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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운'이 '나다운'이 되려면
'나다운'이 '나다운'이 되려면
  • 김용운 대표기자
  • 승인 2015.11.24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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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칼럼]꼭 하겠다는 '의식개혁' 운동, 공감을 위한 몇가지 제언

공약사업으로 확정된 이후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1년 4개월동안 우여곡절을 겪었다. '시민의식 선진화'를 위한 시민운동본부 출범 말이다.

23일 창립을 통해 모습을 드러낸 '거제시 나부터 다함께 시민운동본부'(나다운)는 권민호 시장의 역작이다. 그는 이 일에 대단한 열정과 애착을 보였다. 거제시에서 내로라하는 81개 단체가 이 운동에 앞장서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 사업의 정점에는 권민호 시장이 있다. 

지금까지 '공약사업'이라 이름 붙은 대부분이 수백억, 수천억원의 뭉칫돈을 필요로하는 대규모개발사업이었음을 감안하면, 시민의 의식이 바뀌어야 하고 이를 위해 대규모의 시민조직이 필요하다는 그의 공약은 매우 소프트하다.

시장이 이렇게까지 심혈을 기울인 것을 보면 그가 불편해 하는 거제의 모습, 행정의 수장으로서 바꾸어 보고자 하는 진심과 의지도 읽을 수 있다. 어떤 것이 바뀌어야 한다고 믿는 것일까?

시에서 내놓은 3대 중점과제(기초질서 확립, 친절·예절 거제, 희망·나눔 행복도시)를 쉽게 풀이하면 이런 것이다.

길거리는 쓰레기와 담배꽁초로 넘쳐난다. 상가주변 도로는 불법 광고물로 인도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하다. 불법 주정차는 예사고, 교통법규는 안걸리면 괜찮은 것이다. 거제 사람들은 불친절하고 물건 값은 비싸다. 웃는 얼굴은 찾아보기 힘들고 안 그래도 억센 사투리에 욕은 기본이다. 칭찬과 감사에 인색하고, 남에게 베풀 줄은 모른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진 몰라도, 전부는 아닐지라도 우리가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보고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공감할 여지가 매우 높다.

이것을 바꾸자는 것이 '나다운'의 목표다. 좀 교양있는 말로 포장하면 시에서 말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품격있고 살기 좋은 명품도시 조성'이 된다.

명분도 있고, 시장의 의지도 있으니 이 운동이 앞으로 잘 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이 순탄하기만 할 수는 없다. 넘어야 할 장애물이 한 두개가 아니다. '나다운'에 속한, 창립총회에 모인 70여명의 단체 대표자들도 이 점을 충분히 알고 있다.

문제는 이미 상당수 사람들 입에서 나왔거나 조금만 신중하게 생각해보면 들추어낼 수 있는 것들이다. 애써 외면하지만 않는다면. '나다운'이 의도한 성과를 내는 '나다운'이 되기 위해 고민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사업의 실효성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시에서 낸 '실천과제'를 보면 상당수는 시의 각 부서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일이다.

불법광고물 문제는 도시계획과에서, 노점상 문제는 도로과에서, 교통법규 준수와 합동단속은 교통행정과와 거제경찰서에서, 쓰레기 불법투기 단속과 재활용은 자원순환과에서, 식당의 친절교육이나 위생업소 점검은 환경위생과에서 주요한 업무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제값받기 운동(조선경제과), 운수업계 종사자 친절교육(교통행정과), 자원봉사자 확충과 소외계층 발굴(주민생활과), 어르신 일자리 사업(사회복지과), 다문화가족지원(여성가족과)도 마찬가지다.

결국 '나다운'이 할 수 있는 일은 '이렇게 하자' 또는 '이렇게 하지 말자'라는 홍보전에 치우칠 공산이 크다. 펼침막이나 손팻말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거나 전단지를 만들어 상가나 시민들에게 나누어 주는 일이 주 업무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듯이 이렇게 가서는 구태를 벗어날 수 없다.

그것이 뭐가 나쁘냐고 할 지 모르지만,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그 정도는 지금까지 대부분 해오던 일이라는 점이다. 이처럼 대규모 조직을 만든 취지에 맞게 과감하고 혁신적인 방식과 내용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의미다. '나다운'이 '나다운'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단체 대표자들의 솔선수범도 중요한 문제다.

