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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분노 조절이 안 되어 ‘욱 하면 퍽’ 하는 세상
[기고] 분노 조절이 안 되어 ‘욱 하면 퍽’ 하는 세상
  • 거제뉴스광장
  • 승인 2016.07.21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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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석(전 거제교육장)

동료 학생이 보는 앞에서 선생님의 머리채를 잡고 흔들거나 주먹으로 선생님의 얼굴을 폭행하는 사건, 학교 교실 한복판에서 중학생이 부탄 폭발 테러를 일으킨 사건이 있었던 교육 현장이나 중학생이 타이르는 할아버지를 넘어트려 사망하게 하는 사건, 기분 나쁘게 쳐다봤다는 이유로 주먹다짐이나 흉기를 찔러 상해를 입히는 일이나 요즘처럼 묻지 마 살인과 끔찍한 토막살인 사건, 부모나 조부모를 해치는 패륜범죄로 한국사회가 ‘욱’하면 ‘퍽’ 하는 분노 표준형 범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인간은 다양한 욕망을 가지고 있는데 이 욕망에 현실의 조건에서 만족하지 못 할 때 쉽게 좌절되고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될 것이다. 더군다나 물질만능으로 사회의 양극화 구조 현상과 부모가 자녀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의 원인도 많을 것이다.

상처를 받으면 가장 먼저 나타나는 감정이 바로 분노이다. 이런 ‘분노의 조절 장애’는 정신적 고통이나 충격 이후에 모멸감, 무력감, 부당함 등의 감정이 지속적으로 쌓이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장애이다.

필자가 현직에서 경험한 바에 의하면 이런 분노 조절이 잘 안 되는 아이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 심각한 모습으로 보이는 것을 경험 할 수 있었다. 가정적으로 안정되지 못한 채 어려서부터 가족으로부터 거부당했던 아이들이 더욱 빈번하였다.

성장기에 심각한 심리적 외상을 경험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심각한 신체적 학대와 방임이 지속해서 노출된 불안, 우울, 공포, 무기력감과 함께 엄청난 분노가 내면에 자리하고 있어 항상 폭발의 가연성을 지니고 있다.

부모의 과격한 언어 습관도 분노조절장애의 촉매로 작용한다.

‘넌 도대체 제대로 하는 것이 뭐니?’ ‘네가 태어나서 내 인생이 망했어’와 같이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부모의 말을 계속해서 들은 아이는 당시에는 나를 버리거나 어떻게 할지 모르는 불안 속에 성장하다가 점차 성인이 되어 성장하면서 이런 경험을 상기시킬 때 트라우마(심리적인 衝擊)를 겪는 당시의 심리상태로 돌아가 분노가 폭발한다고 전문가는 말하고 있다.

중학교 2학년 최 모 군은 3월 뾰족한 필기도구와 주먹으로 같은 반 친구의 눈과 입을 찌르고 때렸다. 이유는 단지 ‘웃는 모습이 싫어서’였다고 한다. 그 학생의 심리 치료에서 “TV를 보며 ‘저렇게 생긴 인간들은 재수가 없어’ ‘세상에 쓸모없는 인간들’이라며 욕하는 부모의 모습을 자주 보았다”고 털어 놓았다.

부모의 우울 불안 심리도 아이들 마음을 병들게 한다. “짜증난다” “살기 싫다”는 부모의 말을 자주들은 학생이 가출하여 폭력, 절도를 저지른 학생이 많았다는 통계가 나왔다.

따라서 부모의 삶에 대한 불만과 부정심리를 그대로 표출하면 아이의 정서 파괴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우울, 불안장애를 앓고 있는 부모는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므로 아이들의 분노 조절 장애의 치료는 부모 스스로 자신을 먼저 되돌아보는 것이 아이 치료의 시작이다.

요즘처럼 디지털 문화 속에서 과도한 스마트폰 게임 중독으로 팝콘 브레인(즉각적인 현상에만 반응하는 뇌의 치명적인 장애)이 되거나 TV프로그램에 오랜 시간 자신의 감정에만 집중하여 친구와 고립되어 선생님을 향한 분노표출의 정도가 매우 심하게 나타내기도 한다.

상황을 둘러대거나 자기에게 유리한쪽으로 거짓말을 잘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들어다 보고 차분히 생각하거나 다스리기 전에 먼저 폭발해 버린다. 그리고는 모두 남의 탓으로 돌리기도 하고 거짓말도 한다. 학교는 친절하고 단호한 말만 교육해야 하지만 선생님들이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그리 쉽지 않다.

전문 상담 교사의 도움을 받도록 하고는 있지만 상황 발생 즉시 투입되지 못해 그 치료효과는 미미한 것이 사실이다. 당연한 교칙과 질서를 지키며 서로 어울려 살아가지 못하는 그런 학생이 학급에 있으면 교실은 늘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처럼 불안하고 힘들다.

최근 학생과 학부모에게 폭언 폭행 등 교권침해로 힘들고 자존감이 무너져서 우울감이 생기거나 명퇴를 희망하는 교사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어느 연구결과 교사집단의 우울경향성이 타 직종 보다 많다는 보고를 보면 교사가 행복해야 학생이 행복하기를 기대할 수 있는 것도 사회는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분노폭발은 ‘곧 마음의 상처’를 의미하며, 마음의 상처를 어떻게 치유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서울에 있는 돈 보스고 신부가 창립한 ‘살레시오 청소년센터’에서 처벌과 보호의 경계에선 소년 범들을 백준식 센터장이 상처를 보듬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비행청소년을 교화하는 ‘6호 처분' (만10세 이상 청소년을 6개월 안팎 기간 동안 아동복지법상 소년보호시설에 감호, 위탁, 비수용처분과 시설처분의 중간처분) 대상 청소년을 목공예, 도예, 학습, 미술, 등 상처치유 프로그램을 통해서 사랑스럽게 지도하고 있다.

그는 “요즘 아이들에게는 아이의 눈에 맞는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이에게 이것저것 시키지만 부모가 좋아하는 일 뿐이지, 아이가 좋아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부모의 꾸중에 아이가 억지로 학원에 가고 공부를 하지만 방황을 멈추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한다.

백 수사는 ‘사랑을 받아본 아이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 고 강조한다. 다른 사람을 사랑할 줄 알면 ‘욱 하면 퍽’ 하는 사회가 되지 않을 것이다.

다른 사람을 눌러야 내가 산다는 강박관념이 아닌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의 교육이념을 강조할 필요성을 새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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