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24-04-26 15:10 (금)
지금, 3000-3000 프로젝트 '고용안정호' 제작 중
지금, 3000-3000 프로젝트 '고용안정호' 제작 중
  • 김용운 대표기자
  • 승인 2016.10.27 16: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용' 염원 담아 29일 하청노동자 대행진에 선보인다
▲ 3000-3000프로젝트 '고용안정호' 제작이 한창이다.

27일 오전, 비가 내릴 듯한 흐린 날씨에 아주동 대우조선하청노동자조직위원회(하노위) 사무실 앞 공터에 한 대의 대형 트럭이 짐을 부렸다. 

김동성(하청노동자노조 준비위원장)씨와 이승호(거통고 조선소하청노동자살리기대책위 집행위원장)씨 등 미리 모여있던 사람들이 트럭에 가득 실린 나무 상자와 베니어판을 차곡차곡 공터에 내려 쌓았다. 

바퀴를 단 맨 아래쪽 받침대가 만들어지고, 곧 한 단씩 나무상자가 쌓여 올라갔다.

'타카'를 손에 쥐고 고정시키는 사람, 피스를 박는 사람, 페인트 칠을 하는 사람, 나무를 크기에 맞게 자르는 사람, 몇 단 몇 번째 조각인지를 써 놓은 나무 박스를 찾아다니는 사람, 전체 작업을 지휘하는 사람...작업에 달라붙은 사람들의 손길은 바삐 움직였다. 정해진 휴식 시간도, 참 먹을 여유도 없어 보였다. 일부 시민단체 회원과 노동조합 관계자도 지나는 길에 현장을 들러 일손을 거들었다.

이른바 '3000-3000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프로젝트는 나무로 된 모형배 '고용안정호'를 제작하는 것. 길이 8미터, 높이 3미터로 작지 않은 규모다. 29일 열릴 전국 조선소 하청노동자 대행진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주 토요일(29일) 대행진에는 거제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희망버스를 타고 거제를 찾아온다. 이 행사에 참여하지 못하는 시민들을 위해 주최 쪽에서 내놓은 아이디어가 '3000-3000 프로젝트'다.

3000명의 시민이 3000원씩 내 그 돈으로 '고용안정호'를 만들자는 취지다. 주최 쪽은 27일 고용안정호 제작 현장을 사진으로 올리며 '고용안정호 승선 티켓은 3000원, 승선 인원은 3000명, 곧 좌석이 다 찹니다. 고용안정호에 승선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서두르세요'라고 막바지 홍보에 열을 올렸다. 

온라인(https://goo.gl/hgw0j0)으로 '3000-3000 고용안정호 제작을 위한 하청노동자 지지 선언'에 서명하고 선언비 3000원을 국민은행 023501-04-239903(양한웅)으로 입금하면 된다.

고용안정호는 설치 미술 전문가인 '파견미술팀'에서 맡아 하고 있다. 이들은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이전 투쟁, 용산 참사, 세월호 등과 관련된 각종 집회에서 사용된 걸개 그림을 비롯한 설치 미술 제작에 참여해 온 베테랑들이다. 회화, 조각, 판화 등을 전문으로 한다.

작업에 참여한 한 예술가는 "고용안정호는 대한민국에 사는 노동자의 안정된 고용이라는 시대 염원을 담고 있다. 의미있는 일에 참여하게 돼 보람있다"고 말했다.

작업은 내일(28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이승호 집행위원장은 날씨가 걱정이다.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가 있어 비 가림막을 설치하는 뜻하지 않은 일거리가 늘었다며 수심이 가득했다. 

고용안정호는 한 번 쓰고 버릴 물건이 아니다. 돈도 한 두푼 들어간 것이 아니다. '고용 안정'을 꿈꾸는 조선소 노동자들의 상징이다. 해서 물었다. 행사 끝나면 이 배는 어떡하죠?

김 집행위원장은 웃으면 답했다. "거제시에서 받아준다면 기증할 생각이에요. 어디 적당한 곳에 잘 전시해 주면 좋겠는데...쉽지 않겠죠?" 우선은 하노위 사무실 앞 공터에 보관해 둘 계획이라고 했다.

혹시 울산이나 목포 등 조선업 밀집지역에서 노동자들이 집회 때나 필요로 할 때 빌려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귀뜸했다.

전국 조선소 하청노동자 대행진은 29일, 토요일 오후 3시부터 아주공설운동장에서 시작된다. 오후 5시 행진을 시작해 대우조선해양 남문을 거쳐 서문까지 행진한다. 서문 앞 2개 차로에서 문화제를 열 계획이다.

정규직, 비정규직 할 것 없이 '실업'이라는 유령이 조선소를 떠돌고 있는 지금, 그 최선선에 서 있는 하청노동자들이 대행진을 기다리고 있다. 시민들의 발걸음을 고대하고 있다.

▲ 3000-3000프로젝트 '고용안정호' 제작이 한창이다.
3000-3000프로젝트에 참여하려면 위 온라인 서명을 하고 3000원을 입금하면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