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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샤를리다"...언론사 테러에 대한 파리 시민들의 생각
"내가 샤를리다"...언론사 테러에 대한 파리 시민들의 생각
  • 거제뉴스광장
  • 승인 2015.01.08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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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시민과 언론들 동조 행동

한 장의 사진이 연초 페이스북을 달궜다. "Je suis Charlie"(내가 샤를리다).

7일(현지시간)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Charlie Hebdo)에 이슬람 극단주의자로 추정되는 이들의 무차별 테러 공격으로 편집장을 비롯 직원 10명과 경찰 2명 등 총 12명이 숨졌다. 8명의 부상자 중 4명도 생명이 위독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테러는 과감한 풍자로 유명한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가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를 풍자한 만평을 실은 것이 발단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정부는 2차 세계대전 이래 파리 전역에 가장 높은 수준의 테러 경계경보를 발령했다. 이 사건의 의미와 프랑스인들과 세계의 반응들에 대해 파리의 한인 커뮤니티인 <파리꼬빵>의 글을 <레디앙>이 실었다. <레디앙> 편잡장의 동의를 얻어 같이 게재한다. 관련글 링크(http://pariscopain.fr/archives/1428)

파리지앵들은 이 사건을 이슬람주의자들의 프랑스에 대한 테러가 아니라 언론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로 이 사건을 보고 있다. 추모집회에는 이슬람 신자들도 참석했으며, 시민들은 이슬람에 대한 어떤 분노도 말하지 않았다.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시민들의 연대이야기, 독자들의 일독을 권한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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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샤를리다"

이것은 우리의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다.

20년 전 파리 시내 지하철에서 벌어졌던 테러로 8명이 사망한 이래 최대 규모의 테러가 파리 한복판에서 자행되었고 12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이 충격적 사건을 맞아 프랑스 사람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오직 하나였다. “그들의 야만적 테러는 우리의 자유를 멈출 수 없다.”

2015년 1월 7일 오전 11시 30분, 파리 11구에 있는 시사만평지 <Charlie Hebdo>(샤를리 에브도) 본사에 얼굴에 복면을 두른 3명의 무장 테러리스트들이 난입하여, 이 신문의 대표이자 저명한 만화가인 스테판 샤르보니에(Stephane Charbonnier)를 비롯, 만평계의 거인인 까뷔 Cabu, 볼린스키 Wolinski, 경제학자 베르나르 마리스 Bernard Maris와 두 명의 경찰을 비롯한 12명의 사람을 죽이고 자동차를 타고 달아났다.

마침 이날은 샤를리 에브도지의 편집회의가 있던 날이어서 프랑스의 내로라 하는 만평가들인 이들이 한자리에 있었던 것이다.

테러리스트들은 행동 직후, “우리가 샤를리 에브도를 죽였다”. “신은 위대하다”. “우리가 마호메트의 원수를 갚았다”라고 외쳤던 것으로 목격자들은 증언하고 있다. 이들은 또한 11명에게 부상을 입혔고, 이중 3명은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 "그들은 우리의 자유를 죽이지 못하리라" 1월 8일자 일간지 <오주르뒤>

올랑드 대통령, 사건 발발 56분 만에 현장 도착.

사건 발생 45분 만인 12시 15분, 프랑스 내무부 장관 까즈뇌브가 도착하고, 12시 26분 올랑드 대통령이 사건 발발 56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올랑드는 현장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는 지극히 예외적인 야만"이라고 규정하고 "범인을 끝까지 추적하여 공화국의 법정위에 세우겠다”고 선언했다.

언론들도 앞다투어 샤를리 에브도에 대한 지지와 연대의 뜻을 표했다. 특히 르몽드, 리베라시옹, 누벨 오브제르바퇴르, rue 89, 텔레라마 등 12개의 언론은 즉각 희생된 언론인들에 대한 깊은 애도를 표하며, 결코 테러리스트들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것을, 결단코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사수할 것임을 다짐하였을 뿐, 누가 이 사건을 저지른 세력이며 그 배후에 누가 있는지에 대한 섣부른 추측을 남발하는 언론은 없었다.

오직 극우정당 FN의 대표 마린 르펜과 UMP의 총재 사르코지만이 정부는 테러에 대비하여 안전을 강화해야 한다는 식의 발언을 하였을 뿐이다.

오후 6시, 즉각적으로 조직된 전국적 집회

저녁 6시 무렵부터 프랑스 전역은 물론 전세계 주요 도시의 프랑스 대사관 앞에 하나 둘 모여든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진행한 집회가 진행되었다. 광장에 모인 사람 중 그 어느 누구도 이슬람에 대한 분노를 말하지 않았다.

모두가 하나 같이 말하는 것은 '자유' 그리고 '민주주의'였다.

이 테러는 이슬람세계가 프랑스에 가한 공격이 아니라, 야만적인 일단의 무리들이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에 가한 공격이라는데 사람들은 뜻을 같이 했다. 광장에 모여든 사람들은 하나같이 '나는 샤를리다' '우린 모두 샤를리다'라고 쓰인 푯말을 들고 공화국의 이름으로 연대하여 이 소중한 자유를 지킬 것임을 서로에게 확인시켰다.

