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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살 순 없다”... 한화오션 하청노동자 21명 형사재판 시작
“이대로 살 순 없다”... 한화오션 하청노동자 21명 형사재판 시작
  • 거제뉴스광장
  • 승인 2024.03.1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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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8일 규탄 기자회견, "노조법 개정" 호소...사측 "법원서 판단 이뤄질 것“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가 8일 창원지법 통영지원 앞에서 한화오션 하청노동자 21명의 형사재판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라는 구호를 내걸고 지난 2022년 6월 파업을 벌인 한화오션(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21명에 대한 형사재판이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에서 열렸다. 사측이 하청노동자 21명을 상대로 한 형사고소에 따른 것이다.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형사2단독(김진오 판사)은 지난 8일 업무방해와 재물손괴 등의 혐의를 받는 한화오션 하청노동자 21명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이날 첫 공판에서는 피고인의 신원 확인과 공소사실 인정 여부 등이 진행됐다.

한화오션 하청노동자들은 지난 2022년 6월 2일부터 7월 22일까지 51일간 전 대우조선해양 1도크를 점거해 농성을 벌였고, 유최안 하청지회 부지회장은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라고 적힌 피켓을 내걸고 하청노동자의 열악한 처우를 알리기 위해 1㎥ 철구조물에 스스로를 가둬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농성이 끝난 직후인 2022년 8월에 한화오션 사측은 노조의 생산시설 점거로 손해를 입었다며 하청 노조 간부 5명에게 470억 원을 배상하라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었다. 470억원 손해배상 소송 건은 2023년 9월과 12월 1, 2차 공판이 열렸으며, 3차 변론기일은 오는 14일로 예정돼 있다.

470억 손배소와 하청노동자 21명에 대한 형사재판 외에 한화오션 사측은 2023년 1월에 하청노조 조합원 30여 명에 대해 추가로 고소를 해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중이다.

하청지회는 이날 재판에 앞서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업 이후에도 조선소의 열악한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며 “한화오션의 무차별 고소를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절박한 현실을 바꿔보고자 51일 동안 파업투쟁을 했던 하청노동자들은 한화오션의 대규모, 무차별 고소로 피고인이 돼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화오션 하청노동자 21명에 대한 첫 번째 형사재판이 오늘 이곳 통영법원에서 열린다. 그뿐만 아니다. 한화오션은 파업이 끝난 뒤 반 년도 더 지난 2023년 1월 또 다시 평조합원 30여 명을 고소했고 그 사건은 아직 검찰 수사단계에 있어 수십 명의 하청노동자가 피고인으로 또 재판정에 서야 할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한화오션의 대규모, 무차별 고소를 규탄한다", "한화오션은 조선하청지회와 직접교섭에 응하라", "정부와 국회는 노동조합법 2, 3조 개정으로 하청노동자의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라", "정부와 한화오션은 하청노동자 임금 대폭 인상하고 다단계 하청고용 금지하라"고 촉구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불법 파업에 대한 경찰과 검찰의 수사가 진행돼 왔다. 이후 사법적 판단은 법원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한화오션의 무차별, 대규모 고소 규탄한다

― 정부와 국회는 노동조합법 2, 3조 다시 개정하라 ―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

2022년 여름 한화오션 하청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은 조선소 하청노동자의 현실을 널리 알렸고, 그 외침에 한국사회는 뜨겁게 반응했다. 그러나 파업투쟁이 끝난 이후 1년 8개월이 지났지만, 하청노동자의 현실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한국 조선업은 ‘초호황’을 맞이했고 원청 조선소의 수익은 크게 좋아졌지만, 하청노동자의 저임금 구조는 여전히 굳건하다. 많은 시민들이 선뜻 믿지 못했던, 20~30년 경력의 숙련노동자가 최저임금보다 조금 높은 임금을 받는 현실은 여전하다. 정부와 자본이 부족한 인력을 저임금 이주노동자와 다단계하청 고용은 확대로 해결하려 하기 때문이다. 지금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에서는 초호황이라면서 하청노동자 임금체불까지 발생하고 있다.

