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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안에서 하나의 공동체가 되는 것"이 목표
"거제안에서 하나의 공동체가 되는 것"이 목표
  • 김용운 대표기자
  • 승인 2014.12.24 0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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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OJE NEWS 편집장 Fina씨에게서 듣는 거제에 사는 외국인의 삶과 생각

Fina Thorpe-Willet, 우리 나이로 35세인 그녀는 인도네시아가 모국이고 대우조선해양에 해양플랜트 프로젝트의 엔지니어로 와있는 호주인 Dave Thorpe-Willet씨의 아내다. 그녀는 거제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모임인 거제국제교류센터(GIC, Geoje International Center)에서 발행하는 <Geoje News>의 편집장이다. 세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그가 거제에서 살며 느끼는 감정은 어떤 것일까? 점점 늘어가는 외국인들이 거제와 한국을 보는 시각은 어떠할까? 궁금했던 얘기를 나누었다.

옥포 농협 2층에 있는 GIC사무실로 찾아가겠다는 기자의 말에 기어이 우리 사무실로 오겠다고 했다. 장평 뒷골목에 자리잡은 탓에 어렵게 본사를 찾아왔다. 볼품없는 커피 한잔씩을 놓고 시작한 대화는 그의 활달한 말솜씨에 흥미진진하게 계속되었다. 상대가 한국사람이라 매우 느리게, 또박또박 영어로 이야기하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 Fina씨가 장평동 뒷골목 본사 사무실을 힘들게 찾아와 인터뷰에 응해줬다.

"외국인만 모이는 공간 아니다. 한국인도 얼마든지 참여가능하다"

GIC라는 곳이 좀 생소했다. ‘거제에 사는 외국인들이 모이는 일종의 공동체이자 클럽 같은 곳’이라는 느낌 때문에 어딘가 배타적인 냄새가 풍겨났다. 우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있는지 궁금했다.

“등록한 회원, 매월 회비를 내는 회원이 약 150명 된다. 등록하지 않아도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데 그렇게 찾아오는 인원이 한 달에 약 500명쯤 된다.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GIC는 외국인만 모이는 곳이 아니다. 한국인도 얼마든지 와서 참여할 수 있다.”

일종의 회원-준회원제, 그런 개념이다. 기껏해야 몇 년 살다 갈 곳인데 굳이 회비까지 내가며 회원가입을 할 필요가 있을까? 구태여 회원가입을 요구할 필요가 있을까?

“등록회원은 우리도 필요하고 본인도 필요한 일이다. 우리가 만드는 <Geoje News>도 보내주어야 하고, 새로운 클래스가 개설되면 알려주기도 해야 하고. 또 회비를 걷어야 사무실 임대료도 내고 각종 공과금도 지불할 수 있다. GIC에는 누구나 올 수 있고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처음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1년이 지나면 회원가입을 요청한다. 회원가입비는 월5천원이다. 매우 싸다. (웃음)”

그는 GIC가 외국인만을 위한 모임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GIC 멤버쉽이나 활동에는 한국인, 외국인 그런 구분이 없다. 외국인만을 위한, 외국인만 참가하는 그런 단체가 아니다. 같이 하나라고 생각한다. 한국인을 위한 영어반, 프랑스어반 같은 것도 운영하고 반대로 외국인을 위한 한글반(초급,중급)도 있다. 우리는 GIC를 통해 많은 한국인과 외국인이 교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거제 안에서 외국인과 한국인이 하나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 GIC의 목표다.”

"목표는 거제안에서 하나의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것"

생각보다 거창했다. 단순한 동호인 모임 정도가 아닌 셈이다. 먹고 사는데 별 아쉬울 것 없는 사람들이라 타국에서의 생존을 위한 수단도 아닐 텐데 굳이 그렇게 ‘하나’임을 강조하는 걸 보면 그 자체가 ‘목적’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음이 분명했다. 타인과 세상을 대하는 열린 마음이 겉으로 드러난 것이라 할까. 아무리 그래도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의사소통이 우선이고 그런 면에서 ‘스피킹’이 약한 한국사람들이 다가가기가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한국 사람들, 속으로는 안 그런 것 같은데 외국인 만나면 부끄러워하거나 무서워하는 경향이 있다. 외국인도 마찬가지다. ‘한국사람은 우리랑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우리에게 친절하지 않아’라고 생각하는 외국인들도 더러 있다. 우리는 그런 생각을 바꾸고 싶다. 영어 잘 못해도 상관없다. 여기 외국인들 중에도 영어가 모국어 아닌 사람들 많다. 그래도 의사소통 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유창함이 필요한 게 아니라 마음이 필요한 거다.”

