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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인문학의 길을 내다
거제, 인문학의 길을 내다
  • 윤원기
  • 승인 2015.02.04 1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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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져 길이 되었다.

조선 산업의 메카로 소비향락 도시라는 거제의 불편한 이미지가 바뀌고 있다. 거제를 한 바퀴 걷는 사람들, 거제의 역사를 찾는 사람들, 거제의 이야기를 꽃피우는 사람들, 거제의 바람과 평화를 노래하는 사람들이 따로 또는 같이 거제의 인문학 길을 내고 있다. 아주 반가운 일이기도 하고 아주 즐거운 일이다. 2010~2011년에 거제에서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그 길을 연 선구자라 더욱 반갑다.

고영화씨는 거제의 유배문학을 세우고 거제의 고전문학의 길을 연 사람이다. 2011년 <뉴스앤거제>에 연재하기 시작하였다. 거제의 역사와 문화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글들은 거제사람들에게 자부와 자긍을 가져다 주었다. 2014년에 <거제유배문학총서>라는 책으로 집대성되었다. 무궁무진한 거제의 옛 문화를 발굴하는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박기련씨는 ‘걸어서 거제 한바퀴’라는 걷기 동호회를 결성하여 2009년부터 거제를 걷는 사람이다. 길을 걷으며 역사, 문화, 풍물, 식물 동물, 풍속 등 거제의 속살을 캐냈다. 거제의 ‘길 문화’를 열었다. “알면 참으로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참으로 보게 되며, 볼 줄 알게 되면 모으게 되니, 그것은 한갓 쌓아 두는 것과는 다르다”(知則爲眞愛 지즉위진애 愛則爲眞看 애즉위진간 看則畜之而非徒畜也 간즉축지이비도축야 - 유흥준)라는 옛글을 실천하고 있다.

거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인문학의 길을 내었다. 2013년도에 거제도 인문학교가 세워졌다. 7개의 주제로 꾸며진 인문학 강좌를 열었다(거제도 유배문학과 문화콘텐츠 – 고영화, 섬으로 가야 하는 이유 –강제윤, 거제도 근현대사의 사람들 – 전갑생, 아는 만큼 보인다 보인 만큼 사랑하게 된다-박기련, 거제사람들의 삶과 나무 – 박정기. 거제도의 생태환경과 교육이야기 – 변영호, 세계적인 예술, 인문도시의 미래 거제 – 김호일)

이런 활동에 힘입어 거제도 스토리텔링이 계속되고 있다. 책자 발간도 이어지도 있다. <섬길따라 피어나는 이야기꽃>에는 거제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거제의 성, 거제의 봉수대, 거제의 섬길, 거제의 사랑 등 지역 작가, 기자들의 발품으로 열정으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역사의 흔적을 만나고 비경의 감격을 만났다. 원로시인의 사랑이야기는 진한 감동이었다.

<바람의 섬 거제도, 평화를 노래하자>라는 책자도 만났다. ‘경남작가회의’의 문인들이 거제를 샅샅이 뒤지면서 발굴한 이야기가 고스란히 수록되어 있다. 경남지역의 작가 30여명이 참가하여 만든 작품이다. 외지 작가들이 거제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는 일이기도 했다. 기자이자 시인인 원종태씨의 거제사랑을 엿볼 수 있어 무척 반가웠다.

전 거제문화예술회관 관장 김호일씨의 <문화의 바다여, 파도처럼 일어나라>라는 책은 문화도시로서의 거제의 가능성과 정책 제안을 담은 아주 쉬운 전문서적이다. 거제를 재구상하는데 한몫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이 길을 연 거제의 인문학은 이제는 시민들이 참여하고 즐기는 영역으로 나아가야 한다. 거제경실련의 ‘청소년 역사&문화탐방’이 좋은 사례이다. 다양한 세대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제공하는 일은 거제의 인문학을 탄탄대로에 올려놓을 것이다.

아는 만큼 사랑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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