1년 4개월전 이 운동이 '시민의식개혁운동'으로 알려졌을 때 가장 큰 반대 논리는 '누가 누구의 의식을 개혁한다는 것인가'라는 것이었다. 

누군가가 자기 삶에 개입하는 것을 쉽게 받아들일 사람은 많지 않다. 하물며 이 운동이 사람의 의식이나 습관을 바꾸고자 하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저항에 부닥칠 확률은 더욱 높다. 그래서 사람에게 접근하는 현명한 방법이 필요한데, 제일 큰 무기는 손을 내미는 사람의 솔선수범이다.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자기가 존경하지 않는 사람이면 그가 '하자'는 내용이 아무리 손쉬운 것이라도 들은 척도 않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보잘것 없는 지위에 있어도 그의 삶을 따르고 싶어하는 사람은 그가 제안하는 내용이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이라도 마음은 열 수 있다. 

'나다운'이 외치는 선한 뜻이 외면받지 않으려면 속한 단체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 박행용 본부장은 "회원단체의 소속원이 5만명이다. 시민 5명씩만 계몽하자"라고 했다. 하지만 일반 시민에 앞서 이들 단체 구성원부터 운동의 취지에 공감하고 솔선수범에 나서면 일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행여나 낮에는 불법 주차 하지 말자고 어깨띠 두르고 다니다가 밤에는 자기집 담벼락 옆 공용 주차공간에 물통 갖다 놓고 다른 사람 주차를 방해하는 것과 같은 일이 생길까 걱정이다.

중복되는 사업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도 빠뜨릴 수 없다. 

'나다운'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수많은 캠페인이나 봉사활동은 이미 많은 단체에서 시행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예산지원을 받는 일부 단체는 아예 단체의 목적사업으로 정해놓고 있기도 하다.

관변 단체 여부를 떠나 자발성에 기초한 이러한 활동을 '나다운'은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대로 내버려 둘 것인지, 아니면 흡수할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제3의 방안을 모색할 것인지 대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개별단체와 시민운동본부 모두에게 해가 될 뿐이다. 일부에서 '옥상옥'이라는 비판이 일었던 것이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핵심사업에 집중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나다운'의 사업계획은 실로 방대하다. 이제 창립을 한 형편이라 아직 구체적인 사업계획까지 나온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가 살아가는 현장 구석구석에 걸쳐 있다. 그래서 산만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시장의 의지가 강하고 역량이 뛰어난 단체들이 모여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하겠지만, 어쩌면 능력을 과대평가한 면도 없지 않다.

단체 대표자들은 생업이 있는 사람들이다. 아무리 치열하게 정신무장을 했다 하더라도 그들이 고민하는 일차적인 곳은 생업이 있는 터전이다. 과도한 짐을 안겨서는 지속성이 보장되지 않는 이유다. 

현재의 능력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거기에 걸맞게 할 수 있는 만큼의 일을 집중적으로 해내는 것이 더 값질 것이다. 쓰레기면 쓰레기, 교통법규면 교통법규, 한 두가지 가장 긴급하다고 여겨지는 현안에 역량을 집중하기를 권한다.

내용을 집중하기 어렵다면 지역적으로 한 곳을 집중해서 그 성과를 퍼뜨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를 테면 고현동을 시범지역으로 해서 6개월이고 1년이고 이곳에 모든 역량을 투입하는 것이다. 그 결과에 대해 주민의 만족도가 높아지면 다른 곳으로 퍼져나가는 것은 쉬운 일이다. 어차피 길게 보고 가야 할 길이다.

대한민국 국민이 차량정지선에 앞 범퍼를 가지런히 대기 시작한 것은 아주 오래전 '이경규가 간다'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겨우리만치 오랫동안 이 프로그램은 횡단보도 앞 주차선, 교차로 주차선을 지키자는 오락성 캠페인을 벌였다. 새벽이나 한밤, 낮시간을 구분하지 않았고, 10차선 대로나 2차선 소로를 가리지 않았다. 집중과 반복의 효과다.

정치적 중립성 지키고 편가르기 하지 말아야 한다.

