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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노동자 문제, 남의 일 아니다"
"하청노동자 문제, 남의 일 아니다"
  • 김용운 대표기자
  • 승인 2016.10.11 2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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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동성(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준비위원장)

불안정한 직장,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과 복지, 각종 산업재해의 1차적 피해자...'조선소 하청노동자' 하면 떠올리는 생각들이다. 일은 더 '빡세게' 하면서 벌이는 적고 노동자의 권리는 먼 세상 이야기처럼 기억하고 사는 사람들. 이들을 위한 노동조합 설립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 6월부터 준비되고 있는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 노동조합이 그것. 김동성(53) 준비위원장을 10일 오전 임시 사무실로 쓰고 있는 민주노총 거제지회 사무실에서 만나 노조 설립의 의미, 경과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었다. 김 준비위원장은 대우조선해양의 한 사내하청업체에서 일하다 해고된 노동자다. (정리 김용운, 사진 김민수 기자)

노동조합의 공식 명칭은 무엇인가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다. 현재는 준비위원회 단계다.

노조설립 운동은 언제부터 시작됐나

5월말부터 논의를 시작했다. 이보다 한 달 전쯤에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노동자살리기 대책위원회'(거통고 대책위)가 결성돼 일을 시작했는데, 이때 본격적으로 노조 설립에 착수하자는 결의가 있었다. 준비위가 결성된 것은 6월부터다. 사실 노조 설립 필요성에 관한 이야기는 지난해부터 쭉 있어 왔다.

거통고 대책위와 노조와의 관계는 어떻게 되나

거통고 대책위는 하청노동자들의 당면 문제, 이를테면 폐업이나 임금 체불, 부당 해고 같은 문제를 함께 힘을 모아 해결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하지만 하청노동자들의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방안은 노조로 조직화하는 것이다. 거통고 대책위 활동은 하청노조가 설립되면 노조 활동으로 자연스럽게 통합될 것으로 본다.

준비위원회부터 지금까지 주로 어떤 일을 해왔나

사실 거통고 대책위 활동과 노조설립 운동은 분리해서 볼 수 없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당분간 병행해서 갈 수 밖에 없다. 부당해고나 임금 체불과 같은 사안에 대한 상담, 공동투쟁, 노조설립 필요성을 담은 홍보물 제작과 배포 등이 주로 해 온 사업이다.

준비위원회에는 몇 명 정도 참여하고 있나

10여명 정도 된다. 거통고 대책위 관계자와 일부 하청노동자들이 함께 하고 있다. 

'하노위'(대우조선하청노동자조직위원회)와 중복되지 않나

하노위는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를 주된 대상으로 한다. 하청노조는 기업과 상관없이 거제,통영,고성 지역의 조선소 하청노동자면 다 노조가입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하노위 자체도 하청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노조가 건설되면 하노위도 발전적으로 해산되고 하나로 모아질 거라 생각한다. 하노위 강병재 의장이 최종적으로 결정할 문제다.

노조라면 법적인 지위도 있고 해서 하노위와는 성격이 좀 다를 것 같다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노조 설립을 강하게 주장하는 노동자들도 있다. 하청노동자들이 부당한 처분을 받았을 때 법적으로 기대할 수 있다는 유리한 점이 있다.

조선업 관련 하청노조가 건설된 곳이 있나

울산 현대중공업 하청노조가 2003년에 건설됐다. 전남 목포 대불공단 쪽에도 서남지회가 건설돼 있다. 지역적으로 보면 거제통영고성이 세 번째라고 볼 수 있다. 조선업은 아니자만 자동차, 삼성전자서비스, 케이블방송 등에서 하청노동자 노동조합은 많이 있다. 

노조 준비하는 과정에서 드는 비용은 어떻게 마련하나

노조 가입한 사람들 회비, 준비위 10명 내외 활동가들이 호주머니 털어서 한다. 유인물은 금속노조에서 지원해 준다.

노조 설립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관심이 많을 것 같다. 하청 노동자들의 관심이 느껴지나

홍보물이나 집회 등을 통해 노조가 만들어 진다는 것은 알려지고 있다. 조만간 생기는가 보다라고 생각하는 노동자들이 많다. 본격적으로 가입하자는 운동은 이제 2주 정도 밖에 안됐다. 하지만 반응은 분명히 있다.

하청노동자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조심스러워 할 것 같은데

안 그래도 그 점이 가장 큰 고민이고 해결해야할 숙제다. 인터넷으로 신청해서 만나 볼려면 조심스러워 하는 경향 있다. 가명으로 가입하는 경우도 있다. 여전히 부담을 느낀다는 뜻이다. 노조에 가입하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강한 압박을 느끼는 것 같다. 상담도 편하게 잘 못하는 경우도 많다. 관심있는 노동자들 만나보면 '조합 가입하면 불이익 없느냐'는 질문이 가장 먼저 나온다.

자신이 하청노조 조합원이라는 것이 밝혀지기를 꺼려한다는 뜻인데

그렇다. 그래서 다수 조합원이 가입해서 어느 정도 규모가 될 때까지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그 점을 상담을 통해 알리고 있다. 공개가 곧 직간접적인 탄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심적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한다. 전부는 아니지만 다수 정서가 그렇다. 그래서 노조가 설립되더라도 폭발적으로 노조 가입이 이어질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꾸준히 가다보면,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면 하청노동자도 스스로 권리 찾기에 나설 것이라 본다.

