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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60만번의 트라이' 독립영화를 보고
[리뷰]'60만번의 트라이' 독립영화를 보고
  • 장윤영 시민기자
  • 승인 2014.11.07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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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편, 저편 편가르지 않는 노사이드 정신이 필요한 사회인듯

11월5일 수요일 옥포 해피니스홀에서는 뜻깊은 영화상영이 있었다. <60만번의 트라이>라는 다큐멘트리 영화상영이었다. 이번 영화상영은 거제교육연대(참교육학부모회, 어린이책시민연대, 거제아이쿱생협, 거제여성회, 전교조 초.중등지회, 민주노총거제시지부, 거제경실련)에서 주최한 행사이다.

오전10시30분, 오후7시 2회 상영으로 100여명의 시민들이 관람했다. 상업영화에 밀려 거제에는 개봉도 하지 않은 영화를 배급사를 통해 필름을 구입하고 보다 좋은 화질로 시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해피니스홀을 대관하였다.

감독은 이런 저런 사연으로 ‘오사카조선고급학교’의 럭비부를 영상에 담게 되었다. 책임감 강한 주장 ‘관태’, 17세 이하 일본대표팀에서 활약한 에이스 ‘유인’, 럭비부 최강 브레인 부주장 ‘용휘’, 개그담당 후보선수 ‘상현’, 무용부 출신 매니저 ‘옥희’. 졸업을 앞둔 오사카조고 3학년들은 60만 동포들의 꿈을 안고 전국대회 ‘하나조노’ 우승을 목표로 구슬땀을 흘린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주장 ‘관태’의 부상과 선수들 사이의 오해, 오사카시의 학교 보조금 지급중지라는 최악의 소식까지 더해져 평탄치 않은 출전의 대장정이 시작된다.

제89회 전국고등학교 럭비대회에서 처음으로 준결승에 진출하지만 가나가와의 강호, 도우인카쿠엔에게 아쉽게도 패해 3위에 그친다. “조고 수고했다, 괜찮다” 응원석에는 우리말 응원과 ‘잘했다’는 격려의 소리가 넘쳐흘렀다

오사카 조고 럭비부 사상 대회 첫 3위, 전국대회 출전 19년 만에 이뤄낸 쾌거였다. 일본 내1,000여 개가 넘는 럭비부들 조차 쉽지 않은 4강의 벽을 넘어선 오사카 조고 럭비부의 땀과 눈물 그리고 하나된 동포들의 간절한 응원 소리를 감독은 전 세계에 전하고 싶었다 한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먼저, 일본 내 조선인에 대한 차별이다. 2010년 4월, 일본정부는 일본 내 모든 학교에서 시행한 고교무상화 정책을 조선학교에만 적용하지 않음으로써 동포사회에 충격과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유엔 세계인권선언에 명시되어 있는 ‘법 앞에 평등’ ‘평등하게 교육 받을 권리’를 명백히 침해하는 이러한 행태는 남북은 물론 국제적 비난까지 자초하고 있으나 여전히 문제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영화에서도 훈련으로 바쁘지만 시간을 내어 럭비부 감독, 코치, 선수들이 무상화 적용을 요구하는 거리서명에 나서는 장면이 나온다.

다음은 남북의 경직화로 인한 조선인의 정체성의 혼란이다. 세계청소년럭비대회에 참여한 조고 럭비부 선수가 목욕탕에서 호주선수와 만았다. 호주선수가 "웰 아 유 프롬”이라 물었고 “아이 엠 코리언”이라 답하자, 옆에 있던 남한 선수가 “유 아 재팬니즈", "아이 엠 오리지날 코리언”이라고 했다. 같은 민족인데 상처 받았다고 한다.

분단 전 일본으로 온 재일동포 1세대들은 국적을 남한도 북한도 정하지 않았다. 둘다 조국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코리언이다. 그런데 일본에선 조선인으로, 남한에선 일본인으로 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의 주제는 고교무상화 기자회견장에서 럭비부 주장 김관태의 말이 대변하고 있는 것으로 느껴졌다.

“럭비에는 ‘노사이드 정신’이란 것이 있습니다. 노사이드 정신이란 시합 중엔 편이 갈려 사이드가 생기지만 시합이 끝나면 ‘니편 내편’이라는 사이드가 없어져 함께 교류하고 더불어 즐기는 것입니다. 그러나 고교무상화 문제는 조선학교만 편을 갈라 따로 떼어내서 적용하지 않는 식으로 사이드를 가르고 있습니다. 정말로 이런 사이드가 있다는 것이 분할 따름입니다. 그러나 언젠가 이 사이드가 없어져 교육 현장에도 노사이드 정신이 확산돼 무상화가 반드시 적용되리라 믿습니다”

우리 사회는 아직 노사이드 정신이 부족한 듯하다.

 



장윤영 시민기자는 2명의 자녀를 둔 엄마이며 3년째 '참교육학부모회 거제지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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