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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을 세워라
[기고]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을 세워라
  • 거제뉴스광장
  • 승인 2017.11.13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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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봉 (이학박사, 전 동의대 교수)

거제의 정치인,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을 세워라

▲ 윤석봉(전 동의대 교수)

조선 경기의 침체로 자영업 환경이 갈수록 악화돼 자영업자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심각한 청년 실업에다 중장년층의 은퇴 후 일자리 찾기가 어려운 현실에서 자영업이 생계와 노후 대책의 유일한 돌파구인 점을 감안하면 자영업 환경 악화는 많은 사회 문제로 연결된다. 소득 감소와 가계 부채 증가, 노후 불안 등이 대표적이다.

중앙 정부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매우 심각한 우리 주변의 상권들을 생각하면 걱정이 태산인데 거제의 정치인 모두는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있으니 우리가 지난 선거에서 정치인들을 잘못 선택한 것 같다.

2016년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위대한 미국은 소수가 아닌 국민 모두의 것‘이라고 외치며 힐러리 클린턴과 박빙의 승부를 이끌어 전 세계의 이목을 끈 버니 샌더스(1941년, Bernie Sanders)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미국 북부의 버몬트주 벌링턴시의 시장으로 4차례 연임하며 벌링턴시를 ‘도시 개발 모델’로 미국에서 자영업하기 가장 좋은 도시로 만들어 놓았다.

인구 4만 명이 조금 넘는 작은 도시일 뿐인 벌링턴시는 샌더스 시장 주도로 중산층과 서민 보호, 재생에너지 사용 등 지속가능한 경제를 도모하는 ‘포용적 성장정책’ 시행으로 워싱턴, 뉴욕과 함께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10대 도시 중 하나로 성장 시켰다.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경제적으로 위기를 겪는 미국의 작은 도시에 불과했지만, 버니 샌더스가 벌링턴 시장으로 당선되면서 변화되기 시작했다.

그는 평범한 보통 사람들, 즉 중산층과 빈곤층이 더 잘 살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일에 집중하며, 저소득층이 집 걱정을 안 하고 살 수 있는 임대주택 정책을 세워나갔다.

또한 소상공인을 지원해 자영업을 키우는 것이 곧 지역 경제를 살리는 일이라고 주장하며 소상공인이 활약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마련했다.

‘지역사회 및 경제발전 사업부’를 만들어 창업 지원금, 기술적 지원, 사업 및 거래 조합 조성, 여성을 위한 사업개발 프로그램 등으로 소기업의 발전을 도운 것이다.

시민과 소상공인을 생각하는 버니 샌더스의 정치 덕분에 벌링턴 시는 점점 살기 좋은 도시가 되어갔고, 그 결과 버니 샌더스는 이후 세 차례나 더 벌링턴 시장에 당선될 수 있었다. 버니 샌더스가 다진 토대를 바탕으로 벌링턴 시는 그 이후에도 자영업자가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그들을 적극 지원하는 정책을 꾸준히 펴오고 있다.

2010년 불황기에 다른 도시들이 10퍼센트대의 실업률을 보일 때, 벌링턴의 실업률은 그 절반인 5퍼센트대에 불과했다. 이는 대기업에만 의존하는 도시에 비해 안정된 자영업이 많은 도시가 경제 위기에도 적은 타격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벌링턴의 자영업 성공사례는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지역정치가 경제를 성장시키는 힘이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결국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이다. 버니 샌더스는 자영업을 대안 없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자본에 잠식당하는 거리를 만드는 대신, 지역주민들이 돈의 선순환을 이루는 패러다임을 꿈꾼 것이다. 결국 자영업자가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그들을 적극 지원함으로써 자영업을 살려냈다. 이것은 변화를 이뤄내겠다는 책임 있는 결단과 소신, 다시 말해 정치의 힘이었다.

자영업을 살리기 위한 제도적인 뒷받침이나 정치의 힘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다. 바로 자영업의 문제를 우리 모두의 것으로 바라보는 인식이다. 벌링턴의 마을 주민들은 한결같이 자영업자들의 가게를 응원하고 지지하고 있었다. 이들은 대형마트나 대기업 브랜드가 아닌 지역 상점을 이용하는 것이 주민으로서 다해야 할 책임이라고까지 이야기했다.

자영업자들 또한 피나는 노력을 함께 수반되어야 한다. 트렌드를 반영하여 자영업자들도 그 지역사회에 문화, 철학을 나누고 지역 내 상권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살리며 골목 상권까지 형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주변 자영업자들끼리 다양한 볼거리 등 이벤트를 개최하며 적극적으로 고객을 유치하고, 다양한 형태의 협업 또한 생각해 볼 수 있다. 한 가지 컨셉이 아닌 주변매장과의 협업을 촉진하고 다양한 품목, 다양한 컨셉으로 유연함을 가져야 한다.

