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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비좁은 인도에서..." 수천 촛불시민 불만 속출
"언제까지 비좁은 인도에서..." 수천 촛불시민 불만 속출
  • 김용운 대표기자
  • 승인 2016.12.05 12: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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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교통 불편"···주최 쪽 "헌법상 권리 우선, 차량 우회 충분히 가능"
▲ 좁은 인도에서만 촛불집회가 허용되는 것에 대해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지난 3일 1500여명의 시민들이 현대차사거리 좁은 인도에서 촛불문화제를 열고 있다.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거제 주말 촛불문화제에 참석하는 시민들이 좁은 인도로 집회장소가 제한되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도로(차도) 사용을 요구하는 주최 측의 집회신고를 경찰이 번번히 허용하지 않아서다. 

지금까지 고현동 현대차사거리에서 열린 시민촛불문화제는 지난 3일까지 모두 세 차례 열렸다.  횟수를 거듭할수록 시민들의 참여는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달 19일 열린 1차 집회에 500여명, 26일 2차 집회에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도 1000여명의 시민이 집결했다. 지난주 토요일(3일) 열린 3차 집회에는 역대 최대규모인 1500여명의 시민이 모였다.

촛불문화제를 주관하는 '박근혜 퇴진 거제시국회의'에 따르면 19일 첫 번째 집회 신고 당시, 거제경찰서에 인도를 집회장소로 신고했다. 처음 열리는 행사이기도 하고,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차도를 집회장소로 신고하기가 어려웠던 탓이다.

하지만 첫 집회에서 500여명의 시민이 참여했고 열기가 높은 것을 확인한 시국회의는 2차 집회부터는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차도를 집회장소로 허용해 줄 것을 요구했다. 3차 집회를 앞두고서도 마찬가지다.

현재의 폭 5미터 남짓한 인도에서 그나마 시민이 통행할 수 있는 공간을 제외하면 수천명의 인원이 모여 집회를 하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집회대열이 너무 길어져 뒤쪽에서는 제대로 된 집회 참여가 어렵다는 것이 첫번째 이유다. 안전상 문제, 주변상가에 미치는 불편 등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 요청은 모두 거부됐다. 거제경찰서는 교통 통제로 인한 민원 발생과 부족한 교통 통제 인력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거제경찰서 담당자는 지난 10월 29일 대우조선 서문앞에서 열린 전국 하청노동자 대행진을 예로 들며 "너무 많은 차량이 밀려 시민들이 불편해 했고, 민원도 폭주했다"고 말했다. 이어 "토요일 오후 통상적으로 도심 통행량이 많은 편이라 차도를 집회장소로 허용하기가 여의치 않다"고 밝혔다.

차도를 허용할 경우 차량통제 등에 필요한 경찰 인력이 부족한 것도 한 이유로 보인다. 거제경찰서에 따르면 집회장소 주위로 교통 경찰이 나서 차량을 통제해야 하지만 거제에 고정배치된 의경은 전무하다. 필요한 경우 경남도 등에서 인원(의경)을 차출해 와야 하는데 이마저도 전국에서 동시에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는 상황에서 외부 인력을 빌려올 형편이 안된다는 것이다. 

▲ '박근혜 퇴진 거제시국회의'는 촛불집회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약100미터 차로(빨간 네모)를 집회장소로 허용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경찰이 주장하는 교통체증은 주변 도로로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시국회의 쪽은 이같은 경찰의 판단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우선, 헌법상 권리인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시국회의 관계자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한 시민 수천명이 모이는 집회를 좁은 인도에서 개최하라는 것은 경찰의 편의주의적인 발상 이전에 국민의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더군다나 지금 시국이 어떤 시국인가. 전대미문의 국기 문란에 주권자인 시민 수천명이 자발적으로 나서 항의하는 이같은 집회에 장소 제한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희망' 김한주 대표변호사는 "집회와 시위에 관한 권리는 헌법상 권리다. 교통 문제 등 심각한 장애요인이 발생할 수 있을때 이를 제한하는 것은 법률적인 조항이다. 당연히 헌법적 가치가 더 존중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집시법에 근거해 경찰이 이를 제한할 수는 있지만 신중해야 한다. 경찰이 제한하면 주최 쪽에서 법원에 가처분신청 등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며 "최근 광화문 집회와 관련한 법원의 판결은 일부 교통불편이 따른다고 해서 국민이 가진 헌법적 가치를 무시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경찰의 집회시위 금지 통보과 관련한 잇따른 판결에서 "교통불편 등을 일부 감수하더라도 국민의 헌법상 권리인 집회와 시위 자유를 보장하는 게 더 중요하다. 청소년과 어른, 노인 등 다수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만큼 집시법의 제한 규정을 엄격하게 해석하지 않고 조건없이 허용하는 게 민주주의 국가임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교통 불편과 관련해서 시국회의 쪽은 "지금까지 집회장소로 사용한 인도 옆 4개 차로를 통제한다고 해서 심각한 교통체증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시국회의는 "이곳은 도로가 한 곳만 있는 국도와는 다르다. 한 블록 왕복 차로만 통제하면 된다. 집회장소 주위로 얼마든지 우회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밝혔다.

시국회의 쪽은 시민 안전을 위해서도 좁은 인도보다 차도를 허용해 주는 것이 낫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지난 3일 집회에는 유모차를 끌고 나온 시민들이 안전한 자리를 확보하지 못해 애를 먹는 장면이 목격됐다. 집회에 참석한 시민과 길을 지나는 시민이 좁은 인도에서 한데 뒤엉켜 오히려 안전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집회 장소 주변 상가들도 적잖은 불편을 겪고 있다. 집회장소가 좁다 보니 미처 앉을 자리를 마련하지 못한 시민들은 대부분 상가쪽 쇼윈도 앞쪽에 길게 늘어선다. 가게 출입에 지장이 있고 영업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은 당연하다.

부족한 교통통제 인력도 크게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시국회의 쪽은 "한 블록 차로만 막으면 되는데 이때 우회차로를 이용하도록 안내할 필요 경찰인력은 4~6명이면 충분하다"고 밝혔다. "만약의 경우 경찰 인력이 부족하다면 행사 안내요원을 배치해 경찰을 돕겠다"고도 덧붙였다.

3일 집회에 참석한 김아무개(40, 능포동)씨는 "서울을 비롯한 다른 도시 대부분의 집회가 차로에서 개최되는 상황인데 굳이 거제에서만 인도를 고집한다는 것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왜 거제경찰은 이 좁아 터진 인도에서만 집회를 하라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오는 10일 거제에서는 제4차 촛불문화제가 열린다. 9일 국회에서 탄핵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시민의 분노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집회는 평화적으로 이뤄졌다. 특히 지난 3일, 경찰이 처음으로 차로를 이용한 거리행진을 허용했지만 취재 결과 오히려 행진시간은 더 짧아졌고 심각한 교통체증도 발생하지 않았다.  

거제시국회의는 6일 거제경찰서에 차로를 집회장소로 신고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보다 집회 인원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10일 4차집회를 앞두고 경찰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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