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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서 모인 지방의제21, 지속가능발전과 SDGs
전국서 모인 지방의제21, 지속가능발전과 SDGs
  • 김용운 대표기자
  • 승인 2015.10.30 0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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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지속가능발전 전국대회' 참가기(1)

‘2015 지속가능발전전국대회’가 충청북도 '맑은 고을' 청주에서 10월 14일부터 2박3일간 일정으로 개최됐다. 청주 예술의전당을 중심으로 인근에는 ‘지속가능발전’이란 주제를 공유한 전국의 지방의제21 추진기구 관계자들과 시민 1500여명이 모였다. 거제에서는 담당공무원과 늘푸른거제21시민위원회 임원4명이 참가했다. 아직 우리에게는 낯선 ‘지속가능발전’의 이해를 위해 대회 참가기를 4회에 걸쳐 나눠 싣는다.(편집자 주)

글싣는 순서
1. 전국에서 모인 지방의제21, 지속가능발전과 SDGs

2. 녹색도시포럼, 도시의 미래를 말하다 - 사회적경제의 미래
3. 지속가능한 도시재생, 관건은 주민참여
4. '뜨는 도시, 지는 국가'···의제21에 관한 몇가지 오해, 거제에 던져진 과제
 

2015 지속가능발전 전국대회 개막식이 열린 청주시 예술의전당

대통령 별장 ‘청남대’로 유명한 충청북도 청주. 2015년 10월, 이 곳에서는 기념할 만한 2가지 대규모 행사가 열렸다. 2년마다 열리는 청주 국제공예비엔날레가 그 하나이고, 전국의 ‘지방의제21’ 추진기구 관계자들이 모이는 지속가능발전 전국대회가 또 다른 하나다.

익숙하지 않은 용어 '지속가능발전' 붙들고 20년

지속가능발전 전국대회. 발전이면 발전이지 지속가능발전은 뭔가? 지방의제21은 또 뭔가? 일반인에게는 이름부터 낯설다.

산업화 이후 지구상의 대부분 나라는 남들-국가나 개인-보다 잘 벌고,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목표였다. 산업화와 도시화, 성장 위주의 패러다임이 우리의 생활을 지배했다. 그러나 물질문명의 눈부신 발전은 우리에게 부메랑이 되어 날아오고 있다.

자원은 고갈되고, 빈부 격차는 커지고, 자연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괴됐다. 실업은 늘어가고, 공동체는 붕괴되며, 가치의 기준은 인간이 아닌 자본이 대체해 버렸다. 기아는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질병은 인류를 끊임없이 위협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상상하기 힘든 재앙을 낳기 시작했다. 46억년 굳건히 자리를 지켜온 지구는 불과 몇백년 사이에 더 이상 인간과 공존할 수 없는 사이가 돼 버렸다.

지구는 인간에게 묻는다. 너희는 이런 상태로 얼마나 더 오래 살 수 있겠느냐고. 고민의 끝은 공존과 상생의 방법을 찾아나서는 것이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 자본과 노동의 공존, 세대의 공존, 도시와 시골의 공존, 부와 가난의 공존, 전통과 현대의 공존, 개인과 공동체의 공존, 물질과 정신의 공존, 개발과 환경의 공존, 여성과 남성의 공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공존, 생산자와 소비자의 공존...

인류의 미래, ‘지속가능발전’

세계는 그 공존의 방법이자 목표를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기로 한다. 지속가능하지 않은 발전은 인류의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은 것이다.

출발은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 세계 180여개국 정부 대표단과 114개국 정상이 참여한 역사적인 회의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렸다. 흔히 리우회의, 지구정상회의라고 불리는 이 회의의 공식명칭은 ‘환경과 개발에 관한 유엔회의’(UNCED, United Nations Conference on Envronment and Development)다.

사상 최대의 국제회의였던 이 리우회의는 ‘환경과 개발에 관한 리우선언(일명 리우선언)’과 행동계획으로서 ‘의제21(아젠다21, Agenda21)’를 채택하게 된다.

