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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함에 묻어 소중한 것을 잃지 말자
익숙함에 묻어 소중한 것을 잃지 말자
  • 거제뉴스광장
  • 승인 2016.02.10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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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용식(거제소방서장)

논어(論語) 향당(鄕黨)편에 이런 고사가 있다. 공자가 관리로 재직하고 있을 때 조정에서 집으로 돌아오자 하인이 마구간에 불이 났다고 아뢰었다. 당시 공자는 뛰어난 명마를 소유하고 있었다. 전쟁이 끊이지 않던 춘추전국시대의 말은 신분의 상징이며 전투력의 원천이었다. 때문에 말의 안전에 대해 먼저 물어봤음직도 했지만 공자는 “사람은 다치지 않았는가?” 하고 물었다. 이는 비싸고 귀한 말보다 사람을 더 걱정했다는 것으로 그가 왜 성인으로 추앙받는지 알게 해주는 불문마(不問馬)의 고사 유래이다.

30여년의 세월을 소방공무원으로 살아온 나에게 “불문마”는 내가 애인처럼 곁에 두고 불렀던 말이었다. 사람이 가장 하기 싫다는 3D의 일자리가 유행하던 시대에 나는 하필이면 이 모든 것을 갖춘 소방관이 되었다.

어떤 이의 가슴 아픈 한 자락의 기억 속에서 머물렀던 젊은 날의 내가 제일 먼저 파악했던 말은 “인명피해는 없는가?” 이었고, 또 이제는 내가 가장 많이 물어보는 말이 “인명피해는 없는가?” 이다. 공자가 살던 춘추전국시대에도 또 21세기를 살고 있는 지금의 디지털시대에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사람의 소중함인 것이다.

지난해에 거제소방서 직원들은 바빴다. 화재출동 691건, 구조출동 4,683건, 구급출동 12,716건. 이는 전년대비 화재는 39%, 구조29%, 구급6.2%가 증가한 것이다.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도 증가했다. 인명피해 24명(사망4,부상20), 재산피해 19,625백만원으로 전년대비 인명피해 60%, 재산피해 1,990% 증가했다. 불조심 강조의 달 운영과 겨울철소방안전대책 추진 등 다양한 소방정책과 소방훈련을 통해 시민의 생명과 재산보호를 위해 노력했지만 자료에서 보았듯이 인명과 재산피해는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결과가 있으면 원인도 있는 것, 실재 화재발생 296건 중 부주의 199건 이는 전체 화재발생 건수의 67%에 해당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안전불감증이 낳은 결과로써 조금만 주의 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인재였다는 것이다.

우리는 2014년도 세월호 침몰사고를 가슴으로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어린 학생들의 죽음을 보며 한 사람의 안전불감증이 어떤 재앙을 가져오는지 똑똑히 보았었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고칠 줄 모르는 것이 진정한 잘못이다'는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의 야단을 앞으로 얼마나 더 들어야 하겠는가?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편안함에 길들여져 버렸다. 리모컨에 익숙하고 단축기호에 길들여져 빨리 가는 법에 익숙해져 버린 것이다. 조금 불편해도 안전을 위하여 조금 천천히 가며 소중한 것을 잃지 않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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