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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 폭우 일운면 가옥 수십 채 침수, 도로 곳곳 파손
기록적 폭우 일운면 가옥 수십 채 침수, 도로 곳곳 파손
  • 노재하 기자
  • 승인 2017.09.12 0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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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난개발’, 부도 공사장 ‘방치’로 피해 키워
▲ 11일 기록적인 폭우와 인근 중산간에 자리잡은 '외국인 전용 렌탈하우스' 신축공사장에서 빗물과 함께 토사와 돌덩이들이 밀려 내려와 엉망이 된 회진마을 앞 도로. 이 공사장은 지난해 시행사의 부도로 공사가 중단된 채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방치돼 왔다.

거제지역에 300㎜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산사태로 주요도로가 침수되고, 수십 채의 가옥이 불어난 빗물에 잠기는 등 각종 피해가 잇따랐다.

11일 거제에는 308㎜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이날 오전 5시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6시10분부터 호우경보와 함께 오전 한때 시간당 최대 84㎜를 기록했다. 창원기상청은 이날 오후 12시 30분을 기해 새벽에 발효됐던 호우경보를 모두 해제됐다.

이날 강수량은 1971년 거제기상관측소(장평동)가 들어선 이래 9월 하루 최다 강수량 기록을 경신했다. 또 역대 일 강수량으로도 1999년 7월 29일 387.5㎜와 1991년 8월 23일 341.2㎜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이번 폭우로 거제 전역에서 침수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중산간지역에 대단위 아파트와 호텔 등이 봇불처럼 들어서고 있는 일운면에서 피해가 특히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일운면 소동마을과 회진마을에서는 가옥 수십 채가 침수되고 관내 도로 곳곳이 산사태와 토사유출로 통행에 불편을 겪고 있다. 이번 일운면 지역의 침수 피해에 대해 주민들은 기록적인 폭우 말고도 무분별한 난개발이 더 큰 피해를 불러왔다며 행정의 무사안일을 지적했다. 

◇ 회진마을, 수십채 가옥 침수에 도로는 진흙탕···"무분별한 난개발, 부도 공사장 방치가 피해 키워"

▲ 이명조 회진마을 이장이 침수 피해 당시 물이 들어찬 수위를 가리키고 있다.

지난해 추석 연휴 때(9월 16일) 폭우로 도로 일부가 물에 잠기고 주택이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던 회진마을은 이번 폭우에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큰 피해를 봤다.

이 마을은 70여 호의 주택이 밀집돼 있는 낮은 지대로 인근의 교항천과 해안이 연접하여 폭우 때마다 도로 및 가옥의 침수가 매년 반복됐다.

이에 거제시는 재해위험지구로 지정해 2013년에 치수 방제대책의 일환으로 40여억원의 사업비를 투입 교황천 정비사업을 완료했다. 이어 2014년 12월에 20여억원을 들여 우수 저류시설인 배수펌프장을 설치하면서 시는 예전과 같은 침수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배수펌프장 설치 후 비만 오면 겪어오던 주민들의 피해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해와 같은 집중 호우 시, 침수 대책으로 한계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당시 지역구 시의원 등과 함께 현장을 둘러 본 안전총괄과 관계자는 저류시설 확장을 비롯해 배수로의 개선과 인근 대동천으로의 물길 유도, 만조 시 하천 범람 가능성 등 다양한 경우의 수에 대비해 전문가의 용역을 통해 종합적인 방제 대책을 수립하겠다는 입장을 주민들에게 전했었다.

이번 폭우 피해에 대해 이명조 회진마을 이장은 “회진마을 대부분의 가옥과 인근 교황마을까지 포함하면 80여 가구가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회진마을 40여 가옥은 7시께부터 불어난 빗물이 방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해 무릎 높이까지 차서 어르신들이 긴급히 대피하는 소동이 일어났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홀로 사는 김 모(84) 할머니는 “이른 아침부터 물이 방으로 흘러들었지만, 마당에는 이미 물이 가득 차서 나갈 수도 없었다. 다행히 옆집에 사는 이성균 농협 전무가의 도움으로  집밖으로 빠져 나올 수 있었다”며 “이불이나 옷가지하며, 냉장고도 못쓰게 됐다. 이제 어떻게 살아가나”라고 탄식했다.

