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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값에 벤츠 구입'···150억원대 다단계식 판매업자 구속
'싼값에 벤츠 구입'···150억원대 다단계식 판매업자 구속
  • 김용운, 배기수 기자
  • 승인 2016.07.21 1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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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비 내고 차량 받지 못한 482건, 86억원 고스란히 날릴 판
▲ 거제경찰서 지능팀 박병서(경위) 수사관이 사건 개요를 설명하고 있다.

수입차 공동구매라는 명목으로 회원을 모아 오면 그 조직책에게 고급 외제차(벤츠E220)를 주는 사실상 다단계 영업을 해 온 김아무개(45)씨와 동거녀 등 일당 5명이 경찰에 검거됐다. 4명은 거제시민이다.  

거제경찰서는 21일 오전 거제경찰서에서 언론브리핑을 갖고 김씨 등 5명을 방문판매등에 관한 법률 위반과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19일 입건하고 주범 김씨를 구속했다고 발표했다. '다단계 판매조직 또는 이와 유사한 조직을 이용해 재화 등의 거래를 가장하여 사실상 금전거래를 해서는 안된다'는 법 조항을 위반한 혐의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7월경 거제시 고현동에 'oㅈ솔루션'이라는 수입자동차 판매업체를 설립하고, 공동구매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회원을 모집해 왔다.

회원이 수입차를 받기 위해서는 가입비 1790만원을 내고 다른 2명을 회원으로 가입시키고, 이들 회원도 역시 2명씩의 회원을 가입시켜 모두 7명이 되면 최초 가입자에게 벤츠를 주는 식이다.

▲ 경찰이 '다단계 판매구조'라고 밝힌 외제차 공동구매 프로그램 운영방식. 자신을 포함 가입비를 낸 7명의 회원을 모으면 벤츠 승용차를 받아가는 구조다.

얼핏 1790만원으로 6800만원(차량 6350만원, 등록비 450만원)짜리 벤츠 승용차를 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가입 회원수는 급격히 늘어났다. 차량을 원하지 않는 경우 현금 5500만원을 가져가기도 했다.

벤츠를 받은 회원들이 이를 자랑삼아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게 되면서 관심은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7월 회원 모집을 시작해 불과 6개월만에 회원 가입이 700건이 넘을 만큼 관심이 폭증했다. 초창기 주로 거제시민이었던 회원은 날이 갈수록 전국으로 확대돼 갔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문제는 가입 회원이 벤츠 승용차를 받기 위해서는 자신을 포함해 끊임없이 7명씩의 추가 회원을 가입시켜야만 한다는 점이다. 단계가 거듭할수록 1백명→2백명→4백명의 회원 구조가 필요했다. 경찰은 회원이 2배수로 계속 충원되지 않는 이상 수입(1790만원)보다 지출(6800만원)이 많은 운영 구조상 언젠가는 도산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 1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들의 자금 흐름을 수상히 여겨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1월 19일과 20일 거제경찰서가 공정위와 합동으로 단속반을 편성, 현장 단속을 실시했다. 경찰은 이후 회원가입명부, 계약서, 입출금내역 등 관련자료 확인과 분석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경찰의 수사로 이때부터 불안을 느낀 회원들의 가입이 현저히 줄면서 결국 회비만 납부하고 차량을 지급받지 못한 회원들이 늘어갔다. 이들 회원이 2월 이후 모두 40여건에 이르는 고소와 진정을 하게 돼 사회 문제로 확산됐다. 

경찰에 따르면 지금까지 회원 가입은 786건, 149억 9380만원의 가입비를 납부했다. 이들 중 304건이 차량(38건) 또는 현금(190건)을 받거나 가입비를 환불(76건)받는 식으로 '졸업'했고, 나머지 482건(86억여원)이 아직 가입비를 돌려받지 못한 상황이다.

경찰은 달리 변제 수단이 없어 이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 전국에서 이를 모방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며 시민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 주범으로 구속된 김아무개씨가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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