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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이 제일 힘들었어요. 서명 못 받아서"
"비오는 날이 제일 힘들었어요. 서명 못 받아서"
  • 김용운 대표기자
  • 승인 2016.01.14 05: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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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거제무상급식운동 1년(2)···주민소환을 가슴에 품은 사람들

2015년, 한 해 동안 거제를 가장 뜨겁게 달군 이슈는 단연 '무상급식'이다. 홍준표 도지사의 무상급식 폐지에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평등밥상'으로 맞섰다.

1년동안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비, 서민자녀교육지원조례, 도의회 연찬회, 학부모 고소고발, 무상급식 의무화 조례 개정과 주민청원, 7차에 이르는 시청앞 대규모 집회, 매일 학교앞 시위와 거리집회를 거쳐 결국 도지사 소환운동으로 일단락 됐다. 

'순진한 엄마'들이 도지사와 맞장뜨고 '민주주의 수호자'로 나서기까지 무상급식 운동의 의미를 2편의 기사(⓵밥에서 민주주의로, 엄마에서 '투사'로···무상급식 1년 어떻게 흘러왔나 ⓶[인터뷰]주민소환을 가슴에 품은 사람들)로 나눠 싣는다. (편집자) 

'여장부'들 답지 않게 대담 내내 카메라를 피해 다녔다. @김민수 기자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주민소환을 추진하던 단체가 서명 마감일을 며칠 앞둔 12일 돌연 소환투표를 위해 받은 51만명에 이르는 서명지를 선관위에 제출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박 교육감 주민소환운동도 중단하겠다고 덧붙였다.

홍준표 도지사의 측근이 연루된 서명위조 사건이 터진 이후 수사망이 확대되는 것을 피하려는 고육지책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이로써 홍준표 도지사가 “같이 한번 해보자”며 의욕을 불태웠던, 도지사와 도교육감이 동시에 주민소환투표 대상이 되는 ‘빅매치’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11월 30일, 홍준표 주민소환투표를 위한 경남운동본부는 38만명의 도민 서명을 받아 선관위에 제출했다. 거제에서도 2만8000여명의 시민이 홍준표 도지사 주민소환에 찬성하는 서명을 했다. 거제시 유권자의 15%에 해당하는 예상치 못한 높은 수치다.

지난해 8월부터 11월말까지 넉달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어져 온 서명운동, 그 최전선에 서있던 거제운동본부 관계자들을 만나 그동안 가슴에 담아놨던 이야기, 소환운동의 의의를 들었다.

대담은 지난달 2일 비 내리는 오후, 참교육학부모회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장윤영, 이양식, 윤경아, 김연우, 이정희, 이해련, 김혜진씨 등 7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대담 김용운 대표기자, 사진 김민수 기자)

거제시에서 2만8000명 서명했다. 결과에 놀라는 사람이 많다. 이 정도 호응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나?

장윤영 목표는 이루었지만, 시작할 시점에는 걱정했다. 하지만 서명대에서 시민을 만날수록 호응을 확인했고, 우리가 하는 일이 정당하다는 확신 갖게 됐다. 학부모들이 이 일에 기꺼이 나설 거라고 사실 기대 못했다. 열심히 해 준 것에 대해 정말 감사한다. 우리 사회가 그렇게 이기적이지 않다는, 희망을 봤다.

윤경아 한 달 남겨놓고 서명집계가 8천명 정도 됐다. 목표가 2만명이었는데 불안하긴 했다. 하지만 10%가 안 될 거라고는 생각 안했다. 마감시간이 다가오자 학부모들이 더 뛰었다. 게다가 수임자들이 받아놓은 서명이 많았다. 그것이 중간에 집계가 안됐다. 11월 20일까지 한 명이라도 더 받아주겠다는 분들이 많았다. 한 달 남겨놓고는 하루에 500명씩 늘어났다. 분류하기에도 정신이 없었다.

제일 열심히 한 사람이 누구인가?

