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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 임금협상 배후에 그룹 미래전략실 있다"
"삼성중공업 임금협상 배후에 그룹 미래전략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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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1.13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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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노동뉴스> 변성준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위원장 인터뷰

삼성중공업의 2014년도 임금협상이 장기화되고 있다. 노동자협의회는 7일 대의원대회를 통해 만장일치로 쟁의행위(파업) 찬반투표를 실행할 것을 결의했다. 시기는 회사와의 협상 진척여부에 달려있다. 지난 9일 두번째로 서울 삼성그룹 본사앞에서 상경집회를 벌인 위원장을 <매일노동뉴스>가 인터뷰했다. <매일노동뉴스>의 동의를 얻어 본지에 전체 내용을 게재한다.(편집자)
해당기사링크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9709

 

(사진 매일노동뉴스)

파업찬반투표를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가 조만간 파업 돌입을 위한 조합원 찬반투표에 들어간다. 노동자협의회는 지난 7일 열린 대의원대회에서 대의원 87명의 만장일치로 쟁의행위 찬반투표 실행을 결의했다. 지난해 임금교섭이 해를 넘기며 장기화한 탓이다.

삼성중공업 임금교섭의 쟁점은 복잡하지 않다. 노동자협의회는 “절반으로 줄어든 목표달성격려금(PI)을 기존대로 상여계산 기초액의 200% 수준으로 지급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회사측은 “그룹 방침에 따라 정해지는 임금지급방식은 노동자협의회와 협의해 수정할 사항이 아니다”며 불가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노동자협의회 조합원 100여명이 지난 9일 서울 서초동 삼성그룹 본사 앞에서 상경집회를 벌였다. 변성준(51)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위원장은 “삼성그룹이 3세 경영 대비체계로 전환되면서 계열사에 대한 본사 미래전략실의 개입과 통제가 강화됐다”며 “삼성중의 임금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근본 원인도 여기에 있다”고 비판했다. <매일노동뉴스>가 이날 오후 삼성 본사 앞에서 변 위원장을 만났다.

- 교섭이 길어지고 있다. 핵심 쟁점이 무엇인가.

“핵심은 PI다. 우리말로 하면 목표달성격려금이다. 1992년 도입됐는데 도입 배경은 이렇다. 당시 정부가 ‘높은 임금인상률이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는다’는 재계의 주장을 수용해 임금인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임금인상의 폭을 제한했다. 그때 회사측이 PI제도를 들고 나왔다. 기본급을 올려 주기 어려우니 PI제도를 통해 우회적으로 임금을 올려 준 것이다. 노동자들은 PI를 기본급처럼 고정화된 임금으로 인식했고, 실제로 매년 고정적으로 지급돼 왔다.”

- 지난해 삼성중공업이 힘든 한 해를 보냈다. 회사측은 성과가 줄었으니 PI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인데.

“목표달성격려금은 목표를 100% 달성할 때에만 지급하기로 한 급여가 아니다. ‘격려금’이라는 말에서 보듯이 목표에 미달하더라도 직원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그리고 낮은 기본급을 메워 주는 차원에서 매년 고정적으로 지급된 것이다. 그럼에도 회사는 지난해 PI를 TAI(생산성목표인센티브)로 변경하고 지급액을 절반으로 줄였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협의회와 일절 논의가 없었다.”

- 임금을 둘러싼 나머지 쟁점은 무엇인가.

“이익배분성과급(PS)도 대폭 삭감됐다. 삼성중공업의 성과급이나 격려금은 기본급보다 높고 통상임금보다 낮은 ‘상여계산 기초액’을 토대로 산정된다. PI는 200%가 고정적으로 지급됐고, PS는 300~400% 수준으로 지급됐다. 그런데 회사가 일방적으로 PS 지급수준을 79%로 낮춰 지급했다. 또 노동자들의 전체 임금의 20~30%를 차지하는 잔업·특근수당이 크게 줄었다. 선박 수주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줄어든 임금을 모두 합치면, 노동자 한 명당 연간 1천만원 이상의 임금이 줄어들게 된다.”
 

(사진 매일노동뉴스)

"고정급화된 PI, 기존대로 지급해야"

- 조합원들의 반발이 클 것 같다.

“수당 하나만 줄어도 노동자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매년 고정적으로 지급되던 PI가 노사협의도 없이 TAI로 바뀌고 금액도 반으로 줄었다. 여기에 인센티브와 초과근로수당까지 줄줄이 줄었다. 조합원들이 회사에 대해 느끼는 불신과 배신감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 파업 돌입을 예고했는데.

“지난 7일 대의원대회를 열어 대의원 만장일치로 쟁의행위 찬반투표 실행을 결의했다. 회사측이 추가교섭에서도 진전된 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언제나 찬반투표에 돌입할 것이다. 지금 분위기로는 조합원들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가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 임금교섭이 교착상태에 빠진 근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나.

“그룹 본사의 지나친 개입이 문제다. 예전에도 지금의 미래전략실 격인 그룹 비서실이나 구조조정본부(구조본)가 계열사를 통제해 왔다. 그런데 2013년부터 그 정도가 심해졌다. 예전에는 특정 부문에 한해 일시적으로 개입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계열사의 모든 부문에 미래전략실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 그룹 차원의 계열사 경영진단과 감사가 강화된 것도 그때부터다.”

- ‘이재용 체제’로의 전환과 관련이 있다는 얘기인가.

“그렇게 느껴진다. 미래전략실이 경영진단이라는 명목하에 모든 계열사를 통제하고 있다. 이런 실태를 보여 주는 문건 같은 것을 보지는 못했지만, 여러 형태로 느낄 수 있다. 과거 이병철 회장에서 이건희 회장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질 때도 계열사 통제가 강화됐었다.”

- 노동자협의회가 주장하는 PI 원상회복 요구에 회사측은 어떤 입장인가.

“그룹의 기준을 어길 수 없다는 답변을 되풀이하고 있다. 기업 차원에서 결정된 임금지급방식을 계열사가 단독으로 뒤집을 수 없다는 얘기다. 노동자협의회와 노사협상으로 다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회사측의 주장이다.”

"조섭업종 노동계, 위기대응 공동모색"

- 삼성과 한화의 빅딜에 따라 ‘삼성 4사’가 한화로 매각될 예정이다. 지난해 삼성중공업은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이 무산됐는데. 합병에 대한 입장은 어떤가.

“반대한다. 삼성중공업이 삼성엔지니어링을 인수하면 부실을 떠안아야 한다. 부실의 규모도 지금까지 알려진 것 이상이 될 수 있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

-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을 텐데.

“좋게 보자면 육해상을 아우르는 초대형 종합플랜트회사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다. 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부실 덩어리인 삼성엔지니어링을 인수할 경우 삼성중공업까지 동반부실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 조선업계 빅3 중 대우조선해양을 제외한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의 노사교섭이 장기화하고 있다. 호황을 구가하던 조선업 경기가 침체로 돌아서면서 3사의 실적이 예년만 못하다. 조선업종 노사관계의 불안정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아직 가시화하지는 않았지만 3사 모두 머지않은 미래에 희망퇴직을 포함한 구조조정 시도가 있을 거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조선업종의 고용문제가 주요하게 대두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본다. 이달 중으로 조선업종노조연대가 출범한다. 금속노조에 소속된 조선소노조와 현대중공업노조·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가 동참한다. 동종업계 노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위기극복 방안을 모색하자는 취지다.”

<매일노동뉴스> 구은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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