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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눈박이' 경계한 경남도민일보의 용기있는 지적
'외눈박이' 경계한 경남도민일보의 용기있는 지적
  • 김용운 대표기자
  • 승인 2016.07.31 22:3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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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칼럼] 진보 언론이 진보 진영의 '도덕적 해이'를 비판한 까닭

경남도민일보가 지난 25일 2건의 의미있는 기사를 내보냈다. '도 넘은 도덕적 해이, 경남 민주주의 흔들'(1면)과 '주민소환·투표 허위서명은 '민주주의 근간 훼손''(5면)이라는 제하의 기사다. 26일에는 '정당성 상실한 지역민주주의'라는 사설도 실었다. 

도민일보가 지적한 내용은 '교육감 주민소환 서명'과 '진주의료원 재개원 주민투표 서명'이다. 전자는 22일, 후자는 이보다 앞선 13일 창원지법에서 허위서명과 조작으로 판명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소위 보수와 진보 진영이 엇비슷한 주민소환(또는 주민투표) 운동을 벌이면서 똑같이 절차적 민주주의를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한 강도높은 비판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교육감 주민소환 서명은 박치근 전 경남FC 대표와 박재기 전 경남개발공사 사장 등 홍준표 지사의 최측근이 '홍준표 주민소환운동'의 맞불 대응으로 추진한 일이다.

무상급식 중단에 분노한 도민들의 도지사 주민소환을 마치 진보진영의 정치적 공세로 여긴 이들이 '홍위병'으로 나선 것이어서 출발부터가 정치적으로 오염됐음은 자명하다. 여기에 홍 지사 스스로도 "나를 지지하는 보수세력들이 가만 있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로 이들의 무례한 행동거지를 부추켰다. 조종했다는 의심이 나오는 것도 당연했다.

창원지법은 선고공판에서 이들에게 각각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연루된 나머지 30여명은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받았다. 여기에는 박권범 전 경남도 복지보건국장(징역1년, 집행유예 2년)도 포함돼 있다. 경남 정치권력의 정점 주위를 불나방처럼 맴돌며 벌인 후안무치한 행동에 법의 심판은 엄중했다. '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였다.

도민일보는 교육감 주민소환 운동의 불법성을 비판하는데 멈추지 않았다. '진주의료원 재개원 주민투표'에서 드러난 서명조작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짓밟힌 절차적 민주주의'라고 비판했다. 법원은 이 사건 주모자에게 징역 10월을, 이에 가담한 2명에게 징역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도민일보의 지적이 눈길을 끄는 것은 소위 진보적 색채를 띠는 언론이 건드리기 꺼려하는 진보진영 내부의 '도덕적 해이'를 직접 겨냥했다는 점이다.

도내에서 가장 진보적 가치에 충실한 언론, '약한 자의 힘'을 모토로 내걸고 있는 도민일보가 유사한 정치적 지향점을 가진 단체나 개인에 대해 비판의 화살을 겨눈 건, 그래서 용기있는 행동이다.

도민일보는 "진주의료원 재개원 주민투표와 관련해 추진운동본부가 법원의 판결 이후 열흘이 지나도록 사과나 반성의 목소리가 없다"고 비판했다. "비록 경남도의 일방적인 정책 결정에 대한 전 도민적 항의로 시작했지만 절차적 민주주의를 지녀야 할 정당성을 훼손한 건 사실이다"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여기에 관여한 단체가 대거 활동 중인 홍준표 지사 주민소환 운동본부는 홍 지사에게 '책임지고 사퇴'를 부르짖는다"고 그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고발했다.

도민일보는 "한국 현대사에서 민주 항쟁은 곧 부정선거를 척결하고 직접 선거를 쟁취하는 피의 여정이었다. 국민에게 민주적 절차는 역사 앞에 지키고 가꾸어야 할 숙명에 다름 아니다"고 선언했다. 이어 "경남은 이 대의 앞에 당당했다. 반세기 민주주의 수호에 앞장서 온 행쟁의 역사가 도민을 대변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 자랑스러운 역사는 그러나 '진주의료원 재개원 주민투표 서명조작', '교육감 주민소환 허위서명' 사건 앞에 명분을 잃게 됐다"고 도민일보는 개탄했다.

흔히 하는 말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우스갯소리가 그냥 우스갯소리로만 끝나지 않는 것이 냉엄한 현실임을 지적했다. 보수나 진보를 막론하고 '진영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그 누구의 주장도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아무리 오류와 흠결이 있어도 자기 진영 내부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하고, 상대방 진영에 대해서는 '현미경 칼끝'을 들이미는 행위가 그 자신은 물론 속한 공동체의 미래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 하는 문제제기다.  

진영논리에 갇혀서는 사물을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볼 수 없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직시하려는 노력과 의지가 없다면 정치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쟁투를 벌이는 정당이나 '공공의 선'을 추구하는 수많은 단체도 미래를 예약하긴 어렵다. 더 많은 시민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 것이 운명이기 때문이다.

언론도 예외일 수 없다. 한 뼘이라도 사회의 진보를 희망하는 언론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비록 '같은 편'에 대한 비판이 당장은 실망한 독자나 지지자로부터 비난의 손가락질을 당할 지라도 그것이 진보가 추락하지 않고 비상하도록 하는 예방주사가 될 것임은 지난 십수년간 진보운동의 역사를 보면 자명하다. 

때론 고통스러운 사실도 회피하지 않고 마주해야 하고, 진실을 찾는 걸음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외눈박이'로 세상을 볼 바에는 차라리 두 눈을 다 감는게 나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도민일보는 진정한 진보가 가져야 할 자기성찰의 덕목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강조함으로써 진보진영에 대한 애정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오늘, 도민일보는 자신에게 닥쳐올 지도 모를 '우군의 비난'을 감수하면서 '우군의 미래'를 염려하고 기대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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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아자씨 2016-08-01 08:22:40
아암! 자신에게 관대해지면 정의는 추락하고 신뢰는 사라지는 법. 시민운동가 모두가 반면교사로 삼는 사례로 기억합시다.
그리고 언론이 언론 본연의 역할을 다할때 펜이 칼을 이길 수 잇다는 사실을 똑똑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거제뉴스광장도 거제시민에게 신뢰받는 언론이 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