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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치 복원하고 희망주려면 기득권 버려야”
“진보정치 복원하고 희망주려면 기득권 버려야”
  • 김용운 대표기자
  • 승인 2015.10.08 2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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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동주 정의당 거제지역위원회 위원장

지난달 17일 정의당 거제지역위원회가 문을 열었다. 지역위원회 관계자는 시민들이 그 문을 통해 자유롭게 드나들고 자신의 생각을 정치에 반영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배동주. 정의당 거제지역위원회 창립대회에서 초대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올해 만 50살인 배 위원장은 시민단체에서는 꽤 이름이 알려진 사람이다. 거제경실련 집행위원과 불공정거래고발센터 센터장이며, 노무현재단 사무국장도 맡고 있다. 이전에는 국민참여당 당원이기도 했다.

그가 생애 처음, 한 정당의 지역위원장으로 나선 까닭과 그가 생각하는 정의당과 진보정당의 미래, 거제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거제뉴스광장> 회의실에서 만났다.

지역위원회 창립을 축하한다. 그동안 어떻게 준비해 왔나?

작년 12월에 경남도당으로부터 창립준비위원회 인준을 받았다. 올해 3월 지역위원회 창립 요건인 당원 50명을 넘어섰고 이 때 부터 본격적으로 창립준비에 들어갔다. 입당한 지는 두 달됐고, 기존 당원들과 함께 준비해 왔다.

당원은 몇 명이고 주로 어떤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나?

현재 당원은 80명 정도다. 과거에 정당이나 시민단체 활동한 분들은 거의 없고 참여당 당원이었던 분들은 몇 명 된다. 조직이 집단적으로 참여한 것이 아니다. 대부분 개인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창립대회를 보니 그리 알려진 분들은 안 보였다. 지역기반도 그렇게 확고하지는 않아 보이는데 걱정되지 않나?

소위 ‘유명인사’라고 할 만한 분들은 없다. 주목을 덜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세가 약한 건 당연하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적, 물적 기반이 취약하다고 그 존재가 의미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언제나 지금만큼의 세력으로만 머물러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현재 세가 약하다는 것은 인정하는 것인가?

세가 약한 게 아니라 아예 없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기존 정당을 한 걸음에 따라 갈 수는 없다. 우리 역량을 키워나가는 것이 우선이다. 작지만 겸손하고 꾸준한 활동을 통해 지지나 신뢰를 넓혀나가는 것 말고 달리 다른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정당의 지역위원장으로는 처음인데, 되고 싶은 생각이 있었나?

부족하지만 참여당 활동을 통해 지역에서 진보정당의 역할이 분명이 있다는 점을 느꼈다. 정당 당원이 되면 위원장이 되어서 주체적으로 당을 이끌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다. 당원모임에서 결정해 위원장으로 나서 달라고 제안했다.

지역위원회 활동에 대한 포부가 큰 것 같은데, 어떤 방향으로 이끌 계획인가?

위원장 출마 결심할 때, 출마의 변을 쓴 적이 있다. 환경, 교육, 노동 분과 만들어 지역 현안에 적극 참여하고 싶다. 비정규직 정당을 자임하고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활동에 연대하는 것은 우리 역할이다.

역량도 당장은 부족하다 했는데, 어떻게 그 힘을 만들 것인가?

당장은 아니다. 당원 모임에서 지역현안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일부 당원들이 과욕 아닌가 하는 우려도 했다. 하지만 당원들의 숨은 역량을 믿는다. 이들의 역량을 끌어내는 것이 위원장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자리, 명예 이런 거 생각하면 못하는 일이다. 당원에게 우리가 왜 정의당이라는 정당의 당원인가 하는 점을 늘 되돌아보자고 말하고 싶다.

통진당 해산 이후 진보정치와 정당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멀어졌다. 진보정당으로서 정의당의 가치는 무엇인가?

국민들 생각이 냉랭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진보정치가 소용이 없다거나 진보정당이 불필요하다는 의미는 아니지 않은가. 국민이 관심을 갖게 하는 것도 진보정당의 몫이고, 국민이 환멸을 느끼게 하는 것도 진보정당이 책임질 일이다. 정의당은 땅에 떨어진 진보정치와 정당의 신뢰를 다시 세우는데 초석이 돼야 한다. 흩어진 진보정치를 통합해 굳건하게 만드는 것이 맡겨진 과제다. 진보적 관점에서 사회를 변화시켜야 하는 시대적 과제가 소멸한 것은 아니다.

새로운 진보정치의 복원과 세력화, 이렇게 봐도 되나?

