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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시장님! 사회적 갈등비용은 누구의 몫입니까?
[기고] 시장님! 사회적 갈등비용은 누구의 몫입니까?
  • 거제뉴스광장
  • 승인 2017.08.11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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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봉(이학박사, 전 동의대 수학과 교수)
▲ 윤석봉(전 동의대 수학과 교수)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30∼40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직장 상사의 리더십’에 대해 물었습니다. 직장 상사에게 필요한 리더십의 덕목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6.6%는 ‘팀원과의 수평적 소통관계’를 꼽았습니다. 이어 ‘효율적인 업무 추진력’(39.3%), ‘팀원을 이끄는 강력한 카리스마’(12.6%)가 뒤를 이었습니다. 상사 리더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과 역량 두 가지였고, 그 중에서도 소통 능력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즉 사람들은 소통 능력이 좋은 리더를 신뢰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공적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가 낮습니다. 정부 시스템이나

정치인에 대한 평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입니다. 시스템에 대한 불신은 팽배한데 믿을 만한 리더는 보이지 않습니다. 리더를 자칭하는 사람들은 넘쳐나는데 진정한 리더는 보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에서 진정한 소통의 능력을 보여준 리더는 과연 누가 있을까요?

바로 세종과 이순신입니다. 이 두 위인의 엄청난 위업은 그들의 리더십에서 탄생했고, 그들의 리더십은 소통하는 능력과 관계가 있습니다.

유성룡의 ‘징비록’에 따르면 원균도 한때 무장으로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장수였으나 충무공과의 가장 큰 차이는 소통 능력이었습니다. 충무공이 억울하게 조정에 끌려간 뒤 원균은 조선 수군을 맡아 수시로 벌을 내리고 엄하게만 굴뿐 부하들과 자상하게 말을 섞는 법이 없었습니다. 반면에 이순신은 부하들의 말에 늘 귀를 열어둔 사람이었습니다. 운주당이라는 누각(樓閣)을 지어 장수들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전투를 연구했습니다. 직급이 낮은 군졸이나 종의 말이라도 전투에 관한 내용이라면 언제나 경청했습니다. 처음 전라좌수사로 임명되었을 때에도 좌수영 뜰에 인근 주민들을 모아 놓고 같이 짚신을 삼고 길쌈을 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그를 어려워하던 백성들이 시간이 지나자 허심탄회하게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까지 모두 털어놓았습니다. 어디 가면 고기가 많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어디엔 암초나 바람이 많아서 조심해야 한다는 따위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바닷사람에게는 일상적인 이야기에 불과했지만 나중에 충무공은 이를 취합한 정보들로 바닷길의 특성을 이용해 왜적을 유린했습니다. 징비록은 충무공이 이렇게 아랫사람들과의 소통에 주력하고, 원균과 달리 장수들과 의논하여 계책을 결정하였던 까닭에 싸움에서 패하는 일이 없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군자(君子)는 의리(義理)에 밝고, 소인(小人)은 이익에 밝다’는 유학의 가르침대로 이순신은 언제나 개인의 이익 보다는 나라와 백성을 위한 의리를 택했습니다. 그 결과는 파직, 의금부 하옥, 백의종군 처분 등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22년의 관료 생활 동안 2번의 백의종군과 3번의 파직을 당할 정도였습니다.

그렇지만 이순신의 주변에 모함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의 능력과 사람됨을 알아 도와주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그렇기에 그는 필요한 시기, 필요한 때에 오뚝이처럼 일어나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통제사에서 파직되고 의금부에 하옥되었을 때 선조 임금의 마음을 돌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판중추부사 정탁, 무고(誣告)하는 말을 듣고 불시 검열을 나왔다가 그의 능력과 인품에 감동한 전라감사 손식 등은 모두 이순신의 능력을 인정하고 도와 준 건전한 조선의 관료였습니다.

