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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행적인 과잉 의전 간소화하자
관행적인 과잉 의전 간소화하자
  • 거제뉴스광장
  • 승인 2018.09.20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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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발언] 제202회 제4차 본회의 / 김용운 의원

안녕하십니까?

정의당 거제시의원 김용운입니다.

기록적인 폭염을 이겨내고 직장과 가정에서 삶의 터전을 지켜 오신 25만여 거제시민 여러분께 경의를 표합니다.

다가오는 추석, 행복한 시간으로 보상받으시길 기원합니다.

5분 발언을 허락해주신 의장님, 새로운 거제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애쓰시는 시장님과 관계 공무원, 언론인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22일간의 정례회 기간 동안 예결산 심사, 행정사무감사 등 막중한 업무를 수행한 동료 의원들의 노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의정활동을 돕느라 격무에 시달린 의회사무국 직원의 노력에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저는 오늘 우리 사회에 관행으로 여겨져 온 의전 문화를 혁신하자는 주제로 말씀드리려 합니다.

먼저, 최근 몇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2017년 12월 장승포 송년불꽃축제 현장입니다.

시민들은 한 해를 마무리하며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들뜬 마음으로 행사장을 찾습니다. 시장, 국회의원, 도의원, 시의원 등 소위 내빈을 위한 지정좌석이 앞줄에 놓여 있고 앉을 곳이 없는 아이들과 시민들은 선 채로 행사 시작을 기다립니다. 내빈 소개에 이어 시의원을 포함한 10여명은 단상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일일이 한 해를 마감하는 소감을 피력합니다.

2018년 5월, 한 단체에서 주관하는 체육대회가 열렸습니다.

더운 날씨에 내빈들은 마련된 그늘막 아래 의자에 자리를 잡습니다. 정작 행사의 주인인 참가자들은 운동장에 선 채로 땡볕을 그대로 받으며 네댓 명 내빈들의 이어지는 축사와 격려사를 듣습니다. 아주 흔한 풍경입니다.

과연 바람직한 의전 행사일까요?

의전이란 정해진 격식에 따르는 행사입니다. 거기에는 상대방을 공경하고 고마워하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예의가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새 우리 곁에는 굳이 필요하지도 않는 형식적인 의전, 권위적이기까지 한 의전 때문에 참가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가 하면 원활한 행사 진행을 방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무분별한 초청장 남발, 내빈용 지정좌석제, 일일이 이름을 불러 인사시키는 내빈 소개,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지 않는 축사와 격려사, 미 참석자의 축전 낭독, 주빈 도착까지 지연되는 시간, 내빈을 위한 별도 티타임, 입장 안내 멘트, 잦은 박수 유도, 내빈 맞이와 환송 등이 대표적입니다. 관용차량 문 열어주기, 엘리베이터 잡아주기 등도 흔한 과잉 의전입니다.

심지어 행사 도중에 도착하는 내빈을 소개하고 인사말을 시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는 바쁜 일정을 이유로 곧바로 자리를 뜨며 양해를 구하기도 합니다. 누구는 소개를 시키고 누구는 안 시켰다는 이유로, 누구는 먼저하고 누구는 나중에 한다는 등의 이유로 주민들 간에 불화가 생기기도 합니다.

얼마나 볼썽사나운 광경입니까? 과도한 의전행사는 참가자를 소외시키고 위화감을 조성합니다. 참가자와 주민이 들러리가 되는 주객이 뒤바뀐 모습입니다. 주민과 가까워져야 할 내빈들은 스스로 그 거리를 넓혀버리는 우를 범하게 됩니다. 그러한 관행에 익숙해지면 자신도 모르게 권위의식에 물들기도 합니다. 피해가 내빈 본인에게도 돌아올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이제 이러한 구시대적인 의전 문화를 행사 본연의 취지에 맞게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빈용 지정좌석제를 폐지하고 누구나 앉을 수 있는 자율좌석제로 바꾸거나 사회적 약자에게 우선 배정합시다. 내빈 소개는 가급적 생략하고 꼭 필요한 경우라도 자막으로 대체하거나 일괄소개로 바꿉시다. 축사는 가급적 없애고 주최 측의 대회사 정도로 간소화합시다. 시간을 최대한 단축시킬 수 있도록 원칙을 정합시다.

이를 위해 ‘의전행사 간소화 규정’이나 ‘운영계획’을 만들어 명문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행사 때마다 상황에 맞게 대처한다는 식은 혼란만 가져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당장 모든 행사에 이를 적용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거제시와 관련 산하 기관, 시의회가 주최하는 행사에서부터 시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나아가 시의 예산지원을 받는 단체나 기관으로 확대하고 이러한 흐름이 민간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도록 노력해 주기를 바랍니다.

스스로 권위의식에서 탈피하고 관습에서 벗어나 참석자와 주민을 먼저 배려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현재의 과잉 의전을 개선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시와 의회의 위상을 높이고 시민으로부터 존중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행사는 행사답게, 행사를 시민에게 돌려 드립시다.

시장과 관계 부처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기대합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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