장윤영 김연우씨다. 새벽마다 대우조선 출근버스 앞에서 서명 받았다. 아마 남편이 출마해서 선거운동 하라 했어도 그렇게는 못했을 거다.(웃음)

김연우 사실 나처럼 살림만 하다가 나선 학부모들이 굉장히 많았다. 애들 아빠가 ‘처음에는 단순 가담이더니 나중에는 주동자 됐다’고 놀렸다. 지회장 처음 만났는데, 너무 열심히 하더라. 미안했다. 당사자인 우리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나가게 된 것은 사람이 많은 곳 찾다 보니 그렇게 됐다. 아파트 출근길이 황금어장이더라. 대우 아빠들이 정말 서명 잘 해줬다. 10명에 9명은 해줬다. 남편에게 11월 20일까지 아침에 눈떴는데 없어도 이해해 달라 부탁했다.

이정희 내가 하면 누군가 나를 보고 할 것이다,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힘이 안들었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함께여서 가능한 일이었다.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장윤영 무상급식원상회복 거제시민본부 상임대표

후유증은 없나?

이해련 길가다 무슨 행사 한다는 현수막 보면 서명대 들고 나가야 할 것 같고, 어디서 사람들 많이 모이는 것 보면 빨리 연락해야 할 것 같고, 그런 생각 요즘도 든다. 직업병이다. (웃음)

이렇게 오래 계속될 거라 예상했나? 중간에 포기하는 것 아닌가, 지켜보는 눈도 많았다.

장윤영 다수 학부모들은 빨리 끝날거라 생각했다. 시청 앞에서 집회하고 의원 찾아가고 하면 빨리 끝날 줄 알았다.

이정희 동부초나 외포초와 같이 면 지역 소규모 초등학교는 2학기부터 무상급식이 됐다. 그래도 이 학교 학부모들은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함께 했다. 내 아이 밥그릇을 넘어, 우리 아이들의 밥상을 생각했다. 애들 밥 가지고 이렇게 한 거 문제 있다, 도민 무시한 거다,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그런 생각이 학부모 사이에 퍼져 있었다.

김연우 사실 이렇게까지 오래 끌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지칠 법도 했다. 그런데 학부모더러 쇼를 한다는 등의 막말을 쏟아내며 비아냥거렸다. 그런 말이 학부모들을 더욱 분노하게 만들었다. 엄마들은 도지사 자격없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중간에 그만두지 않게 한 일등공신은 홍준표 지사다.

무상급식 운동, 소환운동에 참여하게 된 계기, 지금까지 끌고 온 동력은 뭔가?

이정희 번개모임 나오는 바람에 그냥 코 꿰인 거다.(웃음). 3월말 도란도란에서 번개모임 할 때 10명 좀 넘는 사람이 모였다. 대부분 일반 학부모들이었다. 그냥 있으면 안되는 거 아니냐 이런 생각에 다들 동의했다. 그때부터 밴드 만들고 정말 정신없이 지금까지 왔다.

이양식 왜 세금내고 경남만 무상급식 없애는가 하는 게 가장 기분 나빴다. 거기에는 예산도 아니고, 보편복지니 선별복지니 그런 논쟁도 없었다. 그냥 도지사가 대통령 되려고 정치적으로 수 부린다는 게 너무 눈에 띄었다. 자기 정치적 야욕을 위해 아이들 밥상을 제물로 삼고 학부모를 졸로 여긴 거다. 참기 어려웠다.

윤경아 더군다나 자기 입으로 후보 시절에 무상급식 계속 이어가겠다 했다. 근데 느닷없이 도 교육청이 감사를 받네 안받네 하는 문제로 무상급식을 걸고 넘어졌다. 교육청하고 풀 문제를 아이들 밥그릇으로 볼모 삼은 거다.

김혜진 4월 초인가, 현대자동차 사거리에 피켓팅한다는 얘기 들었다. 마음 맞는 학부모 2~3명 같이 참가했다. 전체적으로 한 50명 모인 걸로 기억된다. 나 혼자가 아니구나 생각했다. 그때 함께 끝까지 가보자고 생각했다.

이양식 집행위원장

소환서명 받으면서 느낀 점이 많을 것 같다.

