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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퇴진' 3차 촛불문화제···역대 최대 1500명 운집
'박근혜 퇴진' 3차 촛불문화제···역대 최대 1500명 운집
  • 김용운, 김민수 기자
  • 승인 2016.12.04 0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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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담화에도 촛불 더 늘어···'당장 퇴진' 요구 속출, 국회도 '사정권'
3일 열린 제3차 거제시민 촛불문화제에 역대 최대 규모인 1500여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시민들은 냉정하면서도 여유가 넘첬다. 애초부터 자신의 것이었던 권력이 송두리째 도둑맞은 것에 끝없이 분노하면서도 긴 호흡으로 더 큰 싸움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박근혜 퇴진' 3차 거제시민 촛불문화제가 열린 3일 오후 6시 고현동 현대차사거리, 1500여명의 시민이 운집했다. 1차 500명, 2차 1000명에 이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며 이날 전국에서 불붙은 232만개의 촛불 대열에 합류했다. 거제지역의 많은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이 1박 2일동안 서울집회에 참석차 자리를 비웠음에도 또 다른 시민들이 그 빈곳을 채우고 넘쳤다.

엄중한 시국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불과 나흘전 자진 사퇴를 거부하며 국회에 공을 떠넘기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보란 듯이 야당간에 균열이 발생하고, 어처구니 없게도 새누리당 비박계가 정국의 주도권을 잡는 상황이 발생했다.

하지만 촛불은 더 강해졌고,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도 더욱 분명해졌다. 더 이상 청와대만을 겨냥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촛불 민심을 제멋대로 해석해 '명예로운 퇴진' 운운하는 국회 역시 촛불의 사정권에 들어있음을 확인시켰다. 

행사가 시작되자 마자 넘쳐난 인파로 인도는 끝이 보이지 않았다. 빗속에서 진행된 지난 주 집회에 비해 부모 손을 잡고 행사장에 모인 어린 자녀들의 모습이 많았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엄마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좁다란 인도는 이미 집회장소로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었다. 시민들은 경찰이 왜 도로를 집회장소로 허가하지 않으냐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행사장 한편에서는 '핵발전소 반대 100만명 서명대'가 자리잡았고,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시민들에게 따뜻한 커피와 음료를 무료로 제공했다. 일부 시민들은 기꺼이 지폐를 꺼내 성금함에 넣었다.

시민들은 한 목소리로 '박근혜 즉각 퇴진'을 외쳤다. '이게 나라냐' '박근혜 구속' '새누리당 해체' '하야말고 하옥' 등의 구호가 쓰여진 붉은 색의 손팻말은 노랗게 물든 은행잎과 대비돼 더욱 선명하게 빛났다.

광장의 중심에 선 1톤 트럭의 짐칸은 거제예술회관의 대극장보다 더 위엄있었다. 시민들의 울분과 분노, 외침과 노래가 거기서 흘러나와 모인 사람들을 적셨다. 준비된 앰프 출력으로는 늘어선 집회 대열의 끝까지 마이크 소리를 전달하지 못했다. 목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아도, 무대가 잘 보이지 않아도 시민들은 동요하지 않고 '박근혜 퇴진' 한마음으로 서로를 배려했다. 

일부 교사들은 '국정교과서 OUT' '박근혜 정부 OUT'을 쓴 대형 팻말을 들고 지나는 시민들에게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3일 열린 제3차 거제시민 촛불문화제에 역대 최대 규모인 1500여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문화제는 문화제였다. 다양한 시민들이 다양한 공연을 펼쳤다.

맨 먼저 분위기를 띄운 건 거제여성회 전·현직 회장과 사무국장 등 3명으로 구성된 '촛불시스터즈'였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에 이어 서울시스터즈의 '첫차'를 개사해 "첫차 타고 청와대 멀리 멀리" 떠나라고 춤을 추며 노래했다. 시민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장윤영 참교육학부모회 거제지회장은 몇 주 전 창원촛불집회에서 나온 '그러면 안돼'를 읽어나갔다. 참가자들은 연호하며 호응했다. 학교비정규직노조원들로 구성된 3명의 시민은 우쿨렐레 반주에 맞춰 민중가요를 불러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시인 원종태씨는 '닭의 목을 쳐 피를 뿌리자...'로 시작되는 '잔치는 시작됐다'는 자작시를 낭독해 열광적인 박수를 받았다. 시인은 "온몸으로 겪은 87년 항쟁의 역사가 30년을 살 수 있게 해 줬다"며 "오늘 우리가 든 역사적인 촛불은 앞으로 30년 우리가 살아갈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오카리나 연주로 늦가을 밤 촛불의 정취를 한껏 높였다. '아침이슬'과 '바위처럼'이 맑은 고음으로 흘러 나올 때 시민들은 이슬과도 같은 촛불이 바위가 될 것임을 확신했다.