‘27개 원칙’으로 구성된 리우선언은 ‘인간을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이 논의되어야 한다’(원칙1)는 점을 천명하면서, 처음으로 ‘지속가능발전’이라는 개념을 확립했다. ‘지속가능발전’은 ‘환경적으로 건전하며 지속가능한 발전(Environmentally Sound and Sustainable Development)’을 줄인 말이다.

리우선언은 또한 발전과 환경보호는 상호의존적이며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세계적으로 공식화했다. 이를 위해 국가별, 지방자치단체별로 의제(아젠다)를 선정해 실천하기로 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21세기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목표와 지표를 설정하는 것을 ‘의제21’라 정의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기구를 의제21 추진기구라 부르기 시작했다. 국가의제21이 있으며, 지방자치단체별로 ‘지방의제21’이 있다.

전국(광역, 기초)에 200개 이상의 의제21 추진기구가 구성돼 있으나, 그 형태는 다양하다. 독립된 민간사무국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나 형편이 여의치 않으면 행정의 특정 부서가 사무국을 대신하기도 한다. 조례로 그 권한과 역할을 규정한 경우도 있고, 아직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각 지역별로 특성에 맞는 이름을 갖다 쓰는데, 공통적으로 ‘21’과 ‘추진(실천)위원회(협의회)’를 사용하고 있다. 푸른통영21추진협의회, 녹색창원21실천협의회 등이 그것이다. 거제의 ‘늘푸른거제21시민위원회’도 이같은 지방의제21 추진기구 중의 하나다. 2000년 거제시 조례 제정과 더불어 별도 민간 사무국을 두고 지금에 이르고 있다.

전 세계적이고 전국적인 동일한 목적을 위한 사업기구임에도 명칭 때문에 혼선이나 오해를 불러오는 경우가 많아 이를 ‘(지역명)지속가능발전협의회’로 통일하기로 지난해 강릉에서 열린 16회 전국대회에서 결정했다. ‘지속가능발전’이라는 패러다임을 바탕으로 하되, 민관협치(거버넌스)가 근본 취지임을 감안해 ‘협의회’를 사용하기로 했다.

대회 참가자 대표들이 2015 대회의 주요 의제를 발표하고 있다.

대회 주제 ‘지속가능발전 20년, 로컬거버넌스’

이번 17회 전국대회의 주제는 ‘지속가능발전 20년, 로컬거버넌스’다. 우리나라에서 지속가능발전 20주년을 맞아 20년을 결산하는 한편 사회, 경제, 환경 등 모든 분야의 지속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한 새로운 전망과 실천과제를 이끌어 내자는 취지다. 또한 로컬거버넌스 정신을 되살리고 이를 활성화하자는 것이 주목적이다.

1992년 리우회의 3년 뒤인 1995년 ‘녹색도시부산21’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지방의제21이 파급되었고, 중앙 정부(환경부) 또한 1995년 ‘지방의제21 작성지침’을 만들어 보급하기 시작한 까닭에 우리나라에서 지방의제21 운동의 원년은 이 때로 보고 있다. 올해로 20년째가 되는 셈이다.

‘로컬 거버넌스’는 ‘지방 민관협치’ 또는 ‘지방 협동행정’쯤으로 번역될 수 있는데, 아직 적절한 용어를 찾기 어려워 영어식 발음으로 그대로 사용한다. 핵심은 정부나 행정이 일방적으로 통치하는 것이 아니라 공적 조직과 사적 조직의 경계를 허물고, 정부(행정), 주민, 시민단체, 기업, 언론 등이 수평적 파트너십을 형성해 사안을 결정하는 자율적 협력방식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전국대회가 17년째인 까닭은 1999년 9월 제주에서 처음으로 ‘전국 지방의제21 추진 관련자 워크숍’이 열린 것을 1회 전국대회로 보기 때문이다.

전국대회는 14일 오후 2시부터 각 지역의 우수사례 발표로 막을 열었다. 이번 전국대회 우수사례에 응모한 지역은 모두 40여개, 이 중 사전심사를 거쳐 10개의 우수사례가 선정됐다. 거제는 ‘에코자전거’사업으로 응모했고, 10개 우수사례에 들지 못하는 대신 하나 뿐인 특별상을 수상했다.

