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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휘호와 청렴의 문
박정희 휘호와 청렴의 문
  • 거제뉴스광장1
  • 승인 2015.03.12 23:34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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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진성진 변호사, 반듯한 거제를 꿈꾸며



진성진 (변호사)

‘우리의 후손들이 오늘에 사는 우리 세대가 그들을 위해 무엇을 했고 조국을 위해 어떠한 일을 했느냐고 물을 때 서슴지 않고 조국 근대화의 신앙을 가지고 일하고 또 일했다고 떳떳하게 대답할 수 있게 합시다. 일천구백육십칠년 일월 십칠일 대통령 박정희.’

서울 세종로의 정부서울청사 1층 벽면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휘호다. 세로 4m, 가로 2m의 흰 대리석에 세로 음각으로 그의 친필이 힘차게 새겨져 있다. ‘조국 근대화’쯤까지 시선이 쫓아가면 늘 가슴이 뭉클해진다. 글쓴이의 비장한 심정이 전해져 온다.

그 뒤 대통령이 여덟 번 바뀌었고, 오래전에 ‘근대화 완수’도 선언됐지만 이 휘호는 용케도 반세기 가까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개발 독재 청산의 바람도 이 대리석을 비켜갔다(이상 중앙일보 이상언 기자의 칼럼 ‘박정희 휘호가 이완구에게 묻는다’에서 인용).

아마도 대한민국이 존속하는 한 박정희 휘호도 같이하리라 본다.

우리 거제에도 이에 못지않은 상징물이 있다, 바로 거제시청 현관 ‘청렴의 문’이다. 청렴(淸廉)은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음’을 뜻하는 말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직자 최고의 미덕으로 꼽힌다.

‘청렴의 문’은 거제시 로고 'Blue City GEOJE'와 잘 어울리는, 역대 민선시장들이 부패로 연이어 옥고를 치른 불행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겠다는 권민호 시장의 충정(衷情)이 절절이 녹아있는 징표다. 권시장의 소망은 퇴임 후 그가 그토록 사랑했던 거제시민들에게 ‘오로지 일만 했던 청렴한 시장’으로 기억되는 것이다.

그는 ‘청렴한 시장, 일하는 시장’을 슬로건으로 재선되었고, 그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작년에는 거제시가 국민권익위원회 평가에서 경남에서 가장 청렴한 지방자치단체로 선정되었다. 실제로 권시장은 집안의 대소사에 일체의 부조를 받지 않고 공평한 인사를 통하여 청렴한 공직자의 길을 솔선수범하고 있다.

가히 청렴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조국근대화’ 구호처럼 거제에서 권시장의 독점적인 구호가 되었다고 할만하다. 그런데 이러한 권시장의 청렴을 향한 열정과 충정, 솔선수범을 무색하게 하는 장애물이 있으니 바로 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이다.

현산과 거제시의 악연은 1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산은 2005년 하수관거정비사업과정에서 거제시를 속여 44억원의 공사대금을 편취한 건으로 전임 시장으로부터 5개월간 입찰자격정지처분을 받은 바 있다. 위 행정처분이 과중하다며 현산이 행정소송을 제기, 1심에서 승소했고 패소한 거제시가 항소했다. 권시장은 2010년 7월 취임하자마자 위 소송을 지휘, 항소심에서 거제시의 처분이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을 이끌어 내어 승소했다. 축구에 비유하면 전반전에서 0:1로 지고 있던 게임을 맡아 후반전에서 2:1로 역전시킨 셈이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현산이 2013년 4월 거제시에 공익사업지원을 조건으로 위 행정처분의 경감을 청구하자 거제시가 이에 적극 호응, 당초 5개월의 정지처분을 1개월로 경감시켜 준 것이다. 이는 전례 없는 일로 명백한 불법이다!

현산의 이 같은 제안은 공공연한 뇌물제공의사표시인데 이러한 불법적인 제안을 거제시가 덥석 받아들인 것이다. 현산은 경감청구시 ‘5개월의 입찰제한처분으로 1조2600억원의 수주손실을 입으니 이를 1개월로 줄여주면 거제시에 70억원 상당을 제공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제안했고 거제시는 이를 수용하면서 그 약속이행을 위하여 이를 공증토록 했다. 이는 마치 기업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5년을 선고받은 재벌회장이 대법원에 ‘형을 1년으로 줄여주면 70억원을 들여 법원연수원을 지어주겠노라’고 공공연히 제안한 것을 대법원이 수용한 것과 같다.

