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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시 ‘서민자녀교육지원 조례안’ 왜 상정했나?
거제시 ‘서민자녀교육지원 조례안’ 왜 상정했나?
  • 노재하 기자
  • 승인 2015.05.15 0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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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철 시의회 총사위원장 “심사 유보”···표결 가도 통과 어려울 듯

거제시가 학교 무상급식을 중단하는 대신 그 예산 전액을 들여 추진하는 경남도의 ‘서민자녀교육지원 조례안’을 19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176회 거제시의회 임시회 상정 안건에 부의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무상급식 원상회복을 위한 거제시민본부’를 비롯한 학부모들의 반발과 시의원들의 부정적 기류를 비춰보면 시의회에서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경남도의회가 지난 3월 19일 '경남도 조례안'을 통과시켰지만, 이 사업을 하려면 18개 시·군의회에서 이 조례안을 제정하고 사업비를 확보해야 한다. 현재 경남도내 18개 시·군 중 서민자녀교육지원조례가 통과된 곳은 한 곳도 없다.

4월 10일 제1차 시청앞 학부모대회에 참가한 한 학부모가 '서민자녀교육지원조례 반대' 피켓을 들고 있다.

경남 도내 19개 시·군 중 조례제정 한 곳도 없어
진주, 통영,고성 등 7개 시·군 조례 ‘부결 또는 심사 보류’
양산, 김해 ‘무상급식 의무화 조례’ 추진

진주시의회는 서민자녀교육지원 조례안을 부결했고, 통영시의회와 고성군, 산청군의회는 지난 3~4월 임시회에서 심사 보류 결정했다. 이 외에 양산시는 조례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가 자진 철회했다.

사천시의회는 지난 12일 임시회가 열리는 기간 중에 상임위원장 직권으로 서민자녀 교육지원 조례안을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 이어 함안군의회도 13일부터 임시회를 여는데 이 조례안을 다루지 않기로 했다.

각 시·군 의회가 조례 제정에 부정적 입장을 취함에 따라 경남도의 서민자녀교육지원 사업 추진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1억 원 수수 혐의' 수사와 맞물려 경남도가 예전만큼 각 시·군에 사업 시행을 강제하기 어려운 정치적 상황인데다 지난달 30일 시·군의회 의장협의회도 조례안을 보류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도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김해시와 양산시 의회에서는 ‘학교급식식품지원에 관한 조례(무상급식 조례)’를 임의규정에서 필수(의무)규정으로 변경하는 조례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지난 13일 ‘무상급식원상회복을 위한 거제시민본부’도 조례 개정을 위한 주민청원운동에 돌입한다고 밝혀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거제시 ‘서민자녀교육지원조례안’ 상정, 어떤 배경 있나?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은 서민자녀 10만명에게 1명당 평균 50만원어치의 학습교재나 온라인 수강권 등을 구입할 수 있는 카드를 나눠주는 바우처 사업, 학습캠프·명사특강·적성교육 등을 하는 맞춤형 교육지원 사업, 기숙사·어학실·멀티미디어실 등을 개선하는 교육여건 개선 사업 등 크게 세가지로 이뤄진다.

거제지역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 신청자는 14일 현재 당초 도나 시가 예상했던 8000명에 훨씬 못 미치는 3279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남도는 올해 이 사업에 도비 257억원, 시·군비 385억5000만원 등 애초 학교급식비로 지원하려던 642억5000만원 전액을 쓸 계획이다. 이번에 시가 제출한 조례안에 따르면 거제시의 경우 도비 15억 7500만원과 시비 30억 3400만원을 합쳐 46억 900만원을 확보해야 한다.

문제는 거제시가 자체적으로 이 30여 억원을 마련할 수 없다는 점이다. 권민호 거제시장도 이 점을 분명히 했다.