대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한 곳은 전주의제21추진협의회다. 전주21은 ‘3대가 함께 걷는 선미촌’이라는 주제로 사업성과를 설명했다. 집창촌인 ‘선미촌’을 지속가능한 도시공동체로 탈바꿈시켰다. 단순히 여성문제로만 한정될 수 있는 사안을 당사자, 인근 주민, 행정, 시민단체, 여성단체 등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도시재생, 역사재생의 관점에서 2년간의 끈질긴 소통과 협치로 이뤄낸 보기 드문 성과다.

국무총리상(최우수상)은 ‘조례제정을 통한 지속가능성 향상’를 실현한 푸른경기21실천협의회와 아파트단지별 벼룩시장으로 자원재활용과 공동체회복을 일궈낸 서울 도붕구21이 차지했다.

우수상인 환경부장관상은 ‘지속가능지표’를 설정하고 이를 시민 개인별로 실천에 옮긴 푸른아산21과 ‘재난 극복을 위한 지방의제의 활동’으로 세월호 참사를 겪은 도시를 희망의 도시로 만드는데 노력한 안산21, 전국 환경개사 경연대회를 개최한 제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수상했다.

폐소각장을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킨 부천협의회, 장애인 출입을 막는 도로 개선사업을 펼친 푸른천안21 등이 장려상을 수상했다.

늘푸른거제21시민위원회 박춘광 위원장이 특별상을 받고 있다.
특별상을 받은 늘푸른거제21시민위원회의 홍보부스.

환경부 장관 "지속가능하지 않은 발전과 삶의 방식은 의미없다"

오후 4시, 청주시 예술의 전당 대공연장이 전국에서 모인 1500여명의 사람들로 가득찼다. 개회식이 시작됐다. 환경부 차관, 충북도지사, 청주시장, 시도의원 등 정관계 인사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우수사례 10곳의 지방의제21과 특별부문 거제21에 대한 시상식이 진행됐다. 정현만 환경부차관과 이상은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 상임회장이 상을 수여했다.

이상은 상임회장은 개회사에서 “1995년 지방의제21 운동이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지 2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의 지속가능발전 운동사례는 세계 각국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며 그간의 성과를 자축했다. 이 회장은 “또한 올해는 전 세계적인 ‘2015 지속가능발전종합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가 발표된 후 열리는 첫 대회라 더욱 의미가 깊다”며 “지금까지 자연이 사람을 감동시켜 준 것처럼 이제는 사람이 자연을 감동시키자”고 당부했다.

윤성규 환경부장관의 축사를 대독한 정현만 차관은 “기후변화는 환경파괴와 자원고갈이 원인이다. 이제는 다소비 국가, 에너지 과다사용에서 탈바꿈할 필요가 있다”며 “지속가능하지 않은 발전과 삶의 방식은 의미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수립을 논의하는 대회가 되어줄 것도 요청했다.

이어 이시종 충북도지사를 비롯한 참가 대표자들은 전국협의회가 선정한 지속가능발전 20대 과제를 순서대로 발표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철학과 의지를 가지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실현해야 한다’(1항), 시민의식을 제고하고 시민참여와 실천을 증진해야 한다(2항), 지속가능한 지역발전 목표를 수립하고 정책과제와 사업을 발굴해 추진해야 한다(3항) 등 20개에 이르는 과제는 대표자들의 선언과 참가자들의 박수로 이어졌다.

대회 참가자들이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20대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새로운 15년을 이끌어갈 지속가능발전목표, SDGs

SDGs(지속가능발전 종합목표)는 2016년부터 2030년까지 15년간 세계 각국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실현하기 위해 국가정책에 반영해야 할 주요 17개 목표(Goals)와 169개의 세부목표(Target)을 일컫는다. 지난 9월 25일, 유엔본부에서 전 세계 193개 회원국들이 승인했다. 유엔은 이날 만장일치 결정을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SDGs는 2012년 리우에서 20년 만에 열린 '리우+20'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논의된 후 정부와 비영기단체, 기업 등 다양한 기관들이 참여해 완성했다. 2001년부터 2015년까지 15년간 이행되어 온 새천년발전목표(MDGs,Millennium Development Goals)를 대체하고 새로운 지속가능발전 전략과 세부목표를 세우게 된 것이다.

