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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무겁다. 내려놓아도 될까"···하청업체 노동자 또 자살
"이제 무겁다. 내려놓아도 될까"···하청업체 노동자 또 자살
  • 김용운 대표기자
  • 승인 2016.05.12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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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노동자대책위 "회사 구조조정, 임금삭감 요구가 직접 원인"
고향에서 달려온 숨진 정씨의 어머니 등 가족이 11일 열린 추모집회에서 바닥에 앉아 울부짖고 있다.

거제의 한 대형조선소 협력사에 다니는 30대 가장인 노동자가 11일 새벽 자신의 집에서 숨진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지난달 25일 회사내 건조중인 선박위에서 협력업체 노동자가 자살한 사건에 이어 올들어 두번째다.  

경찰에 따르면 ㅅ기업에서 반장으로 일하던 정아무개(37)씨가 11일 오전 6시께 고현동 자신의 집 욕실에서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아내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자살로 규정하고 있으나 유서를 발견하지 못해 뚜렷한 자살동기는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정씨가 전날 오전 회사에 사표를 내고 집에와 이날 새벽2시까지 아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잠자리에 들었다고 전했다.

삼성중공업일반노조(위원장 김경습)는 정씨의 자살이 최근 회사의 구조조정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인력감축을 위한 급여 삭감과 보직이동이 정씨의 직접적인 자살 원인이라고 규정했다. 최근의 조선업 위기로 가장 먼저 타격을 받게 된 하청업체가 살아남기 위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생긴 비극이라는 것이다.

노조에 따르면 정씨가 다니던 ㅅ기업은 2개월전부터 조직개편이 시작됐고 이달초 정씨가 일하던 부서의 2개 반이 1개반으로 축소됐다. 이 과정에서 반장이던 정씨가 다른 부서로 밀려났고, 급여도 월급에서 시급으로 전환하라는 강요를 받아왔다고 전했다.

ㅅ기업 회사쪽 관계자는 "조직개편이 있었다"라고 짧게 말하고는 그 이상은 곤란하다며 말을 아꼈다.

정씨는 이를 '회사를 그만두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어려움을 아내에게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10일 회사에 사표를 낸 정씨는 오후 내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저녁 시간에는 직장 동료들을 만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씨의 아내가 공개한 정씨의 휴대폰 카카오톡 바탕화면에는 "이제 무겁다. 내려 놓아도 될까"라는 글귀가 남겨져 있어 자살을 암시한 것으로 여겨진다. 정씨는 경북 봉화가 고향으로 ㅅ기업에서 8년째 근무해오고 있었다. 유족으로는 정씨의 아내와 세 자녀(5세,7세,9세)가 있다.

한편 통영거제고성하청노동자살리기대책위는 정씨의 자살이 회사의 구조조정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11일 출퇴근 시간에 조선소 정문앞에서 추모 집회를 가졌다. 대책위는 경영자의 사과와 충분한 보상을 촉구하며 기자회견과 유족과 함께하는 천막 철야농성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정씨가 카카오톡에 남긴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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