'과 '근린재생형'으로 구분한다.

경제기반형은 항만이나 철도, 하천 등 국가 핵심시설의 정비와 개발을 연계해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고 고용기반을 창출하는 계획이다. 반면 근린재생형은 생활권 단위의 생활환경 개선, 주차장과 놀이터 등 기초생활 인프라 확충, 전통시장과 골목시장 살리기, 공동체활성화를 주요 목표로 한다.

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다되어가는 현재까지 주요 지자체의 추진성과를 보면 경제기반형에 비해 근린재생형이 압도적으로 높다. 경기연구원의 '도시재생특별법 제정에 따른 경기도 도시재생 추진방안' 보고서(2014.7)에 따르면 도시재생사업대상지 33곳 중에서 경제기반형은 1곳에 불과하고, 나머지 32곳이 모두 근린재생형이다. 

도시재생 사업대상지가 되기 위해서는 인구(감소), 산업(침체, 이탈), 건축물(노후)에서 '쇠퇴'조건에 맞아야 한다. 이 3가지 조건중 2가지 이상 만족하는 지역을 쇠퇴지역으로 판단한다.

도시재생의 결과, 원주민이 떠난다면 완전히 실패한 사업
도시재생대학, 주민 역량강화 위한 주요한 수단

지속가능발전전국대회 둘째날 오후, 그룹별 워크숍에서 단연 관심을 끈 것은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이었다.

워크숍은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을 포함해 ▲지속가능한 돌봄의 공공성 확보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지역에너지 ▲ 적정기술과 로컬거버넌스 ▲유엔지속가능발전목표(SDGs) 국내 이행전략 ▲지방자치 20년, 자치분권 운동의 평가 ▲안전한 먹을거리와 식량주권 ▲ 지속사능한 사회를 위한 환경교육 활성화 방안 등 8개 주제로 진행됐다.

지속가능한 도시재생 워크숍은 권일 충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장(한국교통대 도시교통학과 교수)가 사회를 보는 가운데 류경무(어반터치라온) 대표이사, 전원식(도시경관재생연구소) 소장의 주제발표로 시작됐다.

토론자로는 최정우(목원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원세용(청주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 봉광수(청주시 도시재생과) 팀장, 김동호(세종특별자치시 도시재생지원센터) 센터장이 참여했다.

'주민역량강화를 통한 지속가능한 도시재생' 워크숍에서 참가자들이 발표하고 있다.

류경무 대표는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의 방향'이라는 발제문에서 도시재생의 실패와 성공의 원인을 짚었다. 그는 바람직한 도시재생은 물리환경적 측면, 사회적 측면, 경제적 측면에서 지속가능성을 가져야 하고, 그러한 지속가능성의 전제조건은 '과거와 현재, 미래의 공존'이라고 강조했다.

물리환경적 지속가능성은 토지, 환경, 도시계획, 건축물 설계, 에너지 등을 포함한다. 사회적 지속가능성은 공동체, 형평성, 정체성, 안정성, 삶의 질 등을 내포한다. 경제적 지속가능성은 생산성 향상, 도심산업, 부가가치 창출 등이 보장돼야 한다는 의미다.

류 대표는 도시재생특별법의 근본 취지가 물리적 환경개선에 치중해 온 기존 개발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자립적인 도시재생'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또한 일본의 부케야시키 거리(가나자와), 영국의 테이트 모던 박물관(런던), 스페인의 구겐하임 미술관 분관(빌바오) 등의 예를 들며, 도시재생이 낡고 노후화된 기존 시가지를 모두 철거하고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 흔적을 보전하고 이를 바탕으로 활력과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도시재생의 목적이 지역 주민과 이용자의 편의와 복지에 있기 때문에 주체 역시 지역 상인이나 행정이 아니라 지역주민과 이용객들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기간에 뚜렷한 성과를 내려 하다가는 중복투자와 업무 혼란으로 효율성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특히 "도시재생의 결과 원주민들이 떠난다면 그것은 완전히 실패한 사업"라고 강조하며 공동체(커뮤니티)가 남아있지 않은 도시재생사업은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서울 서촌 복원사업과 홍대앞 예술거리에서 보듯이 도시재생으로 구도심이 번성하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오히려 원주민이 내쫒기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경계했다.

