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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 재추진···주민들 "달라진 것 없다. 온몸으로 막을 것"
'풍력' 재추진···주민들 "달라진 것 없다. 온몸으로 막을 것"
  • 노재하 기자
  • 승인 2016.05.20 17:5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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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풍력(주) 4월에 재심 신청···거제시 "6월 10일까지 여론수렴" 지시
▲ 14일 저녁 삼거마을회관에서 열린 주민동회에서 주민들이 '풍력발전사업 반대' 입장을 모으고 있다.

상문동 삼거마을 주민들이 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이 다시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거제시를 방문해, 집단 시위를 벌여서라도 막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삼거동(이장 옥대석) 주민들은 지난 14일 40여명의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마을회관에서 임시동회를 개최해 풍력발전단지 조성계획에 대해 반대한다는 뜻을 모았다. 이어 16일에 옥대석 이장을 비롯한 주민 대표들은 거제시를 방문해 이같은 뜻을 전달했다. 주민들은 17일, 18일에도 잇따라 도시개발과를 찾아 풍력발전 재추진에 강력히 항의했다.

주민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지난 11일 거제시가 풍력발전기가 들어설 예정지 인근 3개 면동(상문동, 아주동, 일운면)에 다음달 10일까지 주민여론을 수렴해 줄 것을 요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거제시는 거제풍력(주)가 지난 4월초 풍력발전 재추진 의사를 전해와 경남도 도시계획위원회의 조건사항에 대한 보완조치 내용 검토와 함께 주민 여론을 수렴하고 있다고 밝혔다.

거제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은 옥녀봉 능선을 따라 2㎿ 발전기 18기를 설치하는 것으로 2013년 5월 처음 사업계획이 공개됐다. 당시 환경훼손과 건강권 침해를 우려하는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와 경남도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그동안 보류돼 왔다. 

거제시 관계자는 “사업자가 2년 가까이 지나도록 조용하다가 최근 경남도 도시계획위원회 재심의를 요청해 온 배경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며 “법적으로 경남도에 재심위를 요구하는 신청 기한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보완조치 내용 검토와 주민 여론 수렴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거제시가 11일 3개 면·동에 보낸 공문에는 구체적인 여론수렴 범위나 방법이 지정되지 않아 3개 면동에서는 여론 수렴 방법을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동의 한 공무원은 “직접적인 영향권에 속하지 않은 마을의 경우 발전단지 인근 마을 주민들과는 입장이 다를 수도 있다”면서 “자칫 주민 내부 간 갈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합리적인 여론 수렴 방안을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대의사는 확고하다.

거제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 반대 운동에 나섰던 주민들은 1년 10개월째 조용하다가 갑자기 접한 재추진 소식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특히 삼거마을 주민들은 2014년 7월 경남도 도시계획위원회의 재심의 결정과 그해 11월 "민원이 해소될 때까지 추진을 보류하겠다"는 거제시장 명의의 공문을 근거로 풍력발전 재추진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옥대석 삼거마을 이장은 “풍력발전단지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입장은 2년 전과 전혀 달라진 것이 없음을 마을 회의를 통해 확인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나 사업자가 풍력단지 사업을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옥 이장은 또 “마을주민들이 조를 짜서 16일부터 사흘 동안 도시개발과를 항의방문 했다”면서 “앞으로 아주동과 소동마을 주민들과 협의하고 대우초, 거제고 등 학교 측과 시민단체 등과도 논의해 반대 대책위를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거마을 이외 지역에서도 반대의사가 감지되고 있다. 

취재 결과 일운면 소동마을 주민 다수는 대체적으로 반대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아주동 발전협의회와 아파트연합회 등도 분명한 반대의사를 드러냈다. 19일 신설 아주동 주민자체센터 부지 선정을 위해 열린 회의에서 이들은 동장에게 주민의 분명한 뜻을 반영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옥녀봉 자락에 자리잡아 전선이 지나게 되는 대우초, 거제중·고 학부모들도 학생들의 학습권과 건강권 침해를 들어 반대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거제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 위치도. 아주동, 수양동(문동마을,삼거마을), 일운면(소동마을, 지세포등)에 둘러싸인 옥녀봉 정상 능선이다. 초록색 선이 사업대상 부지
▲ 풍력기가 있는 옥녀봉 정상에서부터 대우초(거제중,거제고)를 거쳐 아주 변전소까지 전선을 지중화한다는 계획이다.
▲ 옥녀봉 정상 능선을 따라 18기의 발전기가 들어설 계획이다.

거제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 그동안 무슨 일이?

거제 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은 삼거동 산 1-1번지를 비롯해 일운면 소동리 일원 9만 9391㎡에 2㎿ 풍력발전기 18기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1000억 규모로 알려져 있으며 사업시행사는 거제풍력(주)(대표 박기철)다.

이 사업은 지난 2013년 5월 거제시청에서 김한표 국회의원과 권민호 거제시장, 거제풍력(주), 한국남동발전(주), (주)코네스코프레이션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풍력단지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알려졌다.

그해 9월 거제풍력(주)가 ‘거제풍력단지 조성 및 작업로 개설을 위한 개발행위허가’를 신청해 2014년 6월 거제시 도시계획위원회 자문심의를 통과했다.

한달 뒤 거제시는 경남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앞두고 발전단지 인근의 상문동, 아주동, 일운면 3개 지역에서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 이에 삼거동과 아주동 주민들을 비롯해 환경단체까지 가세해 환경훼손 및 주민 건강피해 우려에다 주민여론 수렴과정의 문제점까지 제기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런 가운데 7월 18일 열린 경남도 도시계획위원회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증빙자료가 미흡하고 풍력발전단지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재심의 결정을 내렸다. 

당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재심의 결정을 하면서 조건사항으로, 산정상부 능선 작업로 설치에 따른 생태계 단절에 대한 대책방안을 강구할 것과 안전을 고려한 시공방법으로 헬기 및 케이블(삭도) 시공 등을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이외에 △소음, 진동에 대한 시물레이션 시행 결과 제시 △풍속에 대한 데이터와 근거 자료 제시 △현 지형과 가장 유사한 국내외 사례를 조사 비교한 사업의 타당성 자료 제시 △환경훼손이 최소화할 수 있는 홍보부스 설치 등을 재심의 조건으로 제시했다.

8월에는 '늘푸른거제21시민위원회'가 주관한 토론회가 공공청사에서 열려 찬반 주장이 격돌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토론자로 참석한 강영호 당시 거제시 담당 과장은 "민원이 해소될 때까지 행정절차 진행을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거제시는 이어 9월 환경단체와 주민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환경영향평가 실시와 민원해소 때까지 행정절차 보류를 약속하는 공문을 삼거마을 대책위에 통보했다. 

2014년 8월 늘푸른거제21시민위원회 주최로 열린 '거제풍력단지조성에 따른 시민토론회'
▲ 2014년 경남도 도시계획위원회가 재심의 의결을 하면서 내린 조건사항
▲ 2014년 9월 거제시가 삼거마을 주민앞으로 보낸 공문. '민원이 해소될 때까지 행정절차 진행을 보류할 계획"이라고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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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삿갓 2016-05-21 14:08:15
제주도도 그렇고 모두 바다에 설치 하였음에도 궂이 산허리를 잘라서 만들겠다는 이면에는 비용절감을 통한 이윤 극대화가 도사리고 있지 않겠는가? 적어도 거제시민의 건강한 일상을 영위하고 있는 환경을 훼손하고 그 댓가를 일개 개인이 취하게 해서는 안되지 않겠는가.