장윤영 처음에는 상처도 많이 받았다. 초창기에 많이 들은 말이 이거 한다고 뭐 되겠나? 서명한다고 뭐 바뀌나? 그런다고 홍준표 내려오겠어? 이런 거였다. 우리는 ‘됩니다’ 그렇게 답했다. 결국 36만 넘는 도민들이 서명했다. 한 두 사람이었으면 못했을 일이었다. 함께 하니까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자기확신 없이는 어려웠을 것이란 얘기로 들린다.

이정희 소환운동하는 거 처음에는 회의적이었다. 정말 힘든 일이다. 성공한 사례도 없고, 안되면 홍준표에게 역공 빌미주는 거다, 그런 생각 많았다. 하지만 거제학부모들이 해보자고 의지를 모았다. 서로 응원하고 힘을 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해련 시민단체 활동하는 분들은 ‘안 했으면’ 그런 생각 했을 거다. 이런 운동 많이 해봤기 때문에. 서명운동이 얼마나 힘든지 아니까. 더군다나 도지사 소환운동이니. 하지만 경험해보지 못한 일반 학부모들의 사기가 더 높았다. 오히려 그들이 ‘가능하다, 해보자’ 그렇게 독려했다.

장윤영 농담처럼 들리겠지만 소환운동 하면서 살쪘다. 몸은 고단했지만 정말 즐겁게 했다. 처음에는 겁먹었던 게 사실이다. 1~2주 지나면서 함께하는 사람들이 서로 힘이 됐다.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주민소환 서명 받으면서 제일 기억에 남는 건 뭔가?

윤경아 8월 현대차 사거리에 첫 거리서명 받으러 나갔을 때다. 택시기사 한 분이 지나가다 차 세워놓고 와서 “이런 것 꼭 해야 하는 거다”며 서명하고 갔다. 오래 기억에 남는다.

이정희 초등학교 학예회 때 학교 앞으로 서명받으러 갔는데, 택배 아저씨 한 분이 ‘어디서 하는지 찾았다’면서 서명하고 간 적도 있다.

장윤영 도지사배 배드민턴대회장 앞에서 서명 받을 땐데, 공무원들이 “도지사배 대회인데 여기서 이렇게 할 수 있냐”며 서명대 거두라고 했다. 그때 대회에 참가한 선수가 주민등록증까지 들고와서 왜 그러냐며 서명하러 오기도 했다. 그제서야 공무원들도 돌아섰다.

김연우 경남FC 축구시합때 매표소 정면에서 했는데 상황이 비슷했다. 경남FC 구단주가 홍준표 지사인데 여기서 하면 되겠나 그러더라. 그래서 그랬다. 홍준표가 우리 경남FC 구단 제대로 운영했으면 2군으로 내려 갔겠냐고. 앞으로 제대로 하도록 서명이나 하고 가라 그랬다. 결국 아무말 못하고 가더라.

김혜진 공무원 중에서도 지나가면서 서명은 못해도 마음은 함께 한다고 말한 사람도 있었다.

이양식 사람이 모이는 곳을 재빨리 파악해야 하는 게 매우 중요했다. 서명운동 위한 카톡방에 관련 일정이 계속 올라왔다. 대우초 한 학부모가 거제시 모든 행사를 다 뒤져서 그 방에 올려줬다. 그 덕분에 홍길동처럼 온갖 곳에 다 갈 수 있었다. 그분 누군지 알면 선거캠프에서 섭외 들어 올거다. (웃음)

이해련 대부분 할머니들은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일일이 설명드리고 해야 하니까. 근데 시민의 날, 공설운동장 안에서 할머니들 서명 많이 받았다. 점심시간에 서명지 들고 돌아다니고 있는데 한 할머니가 불렀다. 그게 뭐냐며. 설명을 듣고는 “손주들 밥 줘야지”하면서 서명했다. 주위 분들도 흔쾌히 서명했다. 고생한다면서 밥까지 챙겨주셨다.

장윤영 할머니들 중에 28년생 할머니가 계셨다. 아마 최고령자일거다.

이정희 도서관에서 다른 행사에 강의 들으러 온 사람들 서명 받을 때가 있었다. 주최측에서 ‘우리가 어떻게 모은 사람들인데, 서명을 받느냐’며 물러나라고 했다. 물러날 수가 있어야지. 결국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나오는 사람들 받았다.