8개 목표, 21개의 세부목표를 내걸었던 MDGs의 성과와 한계를 그대로 이어받고, 올해로 끝나는 MDGs를 대체하는 동시에 새로운 15년간을 끌고 가게 된다. 각국은 여기에 걸맞는 구체적인 지표를 설정하고 이행을 점검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 역시 예외일 수 없다.

SDGs가 내세우는 17개 목표는 환경, 생물다양성, 빈곤, 식량, 건강, 교육, 에너지, 일자리, 소비와 생산, 안전, 주거 등 인간이 살아가는 거의 모든 영역을 포괄하고 있다.

개회식 이후 이어진 ‘지속가능발전 토크쇼’는 사회학자인 오한숙희씨가 사회를 맡고 이승훈 청주시장, 이승은 지속가능발전전국협의회 상임회장, 박연희 이클레이(ICLEI) 한국사무소장이 출연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지방의제21를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청주시장은 자치단체장으로 겪은 그간의 고민을 털어놨다. 행정과 기업, 시민의 함께 만드는 거버넌스가 얼마나 유기적으로 잘 가동되는가가 지방의제21의 승패를 좌우한다는 교훈을 전했다.

이승은 상임회장은 지방의제21 추진기구가 이룩한 성과와 한계, 앞으로의 과제를, 박연희 소장은 지방자체단체의 역할을 강조했다.

대회 참가자들이 함께 나누는 저녁식사는 88올림픽이 열렸던 국민생활체육관에 마련됐다. 1백여개의 원탁에 모인 참가자들은 자기 지역을 소개하고, 참가자들은 박수로 서로를 격려했다.

2016년부터 20130년까지 전 세계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종합계획으로 자리잡은 SDGs. 2015년 9월 UN총회에서 승인됐다.

좀 불편한 대회, 지역 구도심으로

대회 조직위원회는 전국에서 모인 사람들을 위해 청주시 구도심에 숙소를 집중 배치했다. 좀 불편하더라도 수백명이 2박 3일동안 그 곳에서 묵으며 인근 식당을 이용하게 했다. 조금이라도 먹고 살기 힘든 시민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배려한 세심한 손길이 느껴졌다. 

조직위원회가 이번 대회의 방향을 '다소 불편한 대회'로 정한 것도 이같은 이유다.

예술의 전당 인근에는 수십 개의 홍보부스가 만들어져 지나는 사람들의 발길을 잡았다. 재활용품 전시에서부터 친환경 공산품 등 수많은 물건들이 참가자들의 호주머니를 유혹했다.

예술의 전당 옆 열린 공연장에는 갖가지 공연이 시간마다 무대에 올랐고, 소극장에는 환경영화가 시선을 끌었다. 몇 대의 버스는 청주 생태문화탐방 코스로 전국에서 모인 참가자들을 실어 날랐다. 청주시 도시재생과 마을만들기 현장, 청주비엔날레, 청남대와 대청호가 주요 목적지였다. 이번 대회에 소요된 경비는 3억5천여만원으로 알려졌다.

첫날 공식 행사는 저녁 8시가 되어서야 끝났다. 하지만 지역별 모임은 새벽녘까지 계속됐다. 경남 지역협의회 임원들은 숙소 인근에 모여 가까운 이웃의 동향을 전해 듣기에 바빴다.

거제를 비롯해 창원, 거창, 함양 등 7~8개 지역에서 자리를 함께 했다. 비슷한 고민과 비슷한 꿈을 안고 모인 사람들이라 대화는 쉽게 끝나지 않았고 빈 소주병은 쌓여갔다.  올해부터 민간사무국이 없어진 옆 동네, 통영의제21(푸른통영21추진협의회)은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 않았다. (2부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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