가옥 침수 외에도 일운초등학교에서 교황천을 지나 와현 방향으로 가는 차도는 토사와 돌덩이가 덮쳐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도로변 토사롸 돌덩이들은 인근 '외국인 전용 렌탈하우스' 신축공사장에서 빗물과 함께 내려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명조 이장은 “지난해 공사가 중단된 채 방치된 공사 현장에서 빗물과 함께 토사가 쏟아져 화를 더 키웠다”면서 “마구잡이식으로 개발에 부도를 낸 업자나 건축 허가를 남발하고 공사가 중단됐는데도 이를 방치하는 행정의 무사안일한 자세 또한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거제시를 향해 “폭우에 따른 천재지변이라는 식의 입장만 되풀이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지난해 피해를 둘러 본 시의원과 안전총괄과에서 근본적인 재난방제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과연 어떤 대책을 준비하고 있는지 주민들에게 속 시원하게 내놓고 주민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야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소동마을, 40여채 가옥 물에 잠겨···"아파트 공사장에서 토사 쏟아져"

▲ 11일 오전 9시 무렵 아파트 신축공사장에서 마을 안길로 세차게 내려오는 빗물을 한 주민이 바라보고 있다. (사진=소동마을 신두항 이장 제공)

일운면 소동마을 또한 경로당과 마을회관을 비롯해 40여 가구가 회진마을과 비슷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마을 위쪽 중산간에 신축 중인 대단위 아파트 공사장에서 마을 안길을 따라 세차게 내려온 흙탕물이 순식간에 집안까지 들어왔다. 이번 폭우로 지반이 연약해져 뜯겨지고 부서진 공사장 쪽의 아스발트 포장까지 마을 안길로 밀려와 있어 그 피해를 실감케 했다.

이 마을 신두항 이장은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비가 아무리 많이 오더라도 마을 골목길과 집이 이처럼 물난리를 겪은 적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면서 “아무리 비가 많이 왔다고 하지만 마을회관까지 침수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이번이 훨씬 피해가 크다”고 밝혔다.

신 이장은 물난리 원인으로 지형의 변화와 아파트 시공사의 무책임을 지적했다. 아파트 공사로 산림이 깎이고 농지와 초지가 사라지면서 저수 기능이 상실되고 여러 갈래로 분산됐던 물길이 공사과정에서 한쪽으로 쏠려 거대한 물줄기를 형성해 마을 안길을 덮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시공사가 공사를 하면서 마땅히 대비해야할 저류 시설을 확보하지 못한 탓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아파트 조합 측 관계자는 “이만큼 많은 비가 내릴지 예상하지 못했다. 또 이번 폭우에 걸맞은 저류시설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은 점이 있다”면서 “마을 주민들의 피해 복구를 위한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지세포 성당 맞은 편에 짓고 있는 코아루 공사장에서도 흙탕물이 쏟아져 대로변 교통이 일부 통제되기도 했다. 또 공사가 중단된 상태인 ‘풀하우스’ 현장에서도 흙탕물이 국도 대로변에 쏟아지는 일이 빚어지기도 했다.

◇ 망치마을 도로 유실 '아찔'···일운터널, 국도변 등 곳곳 산사태

▲ 망치마을 유실된 도로 현장. 산비탈이 무너져 내려 토사가 해안가 도로변을 덮쳐 해안도로는 차량 통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폭우로 일운면 국도 도로 곳곳이 산사태와 침수, 토사유출로 통행하는 차량과 시민들의 통행에 불편을 빚고 있다.

아주동에서 지세포로 향하는 일운터널 입구에서 산사태가 나 이날 오후까지 교통이 통제됐다. 또 일운면 망치 군부대 앞에서는 한쪽 차선이 유실되고 비탈면 사면이 무너지는 아찔한 상황도 벌어졌다. 토사가 해안변까지 밀려나면서 아래 쪽 해안도로의 차량 진입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유실된 도로가 정상적으로 복구되기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지세포에서 구조라 방향의 14번 국도변 3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일부 구간에서는 경찰이 나서 교통이 통제되기도 했다. 도로공사 측이 응급 복구에 나섰으나 12일까지 공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국도변에서 구조라항으로 접어드는 도로 상의 맨홀이 역류한 빗물의 힘을 견디지 못해 파손됐으며, 맨홀 아래 쪽의 연약한 지반이 이완되면서 함몰돼 복구가 시급해 보인다.

이밖에 망치마을과 망양 마을에서는 소하천 일부가 유실되면서 물길이 인근 주택으로 넘쳐 침수가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인근 마을 주민들은 소하천 사면의 유실과 붕괴 가능성을 우려하며 관계기관에 점검과 정비를 요청했다.

▲ 외국인 렌탈 하우스 공사현장에서 내려온 돌덩이와 토사로 인해 회진마을에서 와현 방면으로의 차량 통행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침수피해가 난 회진마을의 한 주민이 가재도구들을 정리하며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 망양마을 소하천 사면이 유실돼 하천물이 집안으로 들어와 침수피해가 난 현장
▲ 소동마을 신두항 이장이 공사현장 쪽에서 밀려 내려온 아스발트 포장을 가리키며 최고 수위를 설명하고 있다.
▲ 소동마을 주민들이 11일 오후 1시 무렵 침수가 된 마을 경로당에 잠긴 물을 빼내고 청소하고 있다.
▲ 와현 국도변 산사태 현장
▲ 구조랑 항으로 내려가는 길목의 맨홀 주변이 함몰되거나 이완된 상태로 복구가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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