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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 심의한 시 도시계획위원회, 도 결정과 너무 달라
'풍력' 심의한 시 도시계획위원회, 도 결정과 너무 달라
  • 김용운 대표기자
  • 승인 2016.06.08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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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기정사실화'··· '공사 피해 예방' 조건만 달아 '조건부 가결'
▲ 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을 심의한 거제시 도시계획위원회가 경남도 도시계획위원회와는 달리 사업을 기정사실화하고 공사에 따르는 일부 피해 저감대책만을 '조건'으로 내세워 의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거제풍력이 옥녀봉 정상에 재추진 중인 풍력발전단지 조성과 관련해 2014년 이를 처음 심의한 거제시 도시계획위원회의 결정이 재심의 결정을 내린 경남도 도시계획위원회와는 판이하게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거제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지역의 주요 현안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없이 '졸속심사'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거제뉴스광장>이 입수한 거제시 도시계획위원회 '거제풍력발전단지 조성 및 작업로 개설에 대한 자문 결과'(2014년 6월 18일)에 따르면 위원회는 '조건부 가결'로 안건을 의결했다.

위원회는 당시 △관광효과를 위한 전망대 및 홍보관 설치 검토 △공사시 사업지 도로 입구 안전요원 배치, 공사 후 안내표지판 및 차단재 설치 검토 △사업지 도로 절성토 구간 산사태방지 위한 조치 및 환경피해 저감 방안 강구 △옥녀봉 삼각원점 원형보존 방안 검토 등 4가지 조건을 달았다.

거제시 도시계획위원회 입장에서는 비록 이 안건이 자문을 얻는 수준이긴 했지만, 사업 타당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소홀했다. 사업을 기정사실화 하고, 공사 도중에 발생할 수 있는 몇가지 위험 요소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라는 것이 전부였다.

풍력발전기 18대를 세우기 위해 옥녀봉 정상 약 10만㎡에 이르는 산림을 훼손하는 것을 전제로 한 사업임에도 이 사업이 타당한 목적을 가졌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심의하지 않은 셈이다.

특히 풍력발전단지 인근 주민들의 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던 시기임을 감안하면, 주민들이 주장하는 저주파, 소음, 대규모 토사 유출 등에 따르는 환경피해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었다.

이는 한 달 뒤인 7월 경남도 도시계획위원회의 '재심의' 결정문과 비교해보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2014년 7월 18일 열린 경남도 도시계획위원회는 생태계, 시공방법, 소음·진동, 풍속 등 다방면에 걸쳐 근거자료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도 도시계획위원회는 산정상부(능선)를 따라 작업로를 설치해 생태계 단절이 예상되므로 이에 대한 대책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적했다. 안전을 고려해 헬기나 케이블(삭도)를 이용한 시공방법을 검토할 것도 주문했다. 또한 소음·진동에 대한 시물레이션을 시행한 후 그 결과와 함께 풍속 데이터와 근거 자료를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나아가 "현 지형과 가장 유사한 국내외 사례를 조사 비교하여 사업의 타당성 자료를 제시"할 것도 촉구했다.

한 마디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증빙자료가 부족하고 풍력발전단지 조성 타당성이 드러나지 않아 사업계획을 승인할 수 없다는 취지다. 이렇게 내려진 '재심의' 결정 때문에 사업은 1년 10개월동안 잠복해 있다가 올 4월 총선을 앞둔 시점에 사업자가 재심 청구를 하면서 지역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문제는 경남도 도시계획위원회가 사업의 타당성 조차도 인정하지 않은 사업계획을 어째서 거제시 도시계획위원회는 기정사실화 했는가 하는 점이다. 풍력단지 조성에 있어 가장 중요한 구체적인 데이터나 증빙자료도 없는 사업계획이 시공에 따른 몇가지 '조건'을 전제로 통과된 것이 타당한가 라는 문제제기가 나올 수 밖에 없다.

특히 도시계획위원회는 거제시 111개 위원회 중 건축위원회와 더불어 거제시 도시계획의 가장 중요한 심의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각종 도시계획 관련 안건의 최종 결정을 하는 자리에 있는 만큼 가장 심도깊은 논의가 이루어져야 함에도 현실은 그렇지 못한 셈이다.

이런 배경에는 도시계획위원회의 인적 구성이 지나치게 관이나 연구전문직 중심으로 채워져 있다는 면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 2015년 9월부터 2년간 임기로 운영되고 있는 거제시도시계획위원회 위원 현황(출처: 거제시 홈페이지)

거제지역 한 시민단체 간부는 "도시계획위원회 위원 구성에서 주민과의 관계나 환경문제 등을 다루는 지역 전문가가 거의 없다. 사회적, 환경적 측면이 배제되고, 전문 분야나 기술적 측면만 강조될 수 밖에 없다. 개발 정책을 뒷받침하는 한계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거제시 자료에 따르면 도시계획위원회는 2년 임기로 현재 위원회는 지난해 9월 임기를 시작했다. 위원은 모두 22명이다. 위원회의 절반이 넘는 위원이 교수 등 학계이고, 교육청이나 주택공사 등 유관 단체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시의회 몫으로 3명의 의원이, '시민단체'로는 거제시여성단체협의회와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대표가 참여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도시계획에서 개별적인 자기 분야에 치우쳐 전체를 조망하는 시각은 설 자리가 없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더욱이 관련 조례(거제시 도시계획조례)에 따라 위원은 시장이 임명(공무원의 경우) 또는 위촉하도록 하고 있어 단체장의 성향에 따라 위원회가 '개발'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번 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과 같이 대규모 반대민원이 일고, 엄청난 규모의 산림훼손을 비롯한 환경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이를 사전에 검토하고 대처할 수 있는 위원회로의 전환이 시급해 보인다. 

한편, 거제시 도시계획조례는 도시계획위원회 위원 구성과 관련해 △시의회 의원 △시 및 도시계획 관련 공무원 △ 토지이용ㆍ건축ㆍ주택ㆍ교통ㆍ환경ㆍ방재ㆍ문화ㆍ농림ㆍ정보통신 등 도시계획 관련분야에 관하여 학식과 경험이 있는 사람(전문가그룹)으로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심의과정의 심층적, 전문적 토론을 위해' 전문가 그룹의 위원 수를 50%이상으로 하고, 시의원과 공무원의 수를 30%이하로 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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