기자에게도 함께 참여해달라는 부탁을 덧붙혔다.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본격적으로 Fina씨가 하는 일에 대해 물었다.

“GIC에서 발간하는 <Geoje News>를 편집하고 발행하는 책임을 맡고 있다. 한 달에 한번 발간한다. 예전에는 <Geoje Expat>(‘거제에 사는 외국인’이란 뜻)라는 매체가 있었다. 근데 이메일로만 보내고 외국인 전용이었다. 그걸 6개월 전부터 지금의 <Geoje News>로 바꾼 거다. 인쇄해서 배부한다. 한국인들도 가져가서 볼 수 있다.”

단순한 회원용 소식지에서 보다 넓은 다수의 독자를 위해 내용과 형식을 개편한 셈이다. 그건 GIC라는 조직운영에 대한 회원들의 동의가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어디서나 부딪치는 돈 문제가 여기라고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A4크기에다 올칼라의 24페이지 잡지를 매달 만들어내는 것에는 인건비와 인쇄비가 기본으로 필요하다.

“급여라는 건 없다. 나를 포함해서 GIC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은 자원봉사자다. 우리가 회비를 받는 것은 전부 GIC를 위해 사용된다. 예를 들어 요리반에서 회비를 따로 받는데 이는 재료사는 데 다 들어간다. 인쇄비를 마련하기 위해 일부 광고를 싣기도 한다. 페이지당 20만원 정도 된다.”

"참여자는 모두 자원봉사자...<GEOJE NEWS>는 문화교류가 목적"

내용은 어떨까? 방문길에 가져온 11월호 12월호를 펼쳐 보이며 그가 말을 이어갔다.

“<Geoje News>의 목적은 문화교류에 있다. 외국인이 한국문화, 거제문화를 이해할 수 있게 하고, 반대로 거제사람, 한국사람도 외국문화를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11월호에는 삼계탕이 실렸고 이번 호에는 김장과 김치가 실렸다. 겨울철 또는 크리스마스에 한국문화는 어떤게 있고 외국의 문화는 어떤 게 있는가 이런 것들이 실린다. 외국인들이 이 글을 읽고 ‘오~한국에는 이런 것도 있네’ ‘한국사람들은 이런 것도 하네’라고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한국문화, 거제문화에 대해 먼저 기사를 쓰고 이를 영어로 옮겨야 하는데 한국인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도와준다.“

진심으로 잘 만들고 정성들여 만들고, 무엇보다 그 정신이 멋지다고 말했다. 몇 번이고 큰 눈동자를 깜박이며 고맙다는 말을 내놓았다. GIC와는 다른, 하지만 비슷한 성격을 가진 단체가 더 있을 것 같았다.

“알기론 GIC같은 단체는 없다. GFRA(Geoje Foreign Residents’ Association, 거제외국인거주자모임)이라는 곳이 있는데 이는 외국인 전용이다. 아마 거제시 최초의 외국인 클럽일 것이다. 1982년에 만들어졌는데 외국인을 위한 편의시설이나 오락시설, 음식점 같은 것이 많지 않았을 그 당시 서로에게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들었다.”

거제에 사는 외국인들의 국적은 얼마나 많을까? 그들이 거제에 살고 있는 이유는 뭘까? 무슨 이유로 거제까지 오게 되었을까? 2012년 거제에 와서 3년째 생활하고 있는 그의 진단은 이렇다.

