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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 "학동케이블카, 사실상 국립공원 훼손"
환경운동연합 "학동케이블카, 사실상 국립공원 훼손"
  • 김용운 대표기자
  • 승인 2015.10.20 1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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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노자산 현장조사, 환경부·국립공원관리공단에 "무책임" 질타
17일 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과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이 공동으로 학동케이블카 예정 노선을 따라 노자산을 오르며 현장을 조사했다.(사진 환경운동연합)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과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환경련)이 공동으로 17일 거제시 동부면 학동케이블카(노자산 케이블카) 사업예정지인 노자산 일대를 찾아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지난 8월 31일 착공식을 가진 학동케이블카 사업은 2017년 완공을 목표로, 420억원의 민간자본이 투입된다. 시는 이 공사를 위해 거제관광개발(주)의 주식 20%를 매입해 공동시행자로 참여하고 있다.

거제 동부면 구천리 학동고개에서 노자산 정상부를 잇는 1547미터에 삭도가 설치되며, 1일 1만8000명의 관광객 수송을 목표로 하는 대규모 공사다.

조사단은 이날 현장조사를 통해 케이블카 사업이 사실상 국립공원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주장하고 그 폐해를 우려했다.

- 국립공원 경계로부터 불과 수 미터 떨어진 곳에 케이블카 지나가
- "녹지자연도 극상림지대 8~9등급 분명"···7등급 조사결과에 부실 의혹 제기

이번 사업구역이 한려해상국립공원을 벗어나 있지만 삭도 설치 구간이나 상부승강장이 국립공원 경계로부터 불과 수 미터 밖에 떨어져 있지 않고, 5610㎡(1700평)이나 되는 대규모의 상부승강장 설치로 국립공원 경관과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조사단은 "'사실상 국립공원내 케이블카'와 다를 바 없음에도 사업계획 추진과정에서 아무런 의견도 내지 않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스스로의 역할을 부정했다"고 질타했다.

조사단은 또 "케이블카 삭도가 설치될 노선 예정지가 실제로는 녹지자연도 8~9등급의 우수한 식생지역임에도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저평가 됐다"고 주장하며 부실조사 의혹을 제기했다. 시행자인 거제시와 거제관광개발(주)이 주민설명회에서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이 구간은 개발이 가능한 7등급으로 돼 있다. 

조사단 참가자에 따르면 <한국환경생태학회지>에 이경재 교수 등이 1999년 이미 게재한 논문에서 해당 사업 지역이 서어나무, 소사나무, 고뢰쇠나무, 비목나무, 때죽나무 등이 군락지를 이루고 있는 극상림지대(산림천이가 마지막에 이른 단계)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에 7등급으로 나올 수 없다는 얘기다.

또한 "케이블카가 지나는 북사면은 팔색조, 긴꼬리딱새, 매류 등 여름철새 보호종이 찾는 울창한 숲"이라고 주장했다.

올 3월 거제시와 거제관광개발(주)이 환경영향평가서(초안) 주민설명회서 내놓은 자료. 오른쪽이 하부승강장, 왼쪽이 상부승강장이다. 케이블카가 자연녹지도 7등급 구간을 지나는 것으로 돼 있다.
상부승강장 예정 부지에서 바라다 본 학동고개. 고개 왼쪽 빨간 원이 하부승강장 예정부지다. 하부승강장 규모는 8만2523㎡(약 2만5000평)이다.(사진 환경운동연합)

- "시간당 2천명 탐방객, 1시간 이내 국립공원 등산로 초토화" 우려
- 상부승강장 1700여평, 국내 최대 규모···"또 다른 난개발 부추길 것"

노자산 정상에 지어질 상부승강장의 개발면적이 다른 사례에서 찾기 어려울 정도로 대규모라는 점, 등산로가 국립공원을 거쳐 이어져 있는 점, 시간당 탐방객 수가 2천여명에 이른다는 점 등이 노자산 정상부는 물론 국립공원지역까지 연쇄적인 생태훼손을 야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와 함께 식생조사를 한 적이 있는 환경련 원종태 운영위원은 "거제 노자산 정상 일대가 지도상에서 국립공원에서 제외된 지역이긴 하지만 실제 국립공원 등산로를 통해 오르는 산"이라며 "가라산, 마늘바위 등 국립공원 탐방로로 연결된 곳이기 때문에 케이블카 이용객은 국립공원을 훼손하는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간 100만 명 이상은 지금보다 5배 이상의 탐방객으로 노자산 뿐만 아니라 해금강, 망산, 가라산 등 남부권 전체 생태계에 심각한 연쇄 훼손을 일으킬 것이 뻔하다"라고 우려했다. 원 위원은 이 일대에 1천여종 이상의 생물이 서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사단을 이끌고 있는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역시 "1700평 규모의 상부역사는 국내 최대 규모로 암반지대와 그 주변부 식생 및 생태계에 심각한 훼손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하고 "케이블카를 통해 시간당 2000명의 탐방객이 이 일대를 산책로로 이용할 경우, 상부역사에서 1시간 이내로 오갈 수 있는 국립공원 탐방로 수 킬로미터는 수많은 등산객들의 답압(밟아 누르는 힘)과 쓰레기, 오폐수로 만신창이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설악산 국립공원 케이블카 계획이 부실 조사와 날림 절차로 진행됐듯이, 환경부 등 책임 부서들의 무책임과 불성실이 엉터리 사업계획의 허가를 눈감아 줘 한려해상 국립공원을 위기에 몰아 넣었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노자산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가 시작되는 지점. 한려해상국립공원 구역이다. 케이블카를 이용하는 탐방객들이 걸어서 인근 지역으로 등산할 경우, 대부분 국립공원 구역을 지나게 된다.(사진 환경운동연합)
노자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등산로.(사진 환경운동연합)
상부승강장이 건설될 예정지인 노자산 정상 부근.(사진 환경운동연합)

교통 정체, 인근 지역의 난개발에 대해서도 조사단은 비판적 견해를 내 놓았다. 상부, 하부 승강장을 중심으로 위락, 판매, 휴게, 숙박시설이 들어설 경우 그나마 거제도에서 가장 식생이 양호한 지역의 자연파괴가 가속화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환경련 박광호 의장은 "상부 역사 1700평은 전망대를 설치하는 규모를 넘는 것이어서, 추가적인 개발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닌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케이블카 사업이 120만평 규모의 국가산단, 고현항만매립 등에 가려져 규모상으로는 작은 사업처럼 여겨지지만, 사실상 거제도의 핵심 보호지역인 국립공원 일대 산림환경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

박 의장은 이어 “사업계획에 대한 추가 조사와 심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지역사회와 상의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17일 노자산골 케이블카 일정을 소화한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전국 캠페인은 18일 통영 미륵산, 19일 목포 유달산, 20일 진안 마이산, 21일 무주 덕유산, 22일 영주 소백산, 23-24일 설악산에서 계속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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