그렇다. 진보정치에 대한 희망을 복원시키자는 거다. 신뢰가 없으면 희망을 걸지도 않고, 희망을 걸지 않는 정당을 신뢰할리도 만무하다. 집권당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 중에 새정치민주연합으로 수렴되지 못하는 국민들의 의견, 숫자도 많다. 다만 그간 진보정당이 이들을 하나의 그릇에 담지 못한 것이다. 국민이 희망을 걸게 되면 20%이상 지지와 원내 교섭단체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진보정당의 연대가 선결과제라는 의미인데, 진보정치세력 4자(정의당, 진보결집+, 국민모임, 노동정치연대)의 통합도 전망된다. 정의당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

아까도 얘기했지만 정의당은 신뢰받는 진보정당의 재탄생에 기여할 때 의미가 있다. 진보정당이 제대로 서야 기득권에 물든 야당도 견인할 수 있다.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 일을 위해서라면 정의당이 내려놓아야 한다. 내가 소속된 조직, 정당이 반드시 중심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

좋은 의견이긴 한데 당원들이 쉽게 동의하겠나?

사실 나도 정의당 당원이지만, 당원 다수가 정의당 중심, 이런 얘기 많이 한다. 4자 통합 주체 가운데 당원도 제일 많고 국회의원도 있고 하기 때문에 중심에 놓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다른 쪽에서 받아들일 수가 없다. 과거 진보정당이 분열할 때를 생각해보면 지금 작은 기득권에 매몰될 때가 아니다.

통합논의가 진전되면 결국 당명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지 않나?

지금도 그 문제가 중요한 논쟁거리다. 통합정당의 당명이 정의당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꼭 정의당 소속이기 때문이어서 나오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거기에는 국민들이 볼 때 정의당 이름이 그나마 익숙해서 정의당으로 하는 게 나을 것이라는 정치적 판단이 있다. 하지만, 어떤 이유를 들더라도 반드시 정의당이어야 한다는 것을 우선 조건으로 내세우면, 그건 옳지 못하다.

당장 총선이 다가온다. 대책은 무엇인가?

마땅히 당에서 후보 내는 것이 일차적인데, 솔직히 현재 그런 전망은 어둡다. 억지로 할 것은 없다고 본다.

후보를 내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인데, 그럼 총선 국면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나?

지난 국회의원 선거를 보면서 느끼는 게 많다. 단일후보는 만들어 냈는데, 그 후부터 투표까지 같이 가고 힘을 보태지 못했다. 같은 전철을 되풀이하면 안 된다. 투표장까지 함께 가는 진보정치를 만들어야 한다. 진심이 없으면 못하는 일이다.

현실적으로 거제에는 새정치민주연합, 노동당이 존재한다. 평가를 해 달라.

노동당은 진보정당, 노동자정당의 뿌리를 가진 역사가 깊은 당이다. 새정치민주연합도 대선 이후 활력을 되찾았고 지역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 당이 거기에 비교할 수는 없다. 첫걸음 떼는 거고, 비교할 생각 없다. 하지만 지역문제 관한 시각은 다 비슷할 거라 본다. 지역문제 해결에 힘을 보태고 싶다. 이를 통해 정당간의 신뢰도 쌓이고 시민들의 신뢰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 정당 위원장간의 자리를 만들 생각은 없나?

있으면 좋겠는데, 새정치와 노동당은 서로간의 관계가 있고 해서 우리가 먼저 나서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우선 인사라도 하는 자리는 청하고 싶다.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지역위원회 창립대회 하고 나서 당원이 되고 싶은 사람들 전화가 있었다. 솔직히 말해 이 분들은 현재의 새정치민주연합에는 가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렇다고 노동당에도 선뜻 발을 들이지 못하고 있다. 현재 당원 중에 야당이나 진보정당에 가입한 적이 있는 사람은 10%도 안 된다. 정의당은 부족하지만 이런 시민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그 자체로 긍정적인 요소가 된다. 진보정당이 자리잡기를 희망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잦아졌으면 좋겠다.

정의당은 진보정당이다. 2010년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진입한 이후 끊임없는 분화로 이어져 현재는 원외 정당인 노동당과 함께 진보정당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정당내부의 그 ‘투쟁’이 결국 분당과 분열로 이어졌다. 진보정당을 이끄는 사람들에게 어느 때보다 어려운 정치상황이다.

배동주 위원장은 인터뷰 내내 이 점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겸손, 연대, 통합, 희망, 신뢰를 강조했다. 자기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주장엔 진심이 느껴졌다. 그의 말처럼 신뢰를 바탕으로, 희망을 주는 진보정당이 국민과 시민 속에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어차피 새는 좌우 날개로 날아야 하고, 수레는 좌우 두 바퀴로 굴러가야 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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