요즈음에는 상품이 아닌 디자인과 스타일을 팔아야 하는 시대이다.

“이 거리의 상점 주인들이 경쟁을 잊고 함께 머리를 맞댔어요. 혼자하면 자기 가게 홍보로 끝나지만, 여러 사람이 모여 동네를 위해 일하면 그 열기는 배가되죠.”라고 이야기하는 벌링턴 시의 한 가게 주인의 말이 우리에게 많은 의미를 시사한다.

비단 미국사례만이 아닌 우리의 다른 도시에서도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하여 좋은 성공사례를 만드는 것을 살펴보자.

진안군의 경우 꽃잔디마을로 잘 알려진 ‘원연장 마을’이 해마다 5월이 되면 꽃잔디를 보러 전국에서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등 마을만들기 성공사례로 평가 받고 있다. 이 마을은 이러한 자원을 활용해 연잎밥, 연잎가루, 연잎차 등 특화된 상품을 개발하고 꽃잔디축제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해 주민 소득증대에 기여하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 오지로 불리던 봉화군이 예산 7년 연속 3천억원 시대를 열었고 군 채무 제로화시대를 실현한 것은 알뜰한 살림살이와 역동적이고 공격적인 행정 추진이 일궈낸 성과다.

2014년 12월 첫 개방한 봉화 분천 ‘산타마을’은 시골 간이역사를 개조하여 관광지로 만들어 한 여름 산타마을을 포함해 총 4회 180일간 운영하여 그 동안 33만여 명이 찾아 32억여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거둬 지역경제 발전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여 2016년 한국 관광의 별로 선정되었다.

부산 서구 아미동에서 10년 전 학부모로 인연을 맺고 학습 도우미, 봉사활동 등을 이어온 중년 여성 10여명이 만든 ‘아미맘스’란 이름으로 3년째 마을기업이자 거점시설인 ‘기찻집 예술 체험장’을 꾸려가고 있다. 서구청은 시비 2억 여원을 들여 과거 두부∙유리 상점이던 기차 모양의 단층 건물을 새롭게 고쳤고, 아미맘스가 운영을 맡아 카페, 예술체험장, 마을공동체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주민들은 기찻집에 모여 빵∙쿠키, 목공예품, 향초 등을 만들고 인근 학교나 복지관에 납품해 수익을 냈다. 대다수가 가정주부였지만 지금은 바리스타·목공예·제과 같은 부문에서 각종 자격증을 따면서 마을 코디네이터, 강사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영양사 자격증을 따 초등학교 영양사로 취업하거나 대학에 진학한 회원도 있다. “월 5만 원 수입을 목표로 했는데 이젠 매달 60만 원 이상 번다. ‘가난한 마을에 산다’는 열등감을 극복하고 남편에게 용돈도 준다”며 웃어 보이는 회원도 있다.

우리 거제시의 다수의 정치인들이 스스로 절제된 자기 관리를 하지 못하는 추태를 보면서, 공부는 하지 않고, 독단적이고, 이기적인 생각으로 시민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지난날 얼마나 경솔한 선택을 했는지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

내년은 지방 선거가 있다. 시장, 도의원, 시의원을 동시에 뽑는 절호의 기회이다. 인맥이나 학맥, 정당에 이제는 이끌리지 말고 반드시 내가 관심을 가지는 분야에 그 후보자가 어떤 정책방향을 가지고 있는지 한 가지만이라도 확인하고 후보를 결정하자.

소상인공인들도 자신들을 위한 정책의지를 가지고 있는 후보자를 선택할 때 자영업의 위기는 극복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결정한다면 우리의 삶은 반드시 나아질 것이다.

유권자들이 가만히 있으면 폐쇄적인 구조 속에서 여러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부패 정치인이 가장 환영하는 것은 유권자의 무관심이다. 유권자를 구경꾼으로 만드는 지금의 정치문화를 바꾸어야 한다. 참여와 견제가 답이다. 시민들 스스로 강한 유권자가 되어야 한다.

한번 해보자. 우리는 할 수 있다.

“사랑하는 네 명의 자식과 일곱 명의 손주가 있기 때문에 저는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후손에게 물려줄 세상은 모두가 충만하고 품위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는 세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기를 쓰고 발버둥 치면서 서로를 밟고 올라서는 세상은 저는 보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이야기한 ‘버니 샌더스’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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