사람들은 또한 이 극단적인 상황이 어리석은 정치적 선동에 이용되지 않도록 하자는 다짐을 하기도 했다. 광고판으로 쓰이는 대형 전광판에도 'Je suis Charile'(나는 샤를리다)가 어느 샌가 떠 있었다.

▲ 저녁 8시무렵, 파리 République 광장에 모여든 사람들

조기 게양한 프랑스

오후 4시 30분, 대통령 공관인 엘리제 궁은 조기를 내걸었고, 올랑드 대통령은 사흘간 조기를 내걸 것을 지시하였다. 1월 8일 하루를 오늘의 테러에 대한 희생자들의 추모의 날로 선포하였다. 한편 <르몽드>와 <라디오 프랑스>, <프랑스 텔레비전>은 샤를리 에브도라는 신문이 이것으로 멈추지 않고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도록 인적, 물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을 선언하기도 했다.

▲ "나도 샤를리다"로 내용을 갑자기 바꿔 송촐하는 시내의 광고판

연대하라. 공포가 우리의 자유를 삼키지 않도록

“나는 한 번도 샤를리 에브도를 구독한 적이 없지만, 그 언론인들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들은 자신의 양심의 자유와 정치적 신념에 따라 자신의 역할을 다하던 자유인들이다. 왜 그들이 그렇게 죽어야 하는가. 이것은 자유에 대한 모독이며 우리 사회가 지켜온 가치들에 대한 모독이다.” 리퍼블릭 광장에 촛불을 들고 나온 한 나이 든 할머니의 증언이었다.

동료들을 저 세상으로 떠나 보낸 샤를리 에브도의 또 다른 풍자 만화가는 이렇게 말했다. “침묵이 우리 사이에 내려앉게 내버려 둬서는 안된다. 우리와 함께 해 달라. 공포와 불안이 삶의 기쁨과 표현의 자유를 삼키지 않도록.”

세계 각지에서 날아든 슬프고도 웃긴 추모 만평들

프랑스를 대표하는 풍자 만화가들이 한꺼번에 세상을 떠난 날, 그들의 동료 만화가들은 전세계에서 이들에게 지지와 애도를 표하는 만화를 그려 보내왔다.

▲ 아마도 그는 평소에 원고를 늦게 제출하곤 했던 만화가였던 듯. 하나님이 그에게 말한다. 너 어쩐 일로 이번엔 일찍 왔냐고

'언론의 자유'라니

어쩐지 많이 어색한 말이었다. 이 시대의 많은 언론인들은 권력과 테러의 위협이 그들의 자유를 짓밟아서 진실을 말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언론인의 양심을 스스로 헌납하고 자발적으로 권력과 자본에 충성하기 위해 거짓을 말한다. 그런데, 총으로 난사당한 <샤를리 에브도>가 우리에게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었는지를 화산에서 흘러나온 용암처럼 강렬한 방식으로 우리에게 일깨워 주고 있다.

<샤를리 에브도>의 대표이자 이번에 총격으로 사망한 희생자 중 한 사람인 스테판 샤르비니에는 2년 전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이렇게 선언한 바 있다. "무릎을 꿇고 삶을 구걸하느니, 당당히 선 채로 죽음을 택하겠다." 예언처럼, 그는 반복되는 테러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신념을 지키다가, 언론의 자유의 상징으로 산화한다.

▲ 생전의 <샤를리 에브도>의 편집장 스테판 샤르비니에

용의자 세 사람의 신상 파악

셰리프(34), 사이드(32), 아미드(18). 북아프리카계의 이름을 가진 이 세 남자는 파리와 파리 인근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아직 이들이 프랑스 역사상 가장 끔찍한 테러를 저지른 바로 그들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2022년, 이슬람 세력이 프랑스의 대권을 잡게 된다는 가상 소설이 나와 장내를 술렁이게 하는 요즘, 프랑스 시민사회의 성숙도가 과연 이 지난한 난국을 잘 극복하여 극우 테러리스트들의 시험에 걸려들지 않으며 현명하게 자신들의 자유를 지켜나갈 수 있을지, 벽초부터 프랑스의 민주주의는 시험대에 올랐다.

평소 느슨한 리듬으로 살아가는 프랑스인들의 이토록 신속하고 확고한 연대(Solidarité)와 이 사회를 지탱하는 근본 가치에 대한 야만적 침범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그토록 차분한 방식.  범인 색출에 앞서, 상처받고 움츠러든 그들의 자유를 단단하게 지켜내겠다는 선언이 훨씬 더 급한 이 사람들을 보며, 수세기 동안 이 도시를 관통해오던 정의와 자유에 대한 목마름이 용암처럼 다시 한번 치솟는 것을 보았다.  이들이 야만에 맞서 또 다른 야만을 무기로들지 않을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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