권 시장은 지난달 30일 '무상급식 원상회복을 위한 거제시민본부' 학부모 대표단과의 간담회에서 “서민자녀교육지원조례 자체는 좋은 조례지만 급식비를 잘라서 이 사업을 하겠다 하니 문제가 된다. 조례를 상정해도 의회에서 통과되기 어렵다. 설사 통과된다 해도 쓸 예산이 없어 올해 편성할 수가 없다. 도가 하라고 강요해도 예산 없어서 못한다”는 요지의 입장을 밝혔다.

권 시장은 또한 "나중에라도 어떻게든 무상급식 문제는 해결될 거고, 그때 가면 다른 사업을 자르든지 기채를 발행하든지 해서 시는 어떤 식으로든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 서민자녀 교육지원비까지는 할 수 없다. 그래서 올해는 못한다"라고 말했다.

권 시장의 말을 분석해 보면 무상급식 문제가 경남도와 교육청간의 협의에 의해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나면 도비와 교육청예산 외에 시가 일정 부분(지난해 기준 37억원)을 마련해야 하는데, 현재 약간의 예비비와 지난해 연말 경남도의 지침에 의해 편성한 '서민자녀 교육지원비'(33억4천만원)를 갖다 쓸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런데 그 무상급식비로 돌려 쓸 수 있는 것 이외에 이번에 도가 조례제정과 함께 밀어부치는 '서민자녀교육지원 예산' 40여억 까지는 편성하기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돈이 없어서 못한다'는 속뜻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거제시 체육교육과 여경상 과장은 “기초자치단체가 도나 중앙의 지침을 현실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는 처지다. 특히 도로부터 연 600~700억 정도의 예산을 지원받는 시의 입장에서 도가 요구하는 서민자녀교육지원조례안 의회 상정 자체를 거부하기는 어려운 입장”이라며 학부모나 시민들의 이해를 구했다.

지난해 12월 거제시의회는 올해 당초 예산 심의에서 지난해 무상급식비로 지원해왔던 37억원 중 17억 6천만원과 도비 15억 7천만원을 포함 총 33억 4천만원을 ‘서민자녀 교육지원비 예산’으로 편성했다.

당시 서민자녀 교육지원비 예산 편성 항목에는 ▲학교주변 CCTV 설치 외 1건 10억원(안전총괄과) ▲영어마을 위탁운영 8억6천9백만원(교육체육과)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자녀 학원비 지원 7억원(주민생활과) ▲요보호아동 역사․문화체험 행사 지원과 참석자 보상 5억원(사회복지과) ▲한부모 가정 자녀 부교재비, 간식비, 중․고교 신입생 교복구입비 지원 등 2억 6천만원(여성가족과) 등이 포함됐다.

시의회 총무사회위원회 이형철 위원장 “심사 유보” 입장 밝혀
표결하더라도 통과 어려울 듯

한편 이번 조례안 상정에 대해 소관 상임위인 총무사회위원회 이형철 위원장은 “거제지역 학부모들의 반대가 심한 데다, 아직 도내 시·군 중 서민자녀 교육지원 조례안이 통과된 곳이 없다"고 전제하고 "여러 의원의 의견을 취합해 이번 임시회에 심사를 유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의회 회의 규칙상 해당 조례안이 최종 의결되려면 상임위인 총무사회위원회(위원장 포함 7명)를 통과해야 하고, 본회의(의장 포함 16명)도 통과해야 한다.

현재 총사위에 속해 있는 한기수, 송미량, 최양희 의원은 반대를 분명히 하고 있고, 상임위원장인 이 의원도 '심사 유보' 입장을 밝힘에 따라 설사 표결에 부쳐진다 하더라도 과반수 통과는 불가능해 보인다.

만약 상임위를 통과하더라도 본회의에서 전체 16명의 의원 중 과반수인 9명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가부 동수 8명일 경우에는 부결), 한기수, 송미량, 최양희 의원 외 산업건설위원회의 박명옥, 김성갑 의원이 반대의사를 명확히 하고 있고, 반대식(의장), 전기풍(산건위원장), 이형철(총사위원장), 김경진(무소속) 의원 등이 부정적 견해를 밝히고 있어 통과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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