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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노동안전보건모임, "이주노동자는 노예가 아니다"
거제노동안전보건모임, "이주노동자는 노예가 아니다"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3.04.26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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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사업주 허락 없이 직장 변경 불가해

이주노동자의 사업장(직장) 변경을 제한하고 있는 고용허가제의 폐단이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거제지역 조선소에 근무하는 이주노동자가 공정과정에서의 문제로 발생된 질병으로 사업장 변경을 요청하고 있으나 묵살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거제노동안전보건활동가모임(이하 노동안전보건모임)은 25일 성명을 통해 조선소에 근무하는 외국인노동자가 질병으로 인해 사업자 변경을 요청하고 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내국인 노동자를 징계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규탄하고 있다.

작업 과정에서 기준치 20~30배 초과 유해물질 검출.(자료제공,거제노동안전보건활동가모임) 
작업 과정에서 기준치 20~30배 초과 유해물질 검출.(자료제공,거제노동안전보건활동가모임) 

노동안전보건모임은 “A조선소 이주노동자 2명에게 심각한 피부질병이 발생했고, 작업 과정에서 피부질환을 유발하는 유해물질이 기준치를 20~30배 초과해 검출됐다”며 “피부질환에 대해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는 ‘광물성 분진 등이 유해인자에 따른 피부염’ 소견과 ‘업무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주노동자의 책임이 아닌 사유로 발생한 일로써, 사업주의 허락 없이 사업장 변경이 가능한 조건에 해당되어 이주노동자를 대리하여 사업장 변경을 신청하며 A업체에도 이를 통보했다”며 “하지만 A사업주는 이주노동자에게 ‘무단결근’이라고 통보하며 ‘즉시 회사 업무에 복귀’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최근 한 달 사이 A업체에서 5명의 이주노동자가 건강문제로 사업장 변경을 상담해 오고 있을 정도다. 전문의의 진단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A업체는 이를 무시하고 무단결근이라며 즉시 업무 복귀를 종용하는 것은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을 방해할 목적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주노동자가 업무에 부적합하다는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평가 및 소견
이주노동자가 업무에 부적합하다는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평가 및 소견

이뿐 아니라 이 과정에서 A업체가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을 도왔던 내국인 노동자를 부당 징계했다고 노동안전보건모임은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노동부가 위탁·운영하는 경남 직업병 안심센터에서 피부질환 발생 원인 규명 역학조사가 진행됐고, 2차 조사에는 당사자와 현장 노동자 참여를 요청해와 A업체에서 파워공으로 재직 중인 내국인 조합원이 함께 했다”며 “하지만 A업체는 직업병 안심센터에서 역학조사 참여 협조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며 내국인 조합원에게 ‘업무시간 작업장 무단이탈’ 징계를 내렸다”며 부당징계라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동단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함께함에도 이러한 실정인데, 실제 이주노동자가 홀로 처한 현실이 얼마나 열악할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A업체가 이주노동자와 내국인 조합원에게 발송한 문자와 징계 내역.
A업체가 이주노동자와 내국인 조합원에게 발송한 문자와 징계 내역.

이들은 “이주노동자는 이윤 극대화를 위한 착취 수단이나 탄압과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인격체이자 노동자 계급임을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며 “사업장 이동의 자유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분노한다”며 이주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이 온전히 지켜질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연대를 당부했다.

이주노동자는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사내 협력사에 각 1300여명과 16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두 조선소에 향후 7~8천명까지 이주노동자가 채용될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한편, 이주 노동자는 외국인고용법상 원칙적으로 사업주의 허가 없이 사업장을 임의로 변경할 수 없다. 법령에서 규정하는 사유가 있을 때 예외적으로 변경이 허용되며, 사업주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때문에 사업주의 각종 부조리한 행태에도 직장을 바꿀 수 없어 이는 기본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많다.

UN 사회권 위원회는 지난 2017년 이주 노동자 사업장 변경 제도 폐지를 권고했다. 위원회는 사업장 변경 제한으로 이주 노동자들이 사용자 권한에 종속되는 것을 우려해서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반인권적 제도'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2021년 12월 이주 노동자 5명이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자유로운 사업장 이동이 가능해지면 중소기업의 안정적인 노동력 확보와 정부의 불법체류자 관리가 힘들어질 수 있어 불가피하다는 게 판단의 주된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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