사회적 분위기란 어떤 의미인가

지역 차원이든, 전국적이든 하청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해 스스로 노동자의 권리를 요구하는 흐름이 보편화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하청노조가 당연하게 여겨지고, 노조 설립 움직임이 각계의 지지를 받을 때 노동자들도 심적 부담을 떨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놓고 보면 천일기업 사태가 분수령이 되지 않았나 싶다

엄청난 의미가 있다고 본다. 깜짝 놀랄만한 사건이었다. 대우에서 폐업한 업체가 수 십개 있지만 조선소 통틀어도 그렇게 집단적으로 하청노동자들이 나서서 싸웠던 것은 처음이지 싶다. 매우 이례적이다. 노동자들이 함께 스스로 해결하려고 하니 거통고 대책위나 시민단체, 정당이 함께 붙어서 세를 형성하게 된 것이다. 여태까진 대부분 집단화는 물론이고 대외적으로 관련 단체에 그런 요구조차 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조용히 처리하는 것이 관례처럼 돼왔다. 천일기업처럼 우리가 스스로 총대매고 싸워 붙어보자는 움직임은 없었다. 삼성중공업 출퇴근 노동자들의 모습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대우 쪽에도 적잖이 영향을 많이 주었을 것으로 본다.

10월 29일 계획된 하청노동자 대행진도 그런 차원인가

그렇다. 노동자들의 노조 가입에 자신감을 불어넣어 줘야 한다. 그런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계기가 이번 하청노동자 대행진이다. 거제, 통영, 고성은 물론 전국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의 힘을 확인하고, 격려하자는 취지다. 움추리지 말고 우리 스스로 노동자임을 당당하게 선언하자는 것이다. 많은 언론이 이 행사를 적극 취재하고 보도해 주면 좋겠다. 29일까지 최대한 분위기를 끌어올리려 한다.

당일 구체적인 계획을 좀 이야기해 달라

장소는 아주 공설운동장에서 시작한다. 오후 2시에 금속노조 사전집회가 있고, 본 대회는 3시부터다. 4시 30분부터 참가자 전원이 참여하는 대행진이 시작된다. 대우조선 남문, 서문, N안벽을 거쳐 옥포중앙시장 사거리에서 마무리 집회를 하는 것으로 잡았다. 가급적 토요일이라 5시 이후 퇴근하는 노동자들이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시간을 정했다.

행사가 대규모인 만큼 바쁠 것 같은데, 준비는 잘 되어가나

서울에서 구성된 시민사회대책위, 지역 노동단체, 시민단체, 정당의 협력이 큰 힘이 된다. 행사의 큰 가닥은 잡혀있다. 관건은 하청노동자들이 얼마나 많이 모이는가 하는 데 있다. 하루에 3번, 아침, 점심, 저녁 현장으로 나간다. 대우, 삼성, 한내, 성내공단 등에 하청지회 이름으로 열심히 홍보하고 있다. 열심히 한다고는 하는데 인력도 부족하고 해서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

노동자 대행진 이후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11월부터 노조를 설립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무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빠르면 내년 초에 노조 출범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다른 단체나 외부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다

29일 대행진 행사는 물론 하청노조 설립에 대해 제일 도움이 필요하고 여건을 갖춘 곳은 정규직 노동자다. 도움 요청했지만 우리 바램처럼 적극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지난 금요일 회사 쪽에서 발표한 것처럼 대규모 희망퇴직이나 분사와 같이 현장의 상황이 워낙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규 노동조합에서 홍보 등에 나서 주면 큰 힘이 될 것은 분명하다. 현장 활동가들에게도 도움 요청했다.

하청노조 설립과 정규직 노조 활동은 따로 떼서 생각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 않나

좋은 지적이다. 하청 노동자와 정규직 노동자로 분리시키는 것은 정권이나 자본이 원하는 바다. 하지만 우리 하청 노동자나 정규직 노동자 스스로도 이같은 분리 사고방식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지금처럼 정규직 노동자에게 가해지고 있는 감원, 분사 문제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규직 노조만으로는 어렵다. 파업권을 발동해서 파업을 한다 하더라도 공장 멈추지 않는다. 하청 노동자 투입해서 다 돌아간다. 파업 효과가 없고 강력한 힘을 가질 수 없다.

정규직과 하청노동자 사이에 어느 정도 간극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 아닌가

안타깝지만 그렇다. 그래서 도와준다는 시각이 옳지 않다는 생각이다. 같이 싸우고 연대해야 한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물론 하청노동자들 반감, 현실적으로 존재한다. 정규직이 하청 노동자 일을 같은 노동자의 일로 보지 않는다는 생각, 잘못된 생각이지만 우리가 더 받을 수 있는데 저 사람들이 많이 가져가니까 뺏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하지만 조선소 물량의 70% 이상을 하청노동자가 해 낸다. 다치고 죽는 사람들 다 하청노동자다. 그런 경험에서 생긴 감정의 골이라고 보면 된다. 우리의 분명한 태도는 연대의식을 갖고 공동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없으면 양쪽이 모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하청노동자 실직이 실제 지역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

당연한 결과다. 하청 노동자 실직은 곧 지역 공동체와 경제적 기반의 몰락을 의미한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의 문제가 아니다. 하청노동자가 안정된 직장에서 제대로 된 임금을 받아야 지역 경제가 돌아간다. 지역 차원에서도 당연히 관심을 가져야 하고 중요한 현안으로 바라봐야 한다.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달라

구조 조정이든 하청노조든 지역의 미래와 직결되어 있다. 특히 하청노동자 문제는 거제의 미래와 직결돼 있다. 남의 일이 아니다. 이성적인 측면에서 그렇다는 게 아니라 실제 우리 형제나 가족의 일이기도 하다. 거제시와 의회, 시민단체, 정당 등이 이 문제에 대해 좀더 적극적으로 관심갖고 도와주면 좋겠다. 그처럼 중요하고 절실한 것은 없다. 여론화되기 위해서는 지역 시민단체, 정당의 역할이 정말 크다. 시민들의 관심이 가장 절실히 필요하고 가장 큰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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