“대부분 조선소의 엔지니어로 오거나 조선소 관련 일 때문에 온다. 거제가 조선분야에서는 세계에서 넘버 원이니까 그만큼 외국인도 많은 것 같다. 다른 대도시에 사는 외국인들이 교사나 공공부문 등에 근무하는 경우가 많은 것에 비해 거제는 많이 다르다. 그것이 거제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 같다. 아마 국적별로 보면 45 또는 50개국 정도가 될 것으로 본다. 우리 세 아이들도 옥포에 있는 국제학교에 다니는데 거기에 다니는 아이들 국적이 40개국 이상은 된다. 2012는 거제에 왔을때 이 국제학교 학생수가 200명 정도였는데 2014년에 500명 이상이다. 2배 이상의 엄청난 증가가 있었다. 당연히 성인들도 그만큼의 비율로 늘어나지 않았겠나 싶다. 그래서 더욱 GIC의 역할이 중요하다.”

▲ <GEOJE NEWS>12월호. 매월 24페이지 분량의 소식지를 발간한다.
▲ 첫페이지는 Fina씨의 편집장의 글 'Annyong Haseyo!'(안녕하세요)로 시작한다.

이야기는 다시 <Geoje News>속 GIC의 활동으로 돌아갔다.

“요리, 여행, 교육, 사진, 태권도, 한국어, 프랑스어, 피트니스, 드로잉 등 대단히 많은 활동을 한다.다시 말하지만 외국인만을 위한 식당을 소개하거나 살집을 소개하는 등의 역할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주면 좋겠다. 특히 영어반, 프랑스반 같은 것은 한국인을 위해 오픈된 강좌들이다. 거제사람들이 많이 오면 좋겠다. 아까도 말했지만 영어 못해도 된다. 40개국 넘는 외국인들도 다 자기나라 말한다. 영어는 배우면 되지 않느냐. 낮반, 저녁반 2개씩 있다. 직장다니는 사람들은 저녁에 오면 된다.”

그는 우리 신문에 GIC가 운영중인 강좌들을 잘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잊지 않았다. 특별히 수업료를 받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거제에 사는 외국인들은 대부분 3년 안팎의 기간 동안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는 고국으로 돌아간다. 기껏 다져놓은 인간관계나 거제 혹은 한국과의 문화적 교류가 단절되는 것이 아쉬울 법도 하다.

“가끔 10년 이상, 5년 이상 살고 있는 사람도 알고 있다. 대부분은 그 이하일 것이다. 나도 남편 프로젝트가 끝나면 돌아갈 것이다. 근데 재밌는 건 다시 거제로 오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다. 왜냐하면 조선, 해양 관련해서 엔지니어링이 필요한 나라가 세계에서 많지 않다. 한국이 최고다. 현대, 삼성, DSME…다들 최고 조선소 아닌가. 그래서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다시 한국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 지금은 대우에 있다가 끝나고 자기나라 돌아갔다가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만약 그 회사가 삼성이 되면 삼성으로 돌아오고…”

어른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아이들은 또 어떡하냐는 문제가 남는다. 어린 시절에 자주 옮겨다니는 것에 혼란스럽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그는 웃으면 ‘절대 아니’라고 말했다.

“내 경험으로는 현재 한국이 6번째 나라다. 장녀가 8살인데 7번째 전학을 해서 다니고 있다. 거의 매년 학교와 국가를 옮겼다고 보면 된다. 이럴때 중요한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아이가 새로운 환경을 잘 받아들이고 적응하게 부모가 잘 도와주어야 한다. 처음 이사하면 겁도 내고 긴장도 하지만 다행히 우리 아이들은 안 그랬다. 항상 옮겨다니는 게 익숙해 있으니까 금방 적응을 하더라. 거제는 특히 아름다운 곳이라서 아이들이 좋아한다. 내가 보기에 국제학교 다니고 있는 외국인 자녀들도 다들 행복해 보인다.”

▲ 'Know Korea' 코너에는 그달 특별한 한국의 문화를 소개한다. 이번 12월호에는 김치와 김장이 실렸다.
▲ 'From Around the World'에는 그달 특별한 이벤트에 대한 각국의 문화가 실린다. 이번 12월호에는 크리스마스와 관련해 러시아, 체코, 네델란드, 아일랜드 등 각국의 소식이 실렸다.