도시재생대학은 주민역량을 강화하는 주요한 방법이다. 하지만 전문가의 과잉간섭을 배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출처: 뉴시스와이어)

전원식 도시경관재생연구소 소장은 도시재생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이 사업을 추진하는 주민들의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일부 지자체가 운영해 성과를 내고 있는 '도시재생대학'의 현황과 성과를 짚었다.

전 소장은 도시재생대학이 경제·사회·문화 등 도시의 종합적 기능회복을 위한 미래비전을 실현하고, 계획수립시 주민참여를 활성화시키며, 일반 시민의 건전한 의식함양을 위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도시재생대학을 '활력있는 도시를 위한 대안을 스스로 찾아보는 실습위주의 체험학습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한 그는 청주시, 예산군, 아산시 등의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도시재생대학의 조직구성과 운영원리를 설명했다.

학장, 총괄교수, 지도교수, 주민이 함께 아이디어를 내고, 토론해 그 결과를 사업에 반영하고 실제 추진하는 주도 세력을 양성하는 곳인 셈이다.

지역 내 대학교수나 문화예술 관련 종사자, 지자체 관련 연구기관, 시민단체 리더 등을 지도교수로 하고, 대상지역 내 주민을 팀으로 배치해 각각 과제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전 소장은 마지막으로 도시재생대학이 단순한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그 추진세력이 공동체로 계속 남아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경관 개선에 치우친 도시재생, 주민 생활 향상에 기여 못해 

토론자들은 하나같이 도시재생 사업이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주민의 사업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흔히 정부주도형 사업이 그러하듯이 성과중심으로 사업이 진행되어서는 실제 그곳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는 상관없는 엉뚱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산 감천벽화마을. 도심재생사업의 모범사례로 꼽히지만, 경관개선에 치우쳐 실제 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는 미흡했다는 지적도 있다. (뉴시스)

부산 감천 마을살리기에 관여했던 김동호 박사(세종특별자치시 도시재생지원센터장)는 "감천 마을에 23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대부분 경관 사업에 집중됐다. 수많은 관광객은 이곳을 찾아 탄성을 지를지 몰라도 정작 이 곳에 사는 주민들은 아직도 공용화장실을 사용하기도 한다"며 "진정한 도시재생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안타까운 현실을 지적했다.

김 센터장은 또한 사업추진에 있어 전문가의 과잉간섭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주민역량강화가 전문가들이 나서서 주민을 '지도'하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 소통과 협의, 합의된 정책에 대한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원세용 교수는 주민들이 자신들에게 돌아올 혜택 뿐만 아니라 사업이 갖는 '공공성'에 대해서도 이해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민들이 선진지를 견학할 때 눈에 보이는 외형만 볼 것이 아니라 그러한 결과에 이르게 된 과정과 사람들의 태도도 함께 배워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도시재생이 경제적으로 지속가능하고, 주민들의 참여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사회적경제와 연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마을기업이나 협동조합과 같은 주민들의 경제공동체가 도시재생 사업의 중요한 한 축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봉광수 청주시 도시재생과 팀장은 그동안 도시재생사업을 전담하면서 공무원의 협치마인드가 부족했다고 인정했다. 이어 "도지재생사업의 핵심 주체는 주민과 지방행정"이라 지적하고 적극 행정에 대한 면책에도 불구하고 소극적인 태도로는 사업을 제대로 추진해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거제시는 도시성장이 빠른 곳이다. 신도시 중심 경향도 가속화되고 있다. 얼마 있지 않아 낡고 칙칙한 회색 건물이 불꺼진 채 도시의 여러 곳을 차지할 것이다. 이미 고현, 장승포, 옥포 등지에서 우리는 그같은 '쇠퇴'지역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행정과 시민의 고민이 함께, 시작돼야 한다. (4부에 이어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