저임금 이주노동자 고용과 다단계 하청고용 확대로 ‘위험의 외주화’는 더 심각해졌다. 그 결과 2024년 들어 한화, 현대, 삼성 등 대형 조선소에서 중대재해가 잇따르고 있다.

노동조합은 배제한 채 정부가 원하청 사용자 등 떠밀어 추진한 ‘노사 상생협약’은 빛 좋은 개살구였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현실을 개선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하청노동자의 실제 사장인 원청과 하청노조의 단체교섭을 보장하는 것이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어렵게 국회를 통과한 노동조합법 2, 3조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반면, 절박한 현실을 바꿔보고자 51일 동안 파업투쟁을 했던 하청노동자들은 한화오션의 대규모, 무차별 고소로 피고인이 되어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다. 한화오션 하청노동자 21명에 대한 첫 번째 형사재판이 오늘 이곳 통영법원에서 열린다. 그뿐만 아니다. 한화오션은 파업이 끝난 뒤 반년도 더 지난 2023년 1월 또다시 평조합원 30여 명을 고소했고 그 사건은 아직 검찰 수사단계에 있어 수십 명의 하청노동자가 피고인으로 또 재판정에 서야 할지 모른다. 특히, 한화오션은 경찰과 검찰이 무혐의 처분한 사안에 대해서도 항고를 하는 집요함까지 보이고 있다.

이같이 한화오션이 평조합원을 대규모, 무차별 고소를 하는 이유는, 평소 경찰 수사나 형사재판을 받아본 경험이 없는 하청노동자에게 두려움과 공포를 심어주고 끝까지 괴롭히려는 것이다.

2022년 여름 한화오션에서는 하청노동자의 파업투쟁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파업을 파괴하기 위해 원청은 조직적인 폭력을 휘둘렀다. 하청노동자의 농성천막이 커터칼을 손에 쥔 원청 관리자들에 의해 무참히 뜯겨나갔다. 천막을 지키던 노동자에게는 소화기가 분사되었다. 여성 노동자에게는 단단한 얼음 물병을 던졌다. 천막을 부순 것도 모자라 방송장비 등 기물을 파손했고, 가방 신발 등 개인 물품을 트럭에 싣고 가는 절도 행위까지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직적인 폭력을 행한 자들은 대부분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되었다.

2022년 한화오션 하청노동자 파업투쟁은 살기 위한 절박한 몸짓이었다. 하청노동자도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을 누리기 위한 저항이었다. 그 과정에서 실정법을 위반하는 행위가 있었다면 그것을 부정하지는 않겠다. 우리는 피고인으로 성실하게 재판에 임할 것이며, 최선을 다해 우리에게 주어진 변론권을 행사할 것이다.

다만, 한국사회에 묻는다. 하청노동자만 이렇게 피고인이 되고 하청노동자의 행위만 이렇게 처벌 대상이 되고 원청이 자행한 조직적 폭력은 전혀 처벌되지 않는 것이 공정한 일인가?

한국사회가 뜨겁게 반응하고 모두가 인정한 조선소 하청노동자 저임금 구조와 다단계 하청고용을 개선하지 않고 오히려 확대, 강화 유지하는 것이 올바른 일인가?

하청노동자에게도 노동3권을 제대로 보장하려는 노동조합법 2, 3조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대통령의 ‘헌법 수호’의 책임을 저버리는 것 아닌가?

우리는 비록 오늘 피고인의 신분으로 이 자리에 섰지만, 앞으로도 조선소 직접생산의 80% 이상을 담당하는 당당한 노동자로, 금속노조의 자랑스러운 조합원으로 현장에서 일하고 투쟁하며, 조선소 하청노동자 저임금 구조와 다단계 하청고용을 바꾸어 나갈 것이다. 하청노동자의 실제 사장인 원청 한화오션과의 직접교섭을 쟁취할 것이다.

○ 한화오션의 대규모, 무차별 고소를 규탄한다.

○ 한화오션은 조선하청지회와 직접교섭에 응하라.

○ 정부와 국회는 노동조합법 2, 3조 개정으로 하청노동자의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라.

○ 정부와 한화오션은 하청노동자 임금 대폭 인상하고 다단계 하청고용 금지하라.

2024. 3. 8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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