나는 그간 두 번의 칼럼을 통하여 위와 같은 거래의 불법성을 경고한 바 있고, 결국 거제시는 재벌기업인 현산에 1조원의 수주손실방지라는 전례 없는 혜택을 주고도 한 푼도 받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불행히도 이러한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권시장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현산의 70억원 상당의 지역사회공헌 약속이행을 촉구하는 항간의 여론에 대하여 ‘법률적인 문제로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다’고 언명한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거제시가 최근 현산을 거제해양플랜트 국가산업단지 조성사업 우선협상대상자(이하 ‘산단사업자’)로 선정한 것이다.

‘한 번 속는 것은 속이는 자의 잘못이나 두 번 속는 것은 속는 자의 잘못’이라 했다. 거제시가 시민을 두 번이나 농락한 현산을 응징은 커녕 거제시 백년대계인 산단사업자로 선정한 것은 어불성설이자 시민을 무시하는 처사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현산 같은 부도덕한 기업으로 말미암아 충절의 고장인 우리 거제가 ‘선의를 악의로 갚는 자가 천문학적인 이익을 얻는’ 불의의 땅이 된다면 권시장이 내세우는 청렴은 공허한 정치적 수사(修辭)이거나 공염불(空念佛)이 되고 만다.

공직자의 청렴은 결코 검은 돈 몇 푼 받지 않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청렴은 이를 바탕으로 한 공직자의 높고 맑은 성품과 행실이 공평하고 정의로운 행정으로 이어져 그 혜택이 시민에게 돌아갈 때 빛을 발한다. 그런 점에서 ‘정치의 요체는 공평과 청렴(爲政之要 曰公與淸)’이라고 한 경행록(景行錄)의 설파는 그 의미를 더한다.

권 시장 필생의 목표인 청렴이 단순한 정치적 구호나 공허한 수사로 그치지 않고 진정 울림 있는 진실의 무게를 지니기 위해서는, 겉으로는 ‘원칙과 소신을 지키는 정도경영’을 내세우면서 갖은 교언영색(巧言令色)으로 시민을 두 번이나 속인 현산에 대하여 거제시가 산단사업자 선정취소 등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것만이 청렴한 시장으로 남겠다며 불철주야 헌신하는 권시장의 충정어린 소망을 이루는 길이며, 대한민국과 함께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조국근대화 휘호’처럼 ‘청렴의 문’이 거제와 함께할 자랑스런 상징물이 될 수 있는 길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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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똥이 2015-03-17 15:35:50
사회공헌 기금이 제3자뇌물공여인가 아닌가 라는 문제인것같은데요, 사회봉사개념으로 해석하면 애시당초 청렴의 문제와는 좀 멀어지는 구조가 아닐가 생각이들고요, 그리고 제3자란 여기서 누구인가요?
거제시인가요?
시민전체가 제 3자가 되나요?
시민이 뇌물공여죄가 되나요?
좀 검토를 야되지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개똥이 2015-03-17 15:33:28
사회 공헌을 하게되면 양형이 줄어드는 그런 형벌구조가 있는것이라고 보는데요, 사회기금의 의미는 그런 사회공헌의 개념과 같은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이 불법이라고만 해석할수는 없다고 보여지는데요..
사회봉사를 하게되면 향형이 줄어든다던지 이런제도도 있는것으로 알고있고요. 그래서 사회 공헌 기금을 그런차원에서 의논하게되면, 제3자 뇌물공여라는 개념은 없는것이 아닌가 생각이드는데요.

지나가는사람 2015-03-17 09:09:12
거제뉴스공장이 노동당 김한주 변화사를 선전하는것은 나름의 정치노선이 있는것아닌가요? 그런데 이런 글이 기고된다는것이 조금 의아하네요. 세옹지마같군요. 대표의 성향도 이런 노선이 아닌것으로아는데, 조금 세옹지마네요.

지나가는사람 2015-03-17 09:02:53
거제뉴스 광장이 박정희의 일사 종류의 글을 기재하는 그런 종류의 신문이었는지요? 이해가 안될라하네요. 김용운 씨가 원래 민중당 출신이었는던것으로아는데... 정치노선을 바꾼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