이정희 공동대표

서명운동 하는데 가장 많이 도움을 준 곳은 어디인가?

장윤영 권 시장이다. (웃음). 시민의 날, 차없는 거리 페스티벌 할 때 서명대 펼쳤는데, ‘권 시장이 우릴 돕는구나’ 그런 생각했다. 우리가 찾아가지 않아도 정말 많은 시민들을 한자리에서 만났으니까.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꼬박 12시간 서명을 받았는데, 피곤한 줄 몰랐다. 시민들이 줄서서 서명했다. 하루 동안 2천명 이상 받았을 거다. 그날.

윤경아 가을이라는 계절도 많이 도움이 됐다. 학예회나 축제도 많이 열렸고, 봄에 메르스로 연기된 것까지 겹쳐서 행사가 참 많았다. 우리로서는 다행이었다.

김연우 일반 시민들 도움이 컸다. 서명을 떠나 마음으로 응원해 줬다. 장승포 탑마트 앞에서 서명 받는데, 그날따라 바람이 너무 세게 불고 추웠다. 서명대 놔두고 어디 갈 수도 없는 상황인데, 어떤 엄마가 김밥하고 어묵을 사들고 와서 전해줬다. 먹고 하라고. 길바닥에서 김밥 먹는데 가슴이 콱 막혔다.

이정희 그러고 보면 밥 많이 얻어먹었다. 체육관 앞에서 짜장면 시켜준 시민도 있었다.

힘든 점도 많았을텐데.

이정희 오늘처럼 비오는 날이 가장 힘들었다. 서명 받으러 못나가니까. 행사가 취소되거나 아예 없는 날도 마음이 무거웠다.

이해련 유난히 주말에 비오는 날이 많았다. 너무 속상했다. 자전거대회도 취소되고. 3만명 충분히 넘길 수 있었을텐데 많이 아쉽다.

장윤영 삼성에서 걷기대회 했는데 1만명 이상 참가했다. 그런데 행사장 안에 못 들어가게 했다. 사우매장 앞에서 서명 받으라고 했는데, 그곳에 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날 눈물 났다. 평일에 삼성 후문 앞에서 점심 먹으러 나오는 사람들은 일부 받았다.

이정희 남편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사실 애들한테 많이 미안했다. 애들이 “엄마 무상급식 한다면서 우리는 왜 밥 안챙겨줘”라고 말할 때 울컥했다. 주말마다 집에 애들만 있고, 집 비우고 나설 때 가슴이 아팠다. 몸이 아플 때 집에서 쉬고 있어도 마음이 불편해 어찌해서 나가보면 “왜 나왔냐”며 등을 떠밀기도 했다. 그래서 그랬다. 쉬면 더 불편하다고. 그런 오고가는 얘기 속에 뭐랄까 친언니, 친동생 같은 진심이 전해왔다.

김연우 늦가을 되면서 보건소에 아이들 예방접종하러 오는 학부모들이 굉장히 많았다. 다들 젊은 엄마들이라 많이들 서명해 줘서 우리도 기뻤다. 근데 그 때가 미세먼지농도가 매우 높았을 때다. 아프면 안 된다는 생각이었지만 결국 목감기 걸렸다.

윤경아 공공기관에서 지나치게 경직되게 반응할 것 까지는 없었는데, 아쉬웠다. 한 번은 예술회관 공연장 입구에서 서명을 하려 하자 직원이 막은 적도 있었다. 그 자리에서 선관위에 전화해 가능하다고 확인시켜 주기도 했다. 섬꽃축제 때 직장인밴드 공연하는데 비와서 체육관에서 했다. 비 피하려 어쩔 수 없이 실내로 들어갔다. 근데 그것도 못하게 하더라. 그럴 땐 참 서글펐다.

김연우 공동대표

도와 교육청 사이에 무상급식 논의가 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장윤영 우리는 처음부터 줄곧 완전 무상급식도 아니고 2014년 하던 대로 하자는 거였다. (2014년 수준은 초등학교 전체, 중·고등학교 면지역 무상급식이다.) 홍 지사가 영남권 수준으로 하겠다고 했다. 그 말대로라면 초등학교 1학년밖에 급식 안된다. 결국 이거나 먹고 떨어져라는 것인데, 이걸 하기 위해 지금까지 싸운 건 아니다.