"거제사람들이 받아줘서 고맙다. 좀더 적극적이고 개방적이면 좋겠다"

거제에 사는 외국인은 거제사람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갯가사람’의 억세고 거친 성향이 외국인에게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거라는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어느 나라나 어느 도시나 친절한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일반적으로 훌륭한 사람, 친절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더 많다. 거제도 마찬가지다. 어린 아이들이나 학생들은 매우 친절하다. 길을 묻거나 도움을 청하면 잘 대해준다.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다만 외국인에게 좀더 과감하고 개방적이었으면 좋겠다.”

설마 모든 게 좋기만 할까? 그래도 거제 사람들에게 바라는 것이 있지 않을까? 싶어 던진 질문에 “거제 사람들이 받아줘서 우선 고맙단 말을 하고 싶다”란 답이 돌아왔다. 한국전쟁 때 거제로 피난 온 피난민들이 거제사람들에게 했다는 그런 말과 일맥상통한다. 머리카락이 좀 쭈뼜거림을 느꼈다.

“한국인이 한국의 문화와 풍습이 있듯이 우리도 우리 고유의 풍습이 있다. 그런 것도 좀더 이해해주면 좋겠다. 제일 심각한 것은 도로에서의 안전문제다. 주차문제도 그렇고.”

역시 우리가 느끼는 바와 다르지 않았다. 이제 ‘거제’하면 ‘주차지옥’이 될 판이다. 그런데 주차보다 도로에서의 안전운행을 더 강조했다.

“Road Safety(도로안전),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너무 빨리 달리고 너무 급하게 운전한다. 좀 실수하더라도 창문 내리고 고함지르고 그런 것 자제해주면 좋겠다. 교통사고 자주 목격한다. 주차할 데가 없다. 선 그어져 있는 주차장이 아닌데 거제 사람들은 공간만 있으면 차를 주차한다. 믿기 어려울 때가 많다.”

그러면서 그는 기자에게 되물었다. 왜 그렇게 주차할 장소가 없냐고. 거제의 인구가 많이 늘어났고, 소득수준도 높아졌고, 그러다 보니 차량의 보유대수는 자연히 늘어난 반면 이를 미처 예상치 못한 행정이나 도시관련 전문가들이 미리 교통계획을 수립하지 못한 것이 하나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Fina씨는 아주동, 고현이 폭발적으로 인구집중이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거제시가 이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느냐고 물었고 기자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다만 현재로서는 뚜렷한 획기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어두운 이야기를 함께 전했다.

▲ <GEOJE NEWS>에는 GIC가 운영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소개된다. 영어반, 프랑스어반, 한글반, 걷기모임, 태권도, 음악, 요가, 성경공부, 바느질, 아이들영화, 그림그리기, 요리반, 사진반 등 그 수가 매우 많다.
▲ '12월의 주요행사'에 거제시 내외 주요 공연, 행사 소식들이 실려있다.

"안전운행, 주차문제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 많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떨지? 같은 ‘언론인’으로서 그의 포부를 듣고 싶었다.

“한국인이 외국인에게 하고 싶은 말, 오피니언 그런 것 많이 받아서 싣고 싶다. 반대로 외국인이 한국인에게 하고 싶은 말도 싣고 싶다. 앞으로 거리설문조사도 해 볼 생각이다. 한국사람이 외국인에게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직접 조사해보고 싶다. <거제뉴스광장>이 한국인, 거제사람과 외국인이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어가는데 도와주면 좋겠다.”

반가운 제안이었다. 영어로 된 기사를 보내달라고 했다. 글이든 사진이든, 거제와 거제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라면 적극적으로 싣겠다고 약속했다. 필요하면 별도의 섹션을 하나 만들어야 할 지도 모를 일이다.

단순히 ‘자기들끼리의 리그’로 가볍게 생각했던 모임이 사실은 대단히 개방적이고 지역문화와 한 울타리 안에 섞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음이 Fina씨의 말과 눈빛을 타고 진심으로 다가왔다. 얼마 있지 않아 떠날 그들이지만 ‘있는 동안’을 중시하는 문화 덕택에 그들의 삶이 좀더 풍요로워 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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