'나다운'에 참여하고 있는 단체의 상당수는 국가기관이거나 행정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곳이다. 그러다보니 다분히 행정에 우호적인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참여하지 않고 있는 단체에 대한 시각이다. 권민호 시장은 이 운동이 거제시의 모든 단체란 단체는 다 모이는 것이 지극히 정상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만약 어떤 단체가 제안을 받고도 거절했다면, 이는 시장이 싫어서라기 보다 이 운동의 취지나 실효성, 또는 방법론에 동의하지 못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아니면 자기 조직의 정체성에 맞지 않다고 판단했거나 무슨 일을 하자는 것인지 내용조차 파악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특히 이 조직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나다운'은 각 단체의 개성과 의견을 존중해야 하고, '참여하는 단체'와 '참여하지 않는 단체'라는 이분법으로 편가르기 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민관 협력적 파트너십을 구축하자'고 시작한 일이 오히려 '파투'가 나서는 안될 일이다.

철저하게 정치적 중립성을 견지해 정치적 이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잠재워야 한다. 이 조직이 어떤 정치색을 띄기 때문에 정치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지만, 참여하지 않는 단체에 특정 정치적 색깔을 덧씌운다면 이보다 더 위험천만한 일은 없을 것이다.

의식개혁에 앞서 문제 원인을 살펴야 한다.

'나다운'은 의식개혁운동을 표방했다. 도로내고 건물짓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시장을 비롯해 본부장은 험난한 일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하지만 많은 시민들은 자신의 의식에 문제가 있다고 믿기 보다는 '기초질서를 어길 수 밖에 없는' 사회적 환경을 더 주목한다. '나다운'도 이 점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담배를 피고 꽁초를 길에 버리는 다수의 사람들은 꽁초를 버릴만한 적당한 대상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들은 인접한 횡단보도까지 가기가 너무 멀거나 육교를 이용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이들의 의식을 탓할 수는 없다. 이를테면 휴대용 재털이를 무상으로 지급하거나 추가로 횡단보도를 긋는 등의 가능한 범위 내에서 시설의 보완이 필요한 지 살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심각하다고 여기는 곳을 우선 파악해야 하고, 사람들의 행태를 살피고 이유를 따져봐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의식 개혁'을 외치기 전에 시민과의 접촉과 관찰을 통해 원인을 분석하는 세심함이 필요하다.

평가지표를 개발해야 한다. 

어떤 조직이나 일이든 '성과'라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을 목표로 했고, 그 목표가 어느만큼 달성되었는가를 비교해 볼 수 있어야 한다. 대기업은 물론이고 작은 구멍가게까지 하루의 목표와 한 달, 일 년의 목표가 있다. 팔아도 그만 못 팔아도 그만, 돈을 벌어도 그만 적자여도 그만인 곳은 없다. 행정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하고 있다.

하물며 거제의 수많은 단체가 모여서 거제의 미래를 새롭게 바꿔보겠다는 야심찬 뜻을 품은 '나다운'이라면 추상적인 비전이나 목표가 아닌 구체적인 목표를 내놔야 한다. 평가지표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야만 사업의 진척 정도를 확인할 수 있고, 수시로 평가할 수 있고, 성과를 높이기 위한 보다 현실감있는 방법도 만들어낼 수 있다.

'무단횡단을 줄이자'가 아니라 '무단횡단 발생 건수가 몇 건이었는데, 몇 건으로 줄이자'가 제시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어디와 협력할 것인지, 월별, 분기별, 연도별 목표를 어디까지 할 것인지를 설정할 수 있다. 그래야 '목표를 이루었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감이나 대충의 눈길, 노력한 기간으로 성과가 있고 없고를 결코 판단할 수 없다.

여성 대표성 보장해 주어야 한다.

이번 창립총회에서 모인 70여명의 단체 대표자들 중 여성은 불과 대여섯명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기관이나 사회단체가 여전히 남성 중심으로 짜여져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하지만 조직이 움직이는 그 바탕에는 여성 비율이 더 높을 것이다. '나다운'도 마찬가지다.

실제 참여는 여성비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이를 대표하는 여성들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면 이는 심각한 불균형이다.

성평등의 측면을 떠나 사업의 성과를 위해서도 여성의 역할이 더 크면 컸지 작지 않다. 정관상 단체 대표자만이 회원이 될 수 있다는 조항을 고쳐서라도 여성의 대표성을 어느 정도는 보장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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