윤경아 경남도가 그나마 양보했다고 쳐도, 도나 도의회 안대로 하면 급식비 부담 15.2%로 전국 최하위다. 영남권 평균 25.6%의 절반 조금 넘는다. 전국 평균 39.8%와 비교하면 더 떨어진다. 그렇게 이중적으로 궤변을 일삼고 있다.

이양식 구체적인 수치를 잘 모르는 시민들이 들으면 ‘인제 무상급식 되는구나’ 이렇게 생각하게 만드는 거다. 언론을 통해 그렇게 호도하고 있다. 서명 받을 때 일부 시민들이 “무상급식 된다던데” 그런 말 더러 했다.

서명 요건은 채웠는데, 문제는 투표율 33.3%를 넘길 수 있느냐다. 가능하겠나?

김연우 되게 해야 한다. 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해야 한다. 광역은 처음이라 쉽지는 않겠지만.

이양식 기초단체장도 성공한 예가 없다. 기껏해야 경기도 하남시 시의원 2명 소환된 것이 전부다. 그래서 더욱 긴장하고 더 노력해야 한다.

이정희 이제 겨우 1단계 관문 통과한 거다. 끝난 게 아니다. 끊임없이 홍보하고 시민에게 이야기해야 한다. 홍 지사가 ‘박 교육감 만나겠다’ 이런 말 하는 것 보면 어느 정도 압박감은 느낀 것으로 보인다. 안될 것 같았는데 서명 초과해 받았던 것처럼, 투표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장윤영 서명은 신분을 노출시키는 거라 껄끄러울 수 있는 반면에 투표는 심적 부담이 덜할 수 있다. 물론 제주도처럼 공권력이 직·간접적인 투표방해에 나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투표율 높이려면 교육감하고 같이 해보면 더 좋을 것 같기도 하다.(대담이 있은 뒤 교육감소환운동은 중단됐다.)

무상급식운동 과정에서 시장이나 시·도의원들과 유난히 갈등이 많았다.

김연우 실망 많이 했다. 다들 걱정말라 해놓고 결국 뒤로는 학부모 의견 하나도 반영 안했다. 서민자녀지원조례 안한다 해놓고 통과시켰다. 4월에 시장 만났을 때 서민자녀교육 예산 없어서 하라 해도 못한다 해놓고 예산편성 다하지 않았느냐. 앞에서 거짓말하고 돌아서서 딴말 했다. 무상급식 조례개정이나 청원은 다 부결시키고.

윤경아 도의원들은 도지사 명령, 시의원들은 시장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실망이 컸다. 우리가 뽑은 의원이 맞나 싶었다. 도 눈치만 보고, 도만 되면 우리는 한다는 식이었다. 이게 과연 지방자치인지 회의가 든 게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장윤영 학부모들은 시장이나 시·도의원들과 처음 접촉했고, 사태를 처음 지켜봤다. 시장도, 시의원 말도 믿었는데, 결정 뒤집히고 하니까 이들의 실망감도 커져 갔다. 다수 학부모들이 정치에 대한 의식, 표의 중요성 느꼈다고 토로했다.

이양식 의회 방청하고, 직접 시정을 살펴보면서 시의원 개인의 자질도 눈으로 지켜봤다. 보스 정치와 다를바 없었다. 주된 학부모가 30대 초등학교 엄마들이다. 선거 때 투표율이 낮은 층이 2~30대인데, 이들이 정치의 중요성을 확인한 것이 성과라면 성과다. 오히려 거기에 대해서는 상을 주고 싶다. 자치 민주주의 교육의 장이 됐다.

이정희 본회의 방청, 상임위원회 지켜보면서 발언을 저렇게 밖에 못하나, 거수기 노릇 밖에 못하나 그런 생각 들었다. 소신도 없고 손만 드는 의원들, 정말 한심했다. 심지어 어떤 의원은 상임위원회 몇 번 지켜보는 동안 말 한마디 안하더라.