그렇기에 어려운 시대를 살았지만 이순신은 결코 외롭지 않았습니다. 도덕과 인륜, 의리가 펼쳐지는 인간다운 세상을 만들어 보자는 유학의 이념으로 무장한 조선의 건전한 관료조직이 나름대로 작동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거제의 위정자(爲政者)들은 ‘주역’에서 말하는 “어떤 일이 뜻대로 되지 않거나 그것이 한계에 이르러 막히면 반드시 이로운 방향으로 뚫어야 변하고, 변하면 통하며, 통하면 오래도록 지속된다(窮卽變, 變卽通, 通卽久)”는 마음으로 일을 해야만 합니다.

미래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바로 ‘공존’과 ‘공생’입니다. 타인과 소통하고 협력함으로써 만들어내는 새로운 가치 그리고 이를 독점하고 사유화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나누려는 자세야말로 불안한 미래를 준비하는 최고의 덕목일 것입니다.

이제 갈등관리의 패러다임을 바뀌어야 합니다. 과거 중앙집권적 통치형태에서는 ‘효율성’ 중심의 문제해결이 주효했습니다. 하지만, 향후 민주주의가 심화하고 권력의 분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는 문제해결의 ‘정당성’이 더 강하게 요구됩니다. 효율성만을 내세워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거나 충분히 소통하지 않는 것은 더 이상 용납하기 어렵습니다.

거제시와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가 추진하는 몇몇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와 시민에 대한 사업 설명회 등 추진과정에 상당한 지도력의 부재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등만 해양플랜트 국가산업단지,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의 ‘계룡산 모노레일’ 등 사업들이 정파를 떠나 시민과 토론하고 고민한 흔적이 없는 관계로 갈등이 표면화되고 그리고 사업의 연속성을 장담하지 못하는 지경에 직면 하였습니다. 그로인한 사회적 갈등비용은 모두 거제시민 몫이 될 것입니다.

시장님은 내 친구의 가족이고, 우리 거제의 정치적 큰 자산입니다. 성공적인 거제의 지도자가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익숙한 일상 속 당연함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새로운 세상에서,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아이디어와 현명한 통찰력을 새롭게 가져야만 더 큰 정치를 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시장님!

우리도 프랑스, 독일 그리고 서울시처럼 ‘시공공토론위원회’를 만들어 운영하길 제안합니다.

대규모 개발 사업의 이해 당사자인 시가 직접 나서는 것이 아니라 별개 행정기관에서 갈등을 조정함으로써 공공성을 확보하고 신뢰를 구축하기 위함입니다. 대규모 시책사업의 계획 수립 단계에서부터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수렴을 통해 시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여 갈등을 예방하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이 위원회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과정’, 즉 절차입니다.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구색 맞추기식으로 토론하는 것이 아닙니다.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해내기 위해 깊이 있게 의논하도록 하는 게 핵심입니다.

임기나 공약에 구속됨 없이 인내의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면 정책의 연속성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급변하는 현대 정치에서는 더 이상 과거 성공 경험이 새로운 도전의 성공을 담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성공 경험이 편견으로 작용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혁신 의지를 꺾는 등 독이 될 때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사견 없이 세상을 바라보는 노자의 무위(無爲)의 자세는 정치의 큰 의미를 줍니다.

갈등은 분열과 폭력의 도화선일 수도 있고, 발전과 통합의 씨앗일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합의의 기술’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갈등으로 인해 낭비되는 비용을 줄이고, 분열된 사회를 합의의 기술로 잘 봉합해야 우리 거제 경제도 다시 살아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합의’라는 결과만 강조하고 그 절차를 무시하한다면 또 다른 억압을 동반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자체의 성패는 이제 누가 먼저 갈등을 잘 푸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갈등 관리에 실패해 그대로 주저앉을 수도 있고, 갈등을 발판 삼아 한 단계 나아갈 수고 있습니다. 계속 다른 곳만 보고 대립할 것인지, 함께 같은 곳을 보고 이야기할 것인지, 미래를 위한 현명한 선택이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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