1차 촛불문화제에 나왔던 주부 홍진나씨(중곡동)는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장엄한 '민중의 노래가 들리는가'를 열창해 분위기를 휘어잡았다. '너는 듣고 있는가, 분노한 민중의 노래. 다시는 노예처럼 살 수 없다 외치는 소리. 심장 박동 요동쳐 북소리 되어 울릴때 내일이 열려 밝은 아침이 오리라.' 그 시각 촛불을 든 시민들의 심정을 가장 잘 대변했다.

중간 중간 시민들의 자유발언도 이어졌다.

한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은 "기말고사가 열흘 남았다. 그래도 이 자리에 우리 학생들이 나올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유권자인 어른들이 올바른 투표로 세상을 바로잡아 달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 학생은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한다는 것이다'는 플라톤의 말을 시민들에게 전하며 연단을 내려왔다.

한 중학생은 사회자에게 편지를 써 소식을 전했다. 이 학생은 정부의 국정교과서로 역사 공부를 할 수는 없다면서 현재의 박근혜 국정농단도 국정교과서에서는 어떻게 쓰일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역사를 잊은 민족의 미래는 없다'는 경구를 인용하면서 학생들이 진짜 교과서로 올바른 역사를 배울 수 있도록 어른들이 노력해 달라고 호소해 주위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촛불문화제를 통해 '거제의 안치환'으로 불리기 시작한 신호식씨가 안치환의 '자유여'를 열창하며 1시간 30여분간의 집회는 마무리됐다. 

3일 열린 제3차 거제시민 촛불문화제에 역대 최대 규모인 1500여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예상을 웃도는 대규모 인원이 모이면서 경찰도 이날 행진은 차도를 이용하도록 안내했다. 촛불문화제가 시작된 후 처음이다.

'박근혜 퇴진 거제시국회의' 깃발과 방송차량을 선두로 대열은 행사장을 빠져나가 고현시장사거리-고현파출소-엠파크를 거치는 1km 구간 행진에 나섰다. 도심은 차도를 점령한 행진대열 '박근혜 퇴진' 함성에 파묻혔다.

휴대폰을 꺼내 카메라를 찍는 시민들, 길가다 서서 함께 구호를 외치는 시민들, 가게에서 나와 박수를 쳐주는 시민들까지 이전보다 시민의 관심과 호응은 더 컸다.

행진 대열의 마지막을 따라가던 유아무개씨(48)는 "한 달째 계속되는 촛불을 보면서 박근혜가 내놓은 담화라는 것이 끝까지 자신은 아무 잘못이 없고 고작 측근 관리 잘 못해서 생긴 일이라는 대목에서 할 말을 잃었다.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고 울분을 쏟아냈다. 

두 자녀 손을 잡고 걷던 한 주부는 "청와대나 새누리당은 탄핵을 물고 늘어지며 웃고 있을 것이다. 촛불이 실망해 작아지기를 기대할 텐데 그대로 두면 안되지 않나. 한 사람이라도 더 촛불을 들자는 심정으로 나왔다"며 절박한 심정을 토로했다.

촛불이 이긴다는 확신은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의 가슴에 이미 깊이 자리잡았다. 기억 속에 잠자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절대 명령은 오늘 시민들의 행동 원칙이 되었다. '웃으면서 끝까지'를 외치는 시민들은 축제 속 정치를 즐겼다.

촛불문화제를 주관하는 '박근혜 퇴진 거제시국회의'는 1주일 뒤인 10일 제4차 시민촛물문화제를 개최한다. 이를 위해 다음주 월요일 시국회의 운영위원회와 집행위원회를 잇달아 열어 준비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3일 열린 제3차 거제시민 촛불문화제에 역대 최대 규모인 1500여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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