이해련 학부모들이 믿을 수 없게 만드는 것, 그것이 가장 큰 문제다.

윤경아 공동대표

학부모, 거제시, 시의회 등 4자모임은 어떻게 됐나? 반대식 의장이 제안한 걸로 아는데.

이양식 한 차례 모임은 했는데 그 뒤론 아직 연락이 없다.

일단 서명운동은 마무리됐다. 무상급식 시민본부 계속 유지하나?

장윤영 해산할 수 없다. 목표를 아직 이룬 것이 아니다. 예산책정도 점검하고, 할 일이 많다. 정말 무상급식 할 예산 없는 것인지, 67억원 없는지 살펴 볼 거다. 원래는 모든 중고생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되는 상황이었다. 거꾸로 가도 한참 거꾸로 간 것이다.

이정희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 터졌을 때, 그 바쁜 서명받는 와중에 시간 내 하루 동안 국정화반대 릴레이 1인시위 했다. 무상급식 뿐만 아니라 거제의 교육문제에 대해 이렇게 모인 학부모들의 의지가 계속됐으면 한다. 대우초 옆 교회공사도 학부모 모임이 없었으면 서로 공감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게 관심을 넓혀가야 하지 않나 싶다.

주민소환 투표가 총선 이후가 될 예정인데, 그때까지 여론을 이어갈 수 있겠나?

장윤영 학교급식법 개정 등 무상급식과 관련된 선거공약 요구할 거다. 당당하게 의견 밝히라 하고, 거기에 맞게 심판받으면 되는 것이다.

이양식 총선 시기 아마 경남에서는 무상급식이 첫 번째 이슈가 될 것으로 본다. 총선 결과가 투표에 영향을 어느 정도는 미치겠지만, 홍준표 도지사를 도민의 도지사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끊임없이 시민을 설득하고 소환투표에 나서도록 호소하겠다.

무상급식 때문에 거제가 전국에 알려진 건 대명리조트 집회였다. 학부모들이 많이 힘들어했을 텐데.

장윤영 정말 도의원들 비겁했다. 어느 한 사람 버스에서 내려 학부모와 진지하게 논쟁 안했다. 버스 안에 숨어서 사진이나 찍고 밥값, 배삯 학부모에게 물렸다. 그 정도 자신도 없으면서 뭐하러 홍준표 그림자나 밟고 있는지 한심하다.

이양식 대명리조트 건으로 23명이 경찰에서 조사받았다. 이 일로 심적인 고통 겪은 학부모들 많았다. 생전 처음 경찰서 조사받으러 나갔으니.

이정희 앓아누운 어머니도 있었다. 그때가 마침 주민소환 서명운동으로 전환되는 시점이었는데, 일부 학부모들이 양해를 구하며 빠졌다. 서명운동에 영향을 받은 건 사실이다.

김혜진 공동대표

마지막으로 총평 한 마디 해 달라.

장윤영 같이 해주신 분들 때문에 힘이 됐고 15%라는 결과가 나왔다. 우리 스스로가 할 수 있다는 용기를 냈고, 그것이 주위 학부모들의 마음을 함께 움직였다. 엄마가 살림만 하는 게 아니라는 것, 세상을 보는 눈이 있다는 것, 직접 행동으로 나설 수 있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줘 기쁘다.

인터뷰는 1시간 30여분 만에 끝났다. 사례비는 신문사 형편상 드리지 못한다고 했다. 대신 취재비 나오면 식사 한 끼 대접하겠다 했다. “번호표 뽑고 기다려야 할 걸요.” 어김없이 유쾌함과 낙관이 배어있는 말이 돌아왔다.

‘함께’ ‘서로’ 같은 말들이 이들의 오늘을 있게 했다.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형제처럼 이렇게 어깨를 감싸 안은 적이 있었던가? ‘운동의 처음과 끝은 사람이다’라는 고언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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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2016-01-14 22:24:42
김용운 대표기자님 ! 다른 지역 언론사에서는 크게 다루지 않는 부분도 끝까지, 심도있게 다루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잘 읽고,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